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ion Possible

한·일을 잇는 우정의 강물

by 한우물

준혁의 부탁을 받은 게이꼬와 레이꼬는 하루빨리 샤론파스를 보내기 위해, 실정법을 어기는 모험을 감행했다.

당시 준혁은 ‘에어로졸 캔(Aerosol can)’은 항공기 객실 내 반입뿐 아니라 항공우편으로도 부칠 수 없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지만, 미국 로스쿨을 졸업하고 미국 변호사 자격증 소유자인 레이꼬는 당연히 그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어머니인 게이꼬와 공모하여 난생처음 가슴 콩닥거리는 불법 모험을 감행키로 한 것이다.


그들은 상자에 몇 가지 위장용 선물들과 함께 샤론파스 큰 통 다섯 개를 넣고 포장한 후 소포로 부치기로 작전을 짰다. 레이꼬는 소포 꾸러미를 들고 우체국에 가서 내용물을 신고할 때 다른 것들만 써넣고 샤론파스는 쓰지 않았다. 소포 무게를 달고 요금을 지불하고 끝나려는 순간 우체국 직원이 물었다.


“혹시 소포 안에 금지 품목이 들어있지는 않은가요?”

"그 박스는 내가 꾸린 것이 아니고 어머니 부탁으로 부치러 온 것인데, 아마 그럴 리 없을 겁니다."

그래서 일단 넘어갔다.

그런데 다음날 우체국에서 전화가 왔다.

X-ray 검사상 불법 내용물이 들어있으니 이 박스를 가지고 집으로 방문하겠노라고.


그녀는 만에 하나 이런 일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준비해 둔 ‘백업계획, back-up plan’ 실행으로 들어갔다. 레이꼬는 어머니에게 우체국 직원이 찾아오면 아주 조용히 그리고 아주 젊잖게 “미안합니다. 그런 법이 있는 줄 몰랐네요.”라고 하라며 리허설까지 몇 번 시켰다.


우체국 직원이 집으로 찾아왔을 때, 레이꼬는 대문 근처에 숨어 있고 어머니만 문을 열고 직원을 맞이하면서 딸이 시킨 대로 했는데 이 장면에 대해 레이꼬는 다음과 같이 편지에 썼다.

“어머니는 훌륭한 배우는 전혀 아니었어요. 그녀는 마치 아동극에 나오는 국민학생처럼 연기를 했는데 그것이 오히려 우체국 직원에게는 더 사실인 것처럼 보였을 거예요.”


며칠 후, 그녀로부터 다음과 같은 메일이 왔다.

"Mission impossible을 Mission possible로 만들기 위해 에이전트 두 명을 접촉하여 각자 세 통씩 들고 한국에 잠입해 당신에게 전달토록 지령을 내렸습니다."


남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순진한 준혁은 이 말에 놀라 일부러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면서 도시바 코리아에 부탁해서 후쿠오카 지사에 있는 일본 직원이 한국에 들어올 때 가져와 달라고 부탁할 터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답했는데 알고 보니 그 두 명의 에이전트는 바로 그들 자신이었다. 그들 모녀는 우편으로는 준혁의 부탁을 들어줄 방도가 없자 그들이 직접 가지고 한국으로 오기로 한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준혁은 오로지 자신을 돕겠다는 일념 하에 자칫 자신들의 크레디트에 금이 갈 수 있는, 평소 같으면 혐오했을 그런 일마저 과감히 실행에 옮긴 모녀의 따뜻한 정에 크게 감동하였고 한 편으론 일본인들의 그 철저함에 다시 한번 혀를 내둘렀다.


준혁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소포 속에 못 부칠 물건이 있으면 우편물 부친 사람에게 전화해서 우체국에 출두해 상황을 설명하고 도로 가져가라 하면 그만일 것을 직원이 굳이 집에까지 찾아오겠다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건 분명, 이 물건을 부치려는 자들이 혹시 테러단이 아닌가 하는 의심 하에 직접 집을 방문하여 소포를 꾸린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두 눈으로 확인하겠다는 의도가 아니었겠는가?


그들의 치밀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직원이 와 보니 병원이 딸린 큰 저택에다 우아하고 교양 있고 약간 모자라게 보일 만큼 순진한 표정과 어투의 할머니가 내용물이 샤론파스라고 하는 말에 그들은 안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직원은 친절하게도 그녀에게 이 선물꾸러미를 보내고 싶으면 그대로 들고 와서 직원 보는 앞에서 스프레이를 빼내고 다시 포장하면 그대로 부쳐주겠다 하였다.


이건 분명 X-ray에 비친 스프레이 타입 캔이 진짜 샤론파스인지 확인해 보고자 하는 의도였을 것이다.

에기에 레이꼬는 한술 더 뜬다. 직원이 돌아간 후 그녀는 스프레이 5개 무게에 해당할 만큼의 과자를 사 들고 우체국에 가서 그들 앞에서 소포의 포장을 뜯고 파스를 빼내 보여준 후, 파스 대신 과자를 채워 넣어 소포로 보냈다.


그 일에 대한 그녀의 해명이 걸작이다.

이미 우편료를 지급했기 때문에 그 무게만큼 다른 것을 채워서 선물로 보내는 것이 제일 손해 안 보는 방법이었다고. 하지만 준혁에게 말하지 않은 또 하나의 의도는 우체국 직원이 보는 앞에서 샤론파스가 맞다는 것을 확인시켜 줌으로 해서 자신들은 거짓말쟁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 보여 자신들의 크레디트에 금이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준혁은 일본 사람들이 얼마나 철두철미한 사람들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