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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우물 Oct 23. 2023

말 한마디로 목숨을 구하고 호강하게 된 점장이

기지와 재치

루이 14세와 점장이


루이 14세는 프랑스 역사상 가장 강력한 왕으로, '태양왕'이라는 별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72년이라는 긴 재위 기간 동안 프랑스를 유럽 최강국으로 만들고 절대 왕권을 확립한 인물로서

베르사유 궁전을 건축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당시, 용한 점쟁이가 하나 있어 그의 신통력에 대한 소문이 프랑스 전역에 퍼지면서 그의 집 앞에는 매일 그의 예언들 듣기 위해 프랑스 전역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급기야 그가 한 대신의 죽는 날까지 알아맞히자 백성들은 그의 말을 신의 말이라도 되는 양 떠받들게 되었고 이런 소문은 왕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절대 군주 시대에 왕 이외의 사람을 백성들이 떠받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이놈을 미리 제거해서 후환을 없애야겠다고 생각한 왕은 그를 제거할 음모를 꾸민 후 그를 왕궁으로 불렀다.     

“내 듣자 하니 네가 그렇게 남의 운명을 잘 알아맞힌다며? 그리고 내 신하의 죽음도 예언했다며?

그러니 본인의 운명이야 오죽 잘 알겠는가?. 그래, 너의 죽을 날은 언제인지 한번 알아맞혀 보거라.”     


그제야 점쟁이는 왕이 자신을 부른 이유를 알아차렸다.

정대절명의 순간, 자신이 뭐라 말하든 왕은 자신을 죽일 것이다.


“제 죽을 날은 오늘인 것 같습니다.” 하면, 

“그래? 그럼 어디 두고 보자. 오늘 죽는지 안 죽는지.” 라며 하루 정도 살려두었다가, 

다음날이 되어 "너는 어찌 네 죽을 날도 모르면서 그동안 그렇게 혹세무민 하였더냐?" 하며 죽일 것이고,     


내 수대로 살날을 말하면 

"내가 지금 바로 너를 죽일 것인데 네 놈은 어찌 그것도 모른단 말이냐?” 하며 죽일 것이라.     


그는 눈을 감고 한참 생각에 잠겼다가 드디어 눈을 뜨고 입을 열었다.     


그 말을 들은 왕은 그를 극진히 대접하고 호위병까지 붙여서 고향으로 내려보낸 후, 그가 자연사하는 날까지 그의 신변을 보호했다 한다.


도대체 그가 무슨 말을 했기에 왕이 그랬을까?     


그 점쟁이의 목숨을 살린 말 한마디는 다음과 같다.

.

.

.


"폐하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저는 폐하가 돌아가시기 사흘 전에 죽을 운명입니다.” 



목숨이 경각(頃刻)에 달린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순간에, 그 위기를 신변안전장치로 바꾸어놓은 이 마법 같은 말 한마디야말로 기지와 재치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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