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오늘 아침 새벽에 일어나 이것저것 보다가 김 장로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하나에 아주 감명을 받았어.
김 장로 말에 의하면 요즈음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버지가 의식은 없어 보이는데 듣는 건 듣는 모양이라.
하루는 친구 목사 한 사람 데리고 가서 간절히 기도를 올렸더니
기도 끝에 아버지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더라네.
그러면서 자기가 읽은 책 이야기를 연결시키는데 그게 아주 기가 막혀.
무슨 맥도날든가 햄버건가 하는 목사가 쓴 책이라면서 그 속에 나오는 아버지와 아들에 관한 내용을 인용해 놓았는데 한 마디로 감동이야! 어디 한 번 들어보소.”
"아들은 처음에는 아들이었다가
장성하여 동네 사람들에게 소개할 때가 되면 아버지의 친구가 되고
나중에 늙고 병들어 힘없어지면 아들은 아버지의 아버지가 된다."
이 말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나 보다.
“아니, 당신 울어요? ”
“울기는?”
“당신 요즈음 부쩍 눈물이 많아졌네.
옛날에 아버님이 나이 들어갈수록 그렇게 자주 눈물을 흘리시더니만 어째 그래 똑같이 닮아가노?
당신도 이제 나이가 들긴 든 모양이다.
당신 승윤이 생각이 나서 그라제?
아이고 마~ 일찌감치 꿈 깨소!
멀리 있는 아들이 당신 늙고 병들었을 때 무슨 아버지 노릇 할 거라고?”
“어허이, 누가 그런 걸 바란다고 그라노?”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이나 잘 들어 놨다가 다음에 글로 써 남기소!
으흠, 흠 흠!”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아내는 애인이 되었고
결혼을 하고 나자 아내는 친구가 되었고
늙고 병들었을 때 아내는 내 엄마가 되었다.”
“카~ 참말로 명언이네! 나 혼자 듣기 아깝구먼. 글은 내가 쓸 게 아니고 앞으로 당신이 써야겠다!”
“갑자기 무슨 소리 하요?”
“내가 옛날에는 그냥 넘기던 우리 사이의 대화를 요즈음 유심히 관찰해보는데, 당신의 그 순발력, 재치, 유머 감각이 보통이 아니야! 책 한 번 써 보지.”
“이 양반이 갑자기 와일카노? 내가 나중에 엄마 된다 하니 나한테 잘 보여야 하겠다~ 이 말씀?”
“그런 게 아니라 사실이야. 그러고 보니 승윤이의 그 뛰어난 순발력과 유머가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 궁금했는데, 가만히 보니 바로 당신으로부터 받았구먼.ㅋㅋ.”
아내는 "그런가?" 하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