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론파스 공수 작전

한·일을 잇는 우정의 강물

by 한우물

방한 날짜는 6 22일 금요일로 정해졌다.

준혁은 아내와의 상의 끝에 그들이 부산에 오면 자신의 집에서 묵게 하기로 했다.

이런 뜻을 일본 측에 전했더니 호의는 너무나 고맙지만 그럴 수 없다는 답장이 왔다.

이유인즉, 게이꼬 씨의 잇몸이 안 좋아서 자기 전에 특별한 기구들로 입안을 씻어야 하므로 하루도 집 밖에서 잘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기구 가지고 오면 되지 않느냐 했더니 불가능하단다.

레이꼬의 말은 이어진다.


어머니는 오래전부터 당신이 사는 부산에 가서 당신을 한 번 보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살아생전에 그러한 원은 이루어질 수 없을 거라 말해왔는데 그 이유가 바로 이 잇몸과 관련된 문제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번에 어떻게 하면 샤론파스를 한국에 보낼 수 있을 것인지 그 방도로 찾다가 후쿠오카와 부산 사이는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실제로 후쿠오카에 사는 사람 중에는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는 바로 여권을 신청하러 갔고, 1주일 후 발급될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참으로 이 여행을 고대하고 있었나 봅니다.


그러면서 그들이 짠 여행 스케줄을 다음과 같이 보내왔다.

1) 아침 8시 30분, 후쿠오카에서 첫 배를 타면 부산항에 11시 25분 도착.
2) 근처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지하철을 타고 가면 백병원에 오후 1시쯤 도착할 것으로 예상.
(병원에 도착해서 당신과 접촉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세요.)
3) 당신을 만나 샤론파스를 전하고 병원 구경을 한 후, 책방과 문구점을 둘러보고 필요한 물건을 산다.
4) 그런 후, 오후 5시 55분 김해발 후쿠오카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김해공항까지 4시 45분까지 도착한다.


준혁은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저 자신에게 폐 끼치지 않겠다는 마인드만 엿보이는, 대접하는 사람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참으로 소박한 스케줄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들의 입장에서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 준혁의 입장에서 한 번 살펴보자.

* 한 사람은 이십 수년 만에 재회하는 흔치 않은 인연의 친구이고, 또 한 사람은 그 어머니와 바통 체인지(baton change) 하여 나의 펜팔 파트너가 된 지 12년 만에 처음 만나는 사람이다.
* 두 사람 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살면서 한 사람은 부산을 처음 방문하고, 또 한 사람은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다.
* 그들은 내가 필요한 물건을 전해주기 위해 배 타고 비행기 타고 외국에서 물 건너온 사람들이다.
* 그런 그들을 맞이하는 내가 병원에 앉아서 선물이나 받고, 밥 한 끼 대접 안 하고, 병원 현관에서 ‘사요나라' 하고 손이나 흔들라는 게 말이 되나?
*게다가 한국말도 신통찮은 사람들이 처음 오는 한국 제2의 대도시에서 지하철을 잡아타고 개금 골짜기에 있는 우리 병원을 찾아온다고? 아이고, 내가 무슨 ‘국제 미아(迷兒)’ 찾아 헤매게 할 일이 있나?


준혁은 여러 가지 궁리 끝에 당일 일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장을 보냈다.


당일 아침 11시 30분까지 부산항 페리 포트에 내 차를 보내 당신들을 픽업할 것이니 그 차를 타고 오세요.

그러면 병원에 12시 50분경 도착할 것이고, 30분 정도 우리 과를 구경한 후 나와 함께 인근에 있는 '삼계탕 전문점'에서 점심식사를 할 겁니다.

식사 후(오후 2시경), 거기서 바로 해운대로 직행해 세계 최대의 쇼핑몰인 ‘신세계 백화점’에 갈 것입니다.

거기에는 한국에서 제일 큰 서점인 ‘교보문고’가 있고 그 옆에는 여러 문구점이 있어 당신이 원하는 그 어떤 것도 다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다음, 매년 부산국제영화제 BIFF(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가 열리는 부산시네마센터를 구경한 후 김해공항으로 직행해 4시 40분까지 도착하도록 하겠습니다.


* P.S.

마중 나갈 사람의 이름은 ‘안현’입니다.

그는 초음파실 팀장이자 나의 오른팔이며, 장동건을 닮아 안동건이란 별명을 붙여주었을 정도로 잘생기고 건장한 체격의 소유자입니다.

그는 입국장 입구에서 당신 이름이 쓰인 피켓을 들고 있을 것인데, 만약 입국장에 나와서 그런 미남이 보이지 않으면 그의 휴대폰 번호(010-9977-8282)로 전화하시고,

만약 그 전화가 연결이 안 되면 내 휴대폰 번호(010-3693-9336)로 전화하고,

그것도 안 되면 내 연구실 번호(051-337-3558)로 연락하고,

그것도 안 되면 입국장에서 10분쯤 기다리다가 택시를 잡아타고 운전기사에게 이 부분을 보여주세요.


“백병원 갑시다”


병원에 도착해서는 본관 입구에 있는 안내데스크에 와서 원내 번호 6544번으로 연결해 달라고 부탁하거나 영상의학과 Professor Han에게 연락해 달라고 하세요.

이 정도면 부산에 와서 나와 만나는 데는 별문제 없을 겁니다.

하지만 가장 큰 난제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점인데,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Mission Impossible을 Mission Possible로 바꿀 것이니 염려 놓으시길.

See you in Busan.


편지를 보낸 후, 외지에서 중요한 손님이 와 준혁이 직접 에스코트해야 할 경우 항상 그리 해왔듯이, 그는 주말에 시간을 내어 점심 식사를 할 식당에서 시작하여 마지막 김해공항까지, 그날 움직일 동선을 따라 자신의 차로 사전답사를 하며 구간 별 걸리는 시간을 재고 트래픽 상황을 체크했다.

그 결과,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계획은 완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