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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우물 Sep 04. 2023

강13 셀프소개

연자 소개 02

 필자는 남에 의한 나의 소개보다' 셀프소개'를 더 선호한다.

그 이유는 내 소개를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미나가 아닌 나만의 단독 특강인 경우, 주최 측에는 아주 간단한 레주메이만 보내고 자세한 연자 소개는 나 스스로 하겠다고 미리 통보해 둔다.  

   

청중은 행사 공고를 통해 이미 연자의 이름과 소속, 직함 정도는 알고 있고 그 정보는 강의 전에 사회자니 좌장 등에 의해 다시 한번 소개된다. 그런데 왜 연자 소개 시간이 더 필요할까? 

그것은 오로지 강의할 사람이 대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청중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서다.     


사람은 인간적 알맹이와 사회적 포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청중은 과연 어느 쪽을 더 궁금해할까?     

나의 직업과 내가 현재 몸담고 있는 기관 정도면 포장 소개는 된 것 아닌가? 

내가 과거에 어떤 직위를 지냈고 어떤 업적을 남겼는지가 강의를 듣고자 모인 청중에게 뭐 그리 중요하며 뭐 그리 궁금한 관심거리가 되겠는가?     


그래서 나는 인문학 강의를 할 때면 남이 읊어대는 나의 포장지에 대한 소개보다는 나 스스로 내 속살을 살짝 드러내 보이기를 좋아하여 이름, 나이, 고향, 가족관계, 기질 등에 얽힌 에피소드와 영상의학자가 인문학 강의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 3분 내외로 간략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간다.     


그러면 필자는 어떤 목적으로 이러는 걸까? 

셀프소개의 목적
 


셀프 소개를 통해 필자가 지향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1. 남이 하는 소개는 어떡하든 연자를 띄워주려는 허풍이 들어가지만셀프소개 시에는 내 잘난 척하는 내용은 들어갈 여지가 없어 청중에게 보다 인간적으로더욱 친밀하게 다가가 연자와의 유대감을 강화한다.

2. 이런 류의 소개를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청중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강의에 더욱 집중하게 만든다.

3, 유머러스한 소개로 인해 이 사람 강의는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을 심어준다


셀프소개의 실예實例)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자기소개를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지금부터 필자가 했던 셀프소개 내용 중 두 부분만 뽑아서 독자들에게 참고 자료로 소개하겠다. 


[출생 연도 소개 시의 멘트]


“제가 태어난 해는 1953년인데, 여기 모인 여러분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저의 이 출생 연도를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냐?' 하는 표정을 짓는다.

 

"왜냐? 한국 사람이라면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사건이 일어난 해이기 때문이지요. 혹시 이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시는 분?”     


그러면 한 사람 정도는 대답할 때가 간혹 있다.

“육이오 전쟁이 끝난 해입니다.”   


“맞습니다. 아주 의식 있는 분이시군요.”      

그러면서 아래의 슬라이드를 비춘다.                   


“보시다시피 육이오 전쟁은 1950년에 시작하여 1953년에 끝났습니다. 우리는, 우리 역사 상 가장 큰 비극인 동족상잔의 이 전쟁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 후 다음 슬라이드를 비춘다.  


"이 사진을 올린 이유는 저 사진 속 여자 아이의 등에 업힌 아기가 바로 저.” 하며 헛기침 한번 해서 약간 뜸을 들인 후,

“.라서가 아니라, 전쟁 통에 모든 것이 파괴되고 부모 잃은 고아도 넘쳐나는 참으로 힘든 시대에 태어나 어린 시기를 보냈다는 뜻으로 올린 것입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깜박 속을 뻔했다는 표정과 함께 가벼운 웃음을 짓는다.

 

[기질 소개 시의 멘트]    

 

기질 소개 시에는 아래의 슬라이드를 비춘 후


"제 기질은...

 히포크라테스 분류에 따르면 <담즙·우울>로서 성경 속 인물로는 사도 바울에 해당하고요.

  MBTI로는 INTJ로 아주 드문, 무언가 오묘한 구석이 있고,

 에니어그램 상으로는 장형 8번으로서 전형적인 두목형인데,

 우리 전직 대통령 중에도 이 장형 8번에 똑 맞아떨어지는 분이 한 분 계시지요. 누구일까요?"

     

그리고는 다음 슬라이드를 비추며 말한다.             


“예. 맞습니다. 대충 짐작하셨겠지만, 전 재산이 이십구만 원밖에 없다는 전두환 대통령이십니다. 평소에 자기 울타리 안에 든 사람은 확실히 보호해서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부하 중에 배신자는 나오지 않는 그런 사람 말입니다.”     


그러면 폭소가 터져 나온다.


이렇게 하여  내가 어떤 시대적 배경에서 태어나고 자랐는지, 내가 어떤 캐릭터의 인물인지에 대해 확실히 각인시키고 사도 바울이나 전 대통령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나를 떠올리게 하는 반사이익도 노린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알맹이는 강의내용이란 사실을 명심하자.

아무리 자기소개를 잘해도 강의 내용이나 강의기법이 수준 이하면 오히려 더 큰 실망을 초래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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