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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우물 Sep 14. 2023

강16 영어로 발표할 때 미국식 영어는 (X)

강의 기법 03

중학교 영어 선생님이 깨닫게 해 준 것

# 중학교 2학년 영어 시간

선생님이 칠판에 ‘ear’와 ‘year’를 써놓고 다들 발음을 한 번 해보라 하였다.     

우리는 둘 다 똑같은 ‘이어’로 발음했다.

그러자 선생님이 말했다.

“그렇게 발음하면 서양 사람들은 둘 중 어느 것을 말하는지 구분을 못 해요.”      


ear와 year는 전혀 연관이 없는 단어인지라 그때까지 한 번도 서로 연결 지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막상 이렇게 붙여놓고 보니 의미는 다른데 발음은 똑같지 않은가? 이걸 어떻게 감별하지? 


선생님이 설명하기를 ‘ear’라 할 때 ‘이’는 성대만 울리는 마른 발음으로, ‘year’라 할 때 ‘이’는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빠~다(버터) 바른 기름진 발음으로 해야 한다면서 그 발음 요령과 함께 두어 번 시범을 보인 후 우리 모두가 잘할 때까지 계속해서 반복시켰다.   


그날 수업은 그것으로 끝났다. 

내가 학교에서 경험한 수업 중 가장 짧은 수업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짧은 수업이야말로 중·고·대학을 통틀어 영어 수업 중 가장 강렬한 임팩트(impact)를 남긴 시간이었다.


그분이 나를 깨닫게 한 점은 언어는 역시 발음이 제일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무엇을 하든 기초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언어 소통이란

외국인이 어떻게 한국말을 나만큼 할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내가 어떻게 영어를 영국 사람만큼 할 수 있겠는가?     


외국인이 우리말로 떠듬거리면서 말을 하면 비록 제대로 된 문장이 아니라 하더라도 문장 속에 나오는 중심단어(key words) 몇 가지를 연결하여 내가 알아서 각색하고 이해하듯 외국인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럴 때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그것은 바로 발음이다.


발음만 제대로 하면 어린아이 말하듯 술어(述語) 없이 띄엄띄엄 단어만 나열해도 대충 뜻은 통한다.

하지만 키워드의 발음이 잘 못 되면 아무리 유창하게 문장을 읊어대도 뜻을 잘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 후로 나는 외국어를 공부할 때 단어 하나하나 사전을 찾아서 사전에 나와 있는 발음기호대로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익히며  i/y, b/v, p/f, r/l의 발음 차이와 ph와 th 발음을 확실하게 입에 익혔다. 

영어는 이들 단어만 바로 발음하면 비록 문법에 어긋나는 말을 한다 해도 다들 나름대로 알아서 듣는다.


미국식 영어의 문제점

국제학회에 가서 각 나라 사람들의 논문발표와 강의를 듣다 보면 나라 수만큼이나 억양도 다양하다. 

제각각 제식대로 영어를 구사한다.

아무리 영어가 세계공용어라 하더라도 모국어가 있는 나라 사람들에게 영어는 어차피 외국어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영국이나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교육을 받은 사람이 아닌 다음에는 대부분 자기 나라말의 억양을 바탕에 깔고 영어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나 영국 사람이 못 알아듣나? 

다 알아듣는다. 

발음만 정확하다면.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한마디로 이민자의 나라다. 

온갖 인종이 모여 아메리카라는 거대한 용광로 안에서 하나로 녹여낸 나라다.

그래서 탄생한 말이 American English. 쉽게 이야기해서 '짬뽕 영어'.

온갖 민족의 혓바닥을 한데 모아 매끄럽게 잘 돌아가도록 빠다(butter)를 듬뿍 넣고 섞어서 굴리다 보니 자연스레 연음(連音, linking sound)과 묵음(默音, silent  syllable)이 발달했다.


하지만 이런 말은 외국인에게는 상당히 황당한 언어다. 

사전에 나오는 발음을 제대로 다 하지도 않고  채찍 말듯 혓바닥 굴려서 구렁이 담 넘어가듯 이 문장에서 저 문장으로 넘어가면 어느 나라 사람들이 쉽게 알아듣겠는가?


이것은 일본사람들이 맥도널드(McDonald's)를 '마구도나루도'라 발음하면 영· 미 사람들이 도무지 못 알아듣는 것이나 같은 이치다.


English

영어란 말 그대로 England 사람들이 쓰는 말, 즉 영국말이란 뜻이다.

따라서 Standard English, 즉 정통 영어란 British English(영국식 영어)를 말하고, 

정통 영어를 구사하려면 영어사전에 나오는 발음에다 영어식 억양만 쓰면 되는 것이다.


이런 Standard English로 말을 하면 영국인이건 미국인이건 다른 나라 외국인이건 못 알아듣는 사람 아무도 없고 말의 품격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묵음과 연음을 심하게 쓰면 말이 불분명해질 뿐 아니라 그걸 쓰는 사람까지 격 떨어지게 만들다 보니 미국에서도 상류층으로 갈수록 그런 영어는 잘 안 쓴다. 


이런 내용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대통령의 연설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연설을 들어보면, 딱 한 사람 트럼프를 제외하곤, 전부 단어 하나하나 분명하게 발음하지 결코 대화할 때 쓰는 그런 미국식 영어는 쓰지 않는다. 


논문발표나 학술 강연장에 서는 발표자는 자신이 말하는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우리말로 발표하나 외국어로 발표하나 가장 기본은 정확한 발음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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