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군과 시골 선비의 기지

기지와 재치

by 한우물
청나라 사신을 한방 먹인 대원군의 기지


한 건방진 청나라 사신이 조선의 경복궁을 둘러보고 흥선대원군에게 물었다.

"이 궁궐을 짓는 데 얼마나 걸렸습니까?"


대원군이 답했다.

"약 3년 정도 걸렸습니다."


그러자 청의 사신은

"이 정도 건물은 우리 대청국에서는 1년이면 뚝딱 지어낼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하며 대원군의 자존심을 자극했다.


다음으로 창덕궁을 보더니 청나라 사신은 또 물었다.

"이 궁궐을 짓는 데에는 얼마나 걸렸습니까?"


대원군이 답했다.

"1년 정도 걸렸습니다."

그러자 청의 사신은

"우리 대청국은 이 정도는 몇 달이면 다 지을 수 있지요."

라고 말하며 또 흥선군의 심기를 건드렸다.


다음으로 숭례문에 다다르자. 사신이 또 아까와 같은 질문을 하였는데

대원군은 이런 대답으로 사신의 입을 막아버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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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없었던 곳이외다!"


대원군의 시험에 통과한 시골 선비의 재치


임금의 생부인 대원군이 어린 왕을 대신하여 섭정을 하던 시절 그의 권세는 하늘을 찌를 듯하였다.

하지만 믿고 쓸만한 인재가 잘 없어 고민하고 있던 때, 그날도 그는 난초를 그리고 있었다.


그때 웬 시골 선비가 찾아와서 알현을 청하였다.
대원군의 방에 안내된 선비는 그의 앞에 오자 공손히 절했다.

하지만 대원군은 선비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난초만 그리고 있었다.


선비는 무안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일에 몰두해 있는 권세가에게 함부로 말을 붙일 수도 없고,

그냥 서 있자니 뻘쭘하고, 참으로 거북한 상황이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선비는 머뭇거리다 절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고 다시 한번 절을 했다.
그러자 대원군은 난초 그리던 붓을 집어던지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고얀 놈 같으니, 죽은 사람에게나 재배(再拜)하는 법이거늘 어찌 산 사람에게 두 번 절한단 말인가?"

보통 선비 같았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혼비백산했을 터인데, 그 선비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나 보다.

그는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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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뜻이 아니옵니다. 처음에 한 절은 와서 뵙는다는 절이옵고, 이번 절은 물러간다는 절이옵니다.”


그 대답을 들은 대원군은 실로 오랜만에 쓸만한 사람을 하나 얻었다고 생각하고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


“거 어디서 온 누구인고?”

선비가 또렷하면서도 공손하게 자기소개를 하자 대원군은 물러가 있으라고 말하고,

선비가 물러간 지 사흘이 되지 않아 그에게 영광 군수의 발령이 내려졌다 한다.



* 표제 사진: 대원군의 묵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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