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창가의 토토 Nov 14. 2024

나는 고슴도치

가까이 오면 다쳐요

나는 고슴도치다.

나는 뾰족뾰족 가시가 많다.

가시가 많으면 장미처럼 예쁘기라도하면 좋겠지만, 난 매력이 없다.

솔직히 객관적으로 봤을 때 못생긴 얼굴은 아니다.

한창 젊고 이쁠 때는 길에서 헌팅도 당했고, 남자들한테 대시도 받을 만큼 받았었다. (이럴려고 그런 건 아닌데 언뜻… 내 자랑처럼 들리는…)

아무튼, 객관적으로는 그런 편인데, 불행히도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어릴 적에 엄마가 돈벌이를 하러 서울로 가시고 그때 내 내면에는  ‘나는 버려진 아이같은 마음이 들었나 보다.

나는 항상 누군가에게 버려질까 두렵다.

그래서 누군가 나에게 호감을 갖고 한 발짝 다가오면 나는 두 발짝 뒤로 물러난다.

나는 친구가 많지 않다.

물론 오랜 기간 이민 생활을 통해서 친구들과 인연이 끊어진 경우도 많지만, 대부분 나의 친구들은 어릴 때 사귄 친구들이다. 커서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많이 닫았다.

나는 자존감이 바닥이다.

나는 첫인상이 나쁘지 않은 편인 것 같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사람들이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주고, 나랑 친해지고 싶어 하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밥 먹자, 커피 마시자.”라고 말을 하면 알겠다고 대답하고, 절대로 내가 먼저 약속을 잡지 않고, 상대방이 만나자고 하면 이리저리 핑계를 대서 만나지 않는다.

모임 중의 한 명으로는 상관없지만, 누군가를 일대일로 만나서 나를 더 보여주면, 나를 더 알게 되면, 그 사람이 나에게 실망할까 두렵다.

그래서 아예 원천봉쇄하는 것이다.


나를 백 프로 아는 사람은 남편뿐이다.

그 사람에게는 나의 바닥까지 다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해 주고, 나에게 맞춰주는 남편이 신기하고 고맙고 때론 미안하다.

다 알면서도 또 그 사랑이 얼마나 큰지 자꾸 시험하고 싶다.

그래서  트집 잡고, 짜증도 내보고, 맛있는 음식을 해주면, 꼭 하나 코투리를 잡아서 기분을 나쁘게 만든다.

그런데 이런 모습은 내가 아빠에게 많이 보았던 모습이다.

아빠는 엄마 반찬을 누구보다 좋아했으면서 밥상을 받으면 꼭 트집을 먼저 잡고 식사하셨다.

어떨 때는 그런 아빠 모습에 기분이 너무 상해서 겸상을 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었다.

또 생트집을 잡는데도 찍소리 못하는 엄마가 불쌍하고 답답했다.

근데 지금 내가 남편에게 그러고 있다.

결혼 초에는 남편도 나의 그런 행동에 파르르 파르르 화를 내기도 했는데, 지금은 다 참아준다.

모르겠다. 왜 참아주는지.

남편은 세상에서 나랑 싸우는 일이 제일 스트레스받는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싸우기 싫다고 했다.

그래서 다 참아주는 건가.

그리고 나를 많이 사랑하는 거겠지.

나도 남편과 오래오래 행복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싶지 않다.

아빠를 갑작스럽게 보낸 후에 느낀 건 삶과 죽음의 거리가 너무나 가깝다는 것과, 삶과 죽음은 내 손안에 있지 않다는 거.

너무나 당연해서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말이지만, 이제는 그 말이 조금 더 체감이 된다.

그래서 남편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게 해줘야 하는데 마음이 , 말이, 행동이 자꾸 삐뚤게 나간다.

자꾸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운다.

나는 왜 이런 사람일까.

분명 내 주위에, 세상에 좋은 사람이 굉장히 많을 텐데, 난 왜 그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두려운가.

왜 나는 나를 더 깊이 사랑하지 못하는가.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하는 것일까.

나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비로소 남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도 생기겠지.

해답을 찾고 싶다.

나를 사랑하는 법..


남편이 차려준 사랑 가득 브런치



매거진의 이전글 시간은 남고 할 일은 없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