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14 양쪽 말을 잘 듣고 판단하라

귀가 둘인 이유 3

by 한우물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있었던 제(齊)나라는 우리나라 서해 쪽을 향하여 개머리판처럼 톡 튀어나온 산둥반도 일대를 장악했던 나라로서 춘추시대 때는 제15대 환공(桓公(BC 685-643)에 이르러 춘추오패 중 하나로 인정받았고 전국시대로 넘어와서도 전국칠웅 중의 하나로 이어간 강국이었다.

전국칠웅-두산백과.jpg 사진 출처 - 두산백과


제나라 위왕(威王, BC378-320)은 뛰어난 명군으로서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고 제일의 강대국으로 키웠는데 그는 행정개혁을 단행하고 출신보다 능력을 중시하여 신분에 상관없이 인재를 등용하였으며 손자병법(孫子兵法)으로 유명한 병법의 대가 손빈(孫臏)도 이때 군사(軍師))로 기용된다.


그 당시 주나라는 발톱 빠진 호랑이 격인지라 제후 중 누구도 주왕에게 사신을 보내지 않았으나 제위왕은 BC 370년 주열왕(周烈王)을 알현함으로써 그를 크게 기뻐하게 만들어 패자로 인정받고 제후들을 호령할 수 있는 권위를 갖게 되었는데, 이 무렵 조나라가 제나라에 쳐들어 와 견읍(鄄邑)을 빼앗겼다.


이런 상황에서 위왕은 빼앗긴 땅을 되찾을 궁리는 하지 않고 엉뚱하게도 고위 관원들의 군기를 잡을 계획을 세우는데 이와 관련된 유익한 일화가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실려 있어 함께 교훈으로 삼고자 한다.


위왕은 먼저 측근들에게 각 고을의 우두머리급 관원 중 칭송할만한 관원과 처벌해야 할 관원을 보고하라 명했다. 이에 그들은 입을 모아 동쪽 아읍(阿邑)의 대부(大夫)를 칭송하고 즉묵(卽墨)의 대부(大夫)를 비난하자 왕은 그 두 사람을 소환하고 먼저 즉묵 대부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대가 즉묵을 다스리게 되면서부터 그대를 비방하는 말이 매일 전해지고 있소. 그러나 내가 사람을 시켜 즉묵을 살펴본즉 밭과 들이 잘 개간되어 있고 그 땅이 백성들에게 골고루 공급되고 있으며 관청에는 하다가 미루어 놓은 일도 없고 그 결과 이 나라의 동쪽 지역이 편안해졌소. 이는 그대가 나의 측근들에게 뇌물을 주어 자신의 영달을 구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 아니겠소!“

이 말과 함께 위왕은 즉묵의 대부에게 1만 호(戶)의 식읍(食邑, 조세를 걷는 지역)을 하사하였다.


그러고 난 후 아읍의 대부를 불러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대가 아읍을 다스리게 되면서 칭찬하는 말이 날마다 들려오고 있소. 그러나 사람을 시켜 아읍을 살펴보게 한즉 밭과 들은 개간되어 있지 않았고 백성들은 가난에 고통스러워하고 있었소. 이전에 조나라가 견읍(甄邑)을 공격했을 때도 그대는 구하려 나서지 않았고 위나라가 설릉(薛陵)을 빼앗았을 때 그대는 알지도 못했소. 이는 그대가 나의 측근들에게 뇌물을 후하게 주어 자신의 영달을 구하려 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하면서 아읍 대부를 큰 가마솥에 삶아 죽이는 형벌에 처하고 그동안 그를 칭찬했던 측근들도 그와 함께 삶아 죽였다.


이들을 처리하고 난 후 위왕은 조(趙)와 위(衛)를 공격하여 위나라를 탁택(濁澤)에서 쳐부수고 그 왕을 포위하자 위혜왕은 관읍(觀邑)을 바치며 화해를 청하게 되었고 이에 놀란 조나라는 빼앗았던 장성(長城, 견읍)을 되돌려주었다.


이로써 제나라는 그 위세를 천하에 떨쳤으며 제나라 사람들은 거짓을 부리거나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관리들은 성심성의껏 직무를 다하게 되자 나라는 잘 다스려졌고 어떤 나라도 제를 상대로 감히 군대를 일으킬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한다.


참으로 훌륭한 군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한쪽 귀로는 대신들의 말을 듣고 다른 한쪽 귀로는 자신이 파견한 실사단의 말을 듣고 난 후, 당사자들을 불러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엄정하게 일을 처리했다.


만약 그가 조정 대신들 말만 듣고 정사를 처리했더라면 과연 나라가 개혁될 수 있었겠는가?


독일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믿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확인하는 것은 더 좋은 일이다.'

남을 믿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아무리 믿고 좋아하는 사람일지라도 『확인』이라는 검증과정은 거쳐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속담에는 ‘안방에 가면 시어머니 말이 옳고 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옳다.’는 말이 있다. 왜 그럴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처지에서 바라보고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한쪽 말만 듣고 다른 한쪽을 판단하고 정죄한다면 그야말로 어리석은 일이다.


이제 분명해졌다. 하나면 족할 귀를 왜 두 개씩이나 주셨는지.

한쪽 말만 듣지 말고 양쪽 말 다 들어보라고. 그래서 어느 한쪽 말 믿기 전에 확인하고 검증해보라고 그리 한 것이다.


요즈음처럼 온갖 정보가 난무하는 시대에 확인되지도 않은 ‘~카더라' 수준의 소문이나 악의적인 가짜 뉴스를 아무 생각 없이 믿고, 그것도 모자라 SNS상에서 마구잡이로 퍼 나르는 사람들은 귀가 둘인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