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점검사항 2
점검사항 2. 마이크
마이크와 관련된 제반 사항에 대해서는 앞 장에서 자세히 설명하였으니 이 장에서는 강연 장소에 따른 대처법에 대해 살펴보자.
1) 방송 출연
방송국 스튜디오나 방송국 주관 행사장에서 강연할 경우, 출연자는 마이크 시스템에 대해서는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방송의 생명은 일차적으로 사운드에 걸려있다.
비록 TV 방송이라 할지라도 소리 없는 방송은 생각할 수 없다.
그러므로 사운드에 문제가 생기면 나보다 자기들이 먼저 망한다.
하여,
그런 곳에선 음향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 최고로 신경 써서 다 알아서 하므로 출연자는 그저 용각산이나 먹고 목소리나 가다듬고 있으면 된다.
2) 규모가 큰 공연장이나 강당
극장(theater), 시민회관, 대학 강당같이 여러 종류의 행사가 치러지는 큰 행사장에는 사운드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고 음향담당자가 따로 있어 출연자가 크게 신경 쓸 건 없다.
하지만 뮤지컬, 연극, 록밴드의 라이브 공연 등과 강의는 서로 조건이 다르다.
그러므로 일찍 가서 시스템을 점검하고, 내 목소리에 맞게 조절하고, 마이크와의 적정거리도 미리 체크해야 한다.
3) 학교 강의실
학교 강의실은 강연장 중 가장 작은 규모로서 고품질의 음향시스템은 기대하기 힘들고 음향 담당 전문가도 없어 명강의를 하기엔 가장 열악한 환경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말을 뒤집어 놓고 생각하면 이런 장소야말로 강연자의 기량 차이를 확연히 드러내 보이는 훌륭한 테스트베드(Test Bed)라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이런 곳에 있는 엠프는 대개 '볼륨', '베이스', '트레블' 정도만 조절할 수 있는 간단한 구조의 것이라 주최 측 실수로 마이크 시스템의 세팅을 잘 못 해놓았을 경우 앞서 설명한 '마이크의 종류와 특성, 그리고 그 다루는 법'을 숙지한 사람은 스스로 바로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점검사항 3. 실내조명
연자가 무대에 나와 강의할 때 마이크 다음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바로 ‘실내조명’이다.
영상물 없이 강의할 경우, 청중은 연자의 입만 바라본다.
하지만 스크린에 영상이 비치는 순간, 청중의 시선은 화면으로 향하고 화면이 바뀔 때마다 연자의 얼굴 대신 영상물을 따라간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그러면, 이렇게 청중의 시선을 잡아끄는 영상물이 선명하게 잘 보이려면 실내조명은 어떤 상태가 좋을까?
당연히 어두울수록 좋다.
왜 그런가?
그 이유는 TV나 휴대폰은 그 자체가 강력한 발광체(發光體)이기 때문에 실내조명에 그렇게 큰 영향을 받지 않으나 영화나 PPT같이 스크린에 비치는 영상은 영사기나 프로젝터라는 발광체를 통해 투영된 그림자에 불과하므로 전등 불빛보다 조도가 훨씬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대형 강연장에서조차 조명을 그대로 켜둔 채 영상물을 비추는 경우를 너무 자주 본다. 생각이 없어도 어찌 이리 없을 수가 있을까? 만약 영화관에서 실수로 불을 안 끄고 영화를 상영한다면 다들 가만있겠나? 그런데 정작 영화보다 더 중요한 강의나 강연 시에는 조명을 낮추지 않아도 다들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연자 외에는 누구도 함부로 나설 처지가 못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행사 시작 전에 가서 진행 요원에게 PPT를 돌리게 한 후 청중석에 앉아 조명 담당에게 무대조명부터 관중석 조명까지 하나둘 끄게 하면서 강의 진행 상황에 따른 가장 이상적인 상태를 찾아 미리 지시해 놓는 것이다.
하지만 미리 점검할 수 없는 상황이 생겼거나 조명 담당자가 지시 사항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를 위한 대비책도 세워놓아야 한다.필자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조명에 관해 다음과 같은 원칙을 세워두었다.
1. 행사가 시작되어 좌장의 연자 소개와 연자의 인사말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모든 조명을 그대로 둔다.
2. 영상의학 강의인 경우 첫 슬라이드가 넘어가면서 본격적으로 강의가 시작되면 무대조명뿐 아니라 청중석 앞부분 조명도 끄게 하고, 인문학 강의의 경우에는 무대조명만 끄게 한다.
3. 연자를 향한 스포트 라이트가 따로 있을 경우에는 강의 내용과 상관없이 앞 좌석 조명까지 끄게 한다.
4. 마지막 summary 부분에 와서는 불을 다 켜게 해 주의를 환기시키며 결론을 강조한 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