요가 정화 행법 잘라네띠
연세가 많으신 엄마는 다양한 질병을 가지고 있다. 류머티즘과 천식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을 가지고 있고,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계신다. 연세가 있으셔서 혈압약을 복용하시기는 하지만 혈압은 높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렇게 아픈 엄마 오랜 기간 동안 정기적으로 병원도 다녀야 했고 한 차례 수술도 하시면서 참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셨다. 코로나 기간 중에 제일 힘든 것은 편도 수술을 한 후에 멈추지 않는 기침이었다. 전에도 봄이나 가을만 되면 콧물이 흘러내리는 통에 엄마는 밖으로 외출도 잘하지 못하였고, 화장지로 콧구멍을 막고 있어야 할 정도였다. 미세먼지가 많은 상황도 힘들었는데 코로나 상황이 되면서 천식으로 인한 기침과 가래 때문에 더 조심스럽고 마음을 졸이면서 생활하셨다.
몇 달 전 문득 엄마로부터 전화를 받았었다. 텔레비젼을 보던 중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거기에서 코 청소하는 것이 천식증상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봤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엄마를 비롯해 남동생도 나도 그리고 조카까지도 우리 집은 천식 진단을 받았다. 조카가 4살이 되었을 때 천식과 중이염을 앓으면서 계단 오르는 것조차도 힘겨워했었다. 그 조그만 아이를 위해 온 가족이 콧청소하는 방법을 조카에게 가르쳤고, 아침 저녁으로 고사리 손으로 콧 청소하는 것을 지켜봤었다. 그러기에 우리 가족에게는 콧 청소를 하는 행위가 생소한 것은 아니었다. 조카는 콧청소를 열심히 했고, 천식 치료를 잘 받았으며 지금은 천식과 중이염을 극복하고는 아주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중이다.
코 청소가 천식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엄마에게 콧 청소가 사실 인도에서 몇 천년 전부터 내려져 내려오는 요가 정화행법이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면서 인터넷으로 코 청소기를 주문해서 보내주면서 하루에 2번씩 아침저녁으로 꼭 하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미국 건강 포털사이트인 WebMD에 잘라네띠에 대한 글이 있다.
https://www.webmd.com/allergies/neti-pots
웹엠디의 기고에는 소금물을 이용한 잘라네띠를 하게 되면 의약품을 사용하지 않고도 축농증이나 비염등의 증상 완화에 큰 도움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코 내부의 머리카락과 같은 섬모등이 있는데 이것은 오염물질과 박테리아,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 침입자들로부터 코 내부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 섬모는 외부의 침입으로 인한 발생한 코 내부의 점액을 코 내부나 외부로 이동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다. 잘라네띠를 하게 되면 섬모의 역할에 속도를 더해 주거나 움직임에 큰 도움을 주어 코막힘 증상 완화가 되도록 점액들을 내외부로 이동시켜준다는 것이다.
또다른 WebMD에서는 오랜기간동안의 코 정화행법은 내부의 점액을 너무 많이 없애버리는 것 효과가 발생하여 오히려 코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오랜 기간 네띠를 하는 것은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이야기도 전하고 있다.
https://www.webmd.com/allergies/features/neti-pot-nasal-irrigation-pros-and-cons
엄마는 코 청소를 하면서 가래도 많이 줄고 밤에 자면서 기침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수면의 질도 향상되었으며 숨 쉬는 것도 편안해지고 이제는 화장지로 코를 막을 정도는 아니라며 이게 정말 큰 도움이 된다며 지금도 아침저녁으로 코 청소를 하고 계신다.
지금 이야기하는 코 청소는 인도 요가의 6가지 정화행법 중에 하나이다.
다우티, 바스띠, 네띠, 트라타카, 나울리, 카팔라바띠는 6가지의 정화행법 (Sat Karmas 또는 Sat Kriyas)이다. 하타요가프라디피카 2장 22절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Sat은 6을 뜻하고 Karma는 행위는 Kriya는 정화를 뜻한다. 다우티는 소화관 정화, 바스띠는 관장을 통한 장 정화, 네띠는 코와 기관지 정화, 트라타카는 안구기관 정화, 나울리는 복부기관 정화, 카팔라바띠는 전두부 (frontal brain area) 정화를 뜻한다.
엄마가 하고 있는 코 청소는 6가지 정화행법 중에 네띠에 해당이 된다. 네띠는 잘라네티(물을 이용한 정화행법)와 수뜨라 네띠(튜브를 이용한 정화행법)으로 나뉜다.
다양한 인도 고서들은 이 6가지 정화행법(Sat Kriyas)에 대해 강조를 많이 하였다. 요가는 깨달음을 위한 여정이고, 명상을 하기 위해 바른 자세와 건강한 신체를 가지기 위해 아사나 수련을 하는 것이며, 신체의 호흡 통로인 나디의 순환을 돕기 위해서는 반드시 6가지 정화행법을 한 후에 쁘라나야마 수련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인도 학교에서 재학 중일 때 아는 분의 부탁으로 네띠 도구들을 한국으로 보내준 적이 있었다. 몇 백개의 잘라네띠 팟 (Jala Neti Pot, 물을 이용한 코 정화 도구)과 수뜨라 네띠 (길죽한 튜브 모양의 코 정화 도구)를 구매해서 해외 우편으로 한국으로 보내주었었는데 알고 보니 한국에서도 꽤나 유명한 요가 단체의 지도자과정에서 사용이 되었다고 한다. 그분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한국 요가지도자 양성에 있어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곳인데 그 이전까지 지도자 과정에 네띠 수행이 한 번도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참으로 아이러니했었다. 빠딴잘리요가수트라나 하타요가프라디피카, 게란야사미타와 같은 인도 고서는 삿카르마(6가지 정화행법)에 대해서 잘 설명해놓았고, 반드시 요기로서 행해야 하는 덕목이라고 이야기하였다. 중요한 부분을 요가지도자과정에서 안내하지 않고 요가자세와 아사나만 강조하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인도 요가학교에서 네띠에 관한 한국인 학생의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1개월 기간의 요가지도자과정을 하러 비베카요가대학교에 왔었다. 1개월간 수업을 열심히 참여했는데 요가지도자과정의 필수 코스인 크리야과정에서 잘라네띠와 수뜨라 네티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 이유인즉슨, 그 학생이 코 성형수술을 하였기에 네띠를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였다. 그 후로는 요가학교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정화행법 수업을 할 때는 반드시 코 성형수술을 했는지에 대해서 물어본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인도 지도자과정 코디네이터에게 전해 들으면서 웃지도 울을 수도 없는 복잡 미묘한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외국인 학생들끼리 코 성형수술을 하게 되면 잘라네띠와 수뜨라 네띠를 하기가 힘들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던 기억이 난다.
개인적인 바램으로는 한국에서도 네띠를 포함한 정화행법을 요가를 배우는 모든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었으면 한다. 많은 요가 선생님들이 요가 자세와 정렬에 크나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요가 고서들에서 강조한 명상과정이나, 요가철학, 정화행법, 쁘라나야마 등을 가르치는 분들을 만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어찌 되었건 엄마는 요즘 코청소 (잘라네띠)를 하면서 예전과 다른 삶을 살고 계신다. 요가를 배운 내가 미리 알려드렸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가족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요가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안내와 지도도 하는데 가까운 가족에게는 왜 더 어려운 것인지, 엄마가 잘라네띠를 더 일찍 알았다면 그 동안 봄과 가을만 되면 코를 틀어막으며 입으로만 숨을 쉬는 어려움을 빨리 덜어드렸을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