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을 잇는 우정의 강물
"Mission impossible을 possible로 만들기 위해 Agent 두 명을 접촉하여 부탁하신 물건을
각자 세 통씩 들고 한국에 잠입해 당신에게 전달토록 지령을 내렸습니다."
나까무라 씨가 사망한 지 10년 후인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자 준혁은 게이꼬에게 한국산 건(乾) 농수산물을 한 박스 가득 담아 보냈다. 그러자 모녀는 그 답례로 머그잔 위에 필터를 걸쳐 놓고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는 편리하고 맛있는 일회용 드립 커피를 종류별로 다 모아 한 박스 가득 담아 보내왔다.
"커피메이커 없이 드립 커피를 맛볼 수 있다니! 역시, 일본인 답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잘 로스팅된 세계 유명 커피콩들에서 우러나는 맛과 향 또한 일품이라 준혁은 커피에 대한 찬사의 편지를 일본에 보냈고, 그 이후로 이 드립백 커피는 일본에서 먹거리를 보낼 때마다 빠짐없이 보내오는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연말연시면 카드와 연하장으로, 그 사이에는 한두 번 씩 안부 편지와 함께 먹거리를 주고받으며 연을 이어오던 두 사람이 다시 만난 건, 처음 만난 지 23년 만인 2012년 6월 22일이었다.
그 해 3월, 준혁은 운동 안 한다고 귀에 못이 앉도록 해대는 아내의 잔소리에 못 이겨 체육관에 가서 PT(개인지도)를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헬스라는 운동이 주로 근육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데다 보통사람과 다른 그가 안 하던 운동을 하다 보니 첫 한두 달은 운동만 하고 나면 온몸이 뭉치고 당겼다. 그러면 그때마다 관장은 뭉친 근육 위에 스프레이를 뿌려주었는데 신기할 만큼 잘 낳았다.
그래서 준혁이 그 스프레이의 정체가 무언지 물어보았더니 다름 아닌 ‘사룐파스’(サロンパス, Salonpas)라는 것이 아닌가!
"사룐파스라~"
그것은 몇십 년 만에 들어보는 추억의 이름이었다.
준혁이 어린 시절, 한국이 참으로 못 먹고 못 살던 시절, 의료 수준도 형편없고 파스라는 것도 없던 시절, 근육이 뭉치거나 경련이 일어나거나 발이 삐어 퉁퉁 부었을 때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치료는 일본산 ‘샤론파스’를 붙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아무 집에나 있는 물건이 아니라 부잣집, 그중에서도 어떤 형태로든 일본과 연줄이 닿는 집에나 있는 사치스러운 물건이었다. 다행히 준혁은 위의 조건을 다 충족시키는 집안에서 자란 지라 어려서부터 이 이름에 익숙해 있었다.
그런 파스가 발전하여 스프레이 타입까지 나온 것이다.
준혁이 눈을 반짝이며 이것을 어디서 구했냐고 물었더니 한국에는 이 물건이 없어 일본을 왕래하는 지인을 통해 구한다고 하였다.
그 말에 준혁은 당장 레이꼬에게 메일을 보내 '내가 돈을 부쳐줄 테니 이 물건 좀 구해서 보내 달라'고 부탁하였다. 하지만 그것을 일본에서 한국으로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 줄은 두 사람 다 알지 못했고 덕분에 또 한 편의 스토리가 만들어져 즐거운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