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영주권자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유치원도 있다
호주 비 영주권자의 신분(?)으로 아이를 낳아 키우는 건 또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사실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까지는 보험의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그렇게 어렵게 보내지는 않았던 것 같다. 물론 도움받을 가족은 없었지만 또래 육아 동지들과의 공동육아나 여러 지역 사회에서 제공되는 프로그램들을 적극 활용하면서 어쩌다 보니 아이가 어느덧 2살이 됐던 것이다.
학교 입학이 5살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사실 집에서 데리고 있다 학교에 보내도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아이가 24개월이 지나면서부터 친구들과 함께 노는 것을 더 좋아했고, 나가서 놀기를 원했다. 아무래도 또래집단에서 배우는 사회성 발달의 시기가 온 것 같았다. 아이의 사회성 발달을 위해서 부득이하게 유치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호주의 모든 주가 약간씩 다른 제도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 정보는 퀸즐랜드에 제한된다는 점을 먼저 말해두겠다. 그렇다. 우리는 그간 멜버른에서 다시 퀸즐랜드로 재이주를 하였다. 2년 반 만에 온 이곳에서 아이의 첫 유치원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런데 도무지 종류도 많고 그 차이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 많은 곳들을 다 돌아다니며 조사 아닌 조사를 시작하였다.
먼저, 호주 퀸즐랜드주는 유치원이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차일드 케어, 패밀리 데이케어 마지막으로 커뮤니티 센터 이렇게 나누어 볼 수 있다. 세 군데 중 차일드 케어와 패밀리 데이케어는 보통 생후 6주부터 6살까지 다닐 수 있는 곳이고 커뮤니티 센터만 학교 들어가기 직전의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곳이다. 차일드 케어와 패밀리 데이케어의 차이는 일반 유치원이냐 아니면 집에서 소규모로 하는 어린이집이냐의 차이이다. 그런데 비 영주권자의 경우 이 세 군데 어디를 다녀도 지원은 받을 수 없었다. (2022년까지의 이민법에 의하면 그랬다.)
보통 호주는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는 경우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주 5일 내내 유치원을 보내는 일은 거의 없다. 이민자가 많거나 혹은 도시의 경우는 주 5일 근무하는 부모님들이 많기 때문에 주 5일을 보내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골의 경우는 거의 주 3일이 평균적이었다.
여담이지만 주 5일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는 경우, 유치원 선생님들은 부모들이 아이에게 관심이 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왜냐하면 영주권자의 경우엔 정부에서 지원을 받기 때문에 그냥 지원을 받고 유치원을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덕분에 부모는 일을 할 수 있지만, 여기도 여유가 있는 집은 판검사, 의사가 아닌 이상, 아니 의사라고 한 들 주 5일 일하며 아이를 주 5일 유치원을 보내지는 않는 게 보통이다. 내 딸아이 엄마도 치과의사인데 주 3일 일하며 아이들을 직접 수영이며 발레며 데리고 다니며 키우고 있다.
이러니 저러니 비 영주권자의 경우에는 유치원 비용 전체를 내야 했다. 그런데 유치원비가 너무 비쌌다. 차일드 케어의 경우 하루 $110 정도하고 데이케어의 경우 시간당 $10불 정도 한다. 하루에 $110이면 한국돈으로 대충 8~9만 원 정도 하는 것이다. 하루에. 그러니 주 5일로 한 달을 보내면 유치원비가 대략 180~200만 원까지 내야 한다. 다행히 보통 차일드 케어의 경우 아이들 도시락은 모두 포함이긴 하다. 하지만 주 5일을 다 보내는 건 무리가 되는 게 현실이었다. 데이케어의 경우 또한 부모들이 보통 일을 가면 8~9시간을 일하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까지 계산해도 대략 $100 정도를 내야 한다. 따라서 두 군데 모두 가격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나마 돈을 절약하려면 되도록 아이와 부모 중 한 명이 시간을 보내고 만 4~5세가 되었을 때, 학교 가기 직전에 커뮤니티 센터를 보내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 생각한다. 커뮤니티 센터를 보통 퀸즐랜드주에서는 C&K라고 말하고, 분기별로 돈을 내는데 하루에 대략 $40~50 정도로 차일드 케어나 데이케어의 반 값이다. 대신 단점이라면 아이들을 돌봐주는 시간이 짧다. 보통 C&K의 경우는 아침 8:30부터 오후 2:30까지이고 2주에 5번을 가게 된다. 한 주는 2번가고 다음 주는 3번 가고 하는 식이다.
특히 이 C&K는 아이들을 지도하는 커리큘럼이 학교 시스템과 거의 비슷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이곳으로 아이를 보내는 경우 아이들이 학교로 입학하기 전에 예행연습을 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선생님들도 아이들에게 좀 더 체계적이고 부모들끼리 소통하기도 좋다. 시작과 끝 시간이 모두 같기 때문에 보통 유치원 앞에서 엄마들끼리 삼삼오오 이야기를 하며 정보를 나누기에 너무 좋았던 것 같다. 때로 몇몇 엄마들과 친분이 생기거나 하면 아이들과 유치원 안 가는 날 따로 플레이 데이트를 하거나 생일파티를 함께 하기도 하였다.
비 영주권자로 사는 삶도 막상 적응하고 살다 보면 또 어떻게 살아졌다. 처음에는 유치원도 너무 비싸고 정부로부터 어떤 도움도 못 받으며 어떻게 사나 싶었는데, 그래도 나름 좀 더 경제적인 방법을 찾아가며 유치원도 보냈고, 가끔은 엄마와 함께할 시간이 유독 많은 이 현실에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기도 하였다. '영주권은 때가 되면 딸 수 있을 거야.'라고 마음을 다시 다잡으며 말이다.
현재 특히 비 영주권자로 살아가며 육아하는 부모님들이 계신다면 정말 진심으로 응원을 하고 싶다. 그래도 시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흐르고 있으며, 어디에 사느냐 만큼 어떻게 사는 것도 중요하다고, 속도가 아니라 방향 아니냐며 깊은 공감과 위안을 드리고 싶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