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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우물 Aug 20. 2023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기지와 재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등 서로 국적이 다른 네 명의 친구가 의기투합하여 회사를 하나 설립하고 축하파티를 열었는데 술이 거나하게 취한 다혈질의 프랑스 사람이 즉흥적으로 다음과 같은 엉뚱한 제안을 하였다.


“친구들이여, 앞으로 우리가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다가 누군가가 먼저 이 세상을 하직하는 일이 생기면 장례식날 그 친구의 관 위에 의리의 정표로 500$씩 얹기로 하자.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별생각 없이 좋다고 동의하였다.


그로부터 십 년 후, 회사는 번창하였는데 독일 사람이 너무 일을 열심히 하다가 그만 과로사로 사망하여 그의 장례식이 열리게 되었다.     

  

장례순서가 진행되면서 조문객들이 각자 망자에게 애도를 표하며 관 위에 흙을 뿌리거나 꽃을 바치는 순서가 되었는데  처음 순서는 영국 사람이었다.


그는 죽은 친구에게 애도를 표한 후 10년 전의 약속대로 방금 은행에서 바꾸어 온 깔깔한 100$ 짜리 지폐 다섯 장을 관 위에 얹었다.     

  

다음번 차례는 프랑스 사람이었다.

그는 망자가 쓰지도 못할 돈을 500$씩이나 바친다는 것이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었으나 자신이 제안한 일인 지라 시행하지 않을 수도 없고 하여 고민하며 머리를 굴린 끝에 기막힌 아이디어 하나를 떠 올렸다.


그는 자기 차례가 되자 지갑에서 수표책을 꺼내더니 만년필로 500$이라 쓴 후 그 수표를 친구의 관 위에 얹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마지막 순서의 일본인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자기 차례가 되자 자기도 당좌수표책을 꺼내고선 1500$이라 쓴 후, 그 수표를 관 위에 얹고서는 앞사람들이 낸 현찰 500$과 수표 500$을 집어 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안하지만 이것은 제 수표에 대한 거스름돈으로 가져가겠습니다.”          



유럽인이 유럽인들의 기질을 소재로 우스갯소리를 만들면서 왜 하필이면 일본인을 포함시켰을까?

그것은 아마도 1980년대 당시 일본은 미국과 맞먹으려 들만큼 잘 나가던 때였는 데다가 전통적으로 유럽인들의 일본에 대한 친밀도가 그만큼 높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들이 지금 이런 류의 유머를 만든다면 동양 중 어느 나라 사람을 포함시킬까?

그건 의심할 여지없이 한국인이 될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그들은 우리를 어떤 사람으로 그려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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