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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우물 Oct 21. 2023

대원군과 시골선비의 기지

기지와 재치

청나라 사신을 한방 먹인 대원군의 기지


한 건방진 청나라 사신이 조선의 경복궁을 둘러보고 흥선대원군에게 물었다.

"이 궁궐을 짓는 데 얼마나 걸렸습니까?"


대원군이 답했다.

"약 3년 정도 걸렸습니다."


그러자 청의 사신은

"이 정도 건물은 우리 대청국에서는 1년이면 뚝딱 지어낼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하며 대원군의 자존심을 자극했다.      


다음으로 창덕궁을 보더니 청나라 사신은 또 물었다.

"이 궁궐을 짓는 데에는 얼마나 걸렸습니까?"


대원군이 답했다.

"1년 정도 걸렸습니다."

 

그러자 청의 사신은

"우리 대청국은 이 정도는 몇 달이면 다 지을 수 있지요."

라고 말하며 또 흥선군의 심기를 건드렸다.      


다음으로 숭례문에 다다르자 사신이 또 아까와 같은 질문을 하였는데

대원군은 이런 대답으로 사신의 입을 막아버렸다고 한다.  

.

. 


"여기는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없었던 곳이외다!"


대원군의 시험에 통과한 시골선비의 재치


임금의 생부인 대원군이 어린 왕을 대신하여 섭정을 하던 시절 그의 권세는 하늘을 찌를 듯하였다.

하지만 믿고 쓸만한 인재가 잘 없어 고민을 하고 있던 때, 그날도 그는 난초를 그리고 있었다.


그때 웬 시골선비가 찾아와서 알현을 청하였다.
대원군의 방에 안내된 선비는 그의 앞에 오자 공손히 절했다.

하지만 대원군은 선비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난초만 그리고 있었다.


선비는 무안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일에 몰두해 있는 권세가에게 함부로 말을 붙일 수도 없고,

그냥 서 있자니 뻘쭘하고, 참으로 거북한 상황이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선비는 머뭇거리다 절 외에는 방법이 없다 생각하고 다시 한번 절을 했다.
그러자 대원군은 난초 그리던 붓을 집어던지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고얀 놈 같으니, 죽은 사람에게나 재배(再拜)하는 법이거늘 어찌 산 사람에게 두 번 절한단 말인가?"

보통 선비 같았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혼비백산했을 터인데,  그 선비는 보통사람이 아니었나 보다.

그는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

.

그런 뜻이 아니옵니다. 처음에 한 절은 와서 뵙는다는 절이옵고, 이번 절은 물러간다는 절이옵니다.”


 그 대답을 들은 대원군은 실로 오랜만에 쓸만한 사람을 하나 얻었다고 생각하고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


 “거 어디서 온 누구인고?”

선비가 또렷하면서도 공손하게 자기소개를 하자 대원군은 물러가 있으라고 말하고,

선비가 물러간 지 사흘이 되지 않아 그에게 영광 군수의 발령이 내려졌다 한다.



* 표제 사진: 대원군의 묵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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