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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우물 May 26. 2024

My way My life My story

My way     

사람은 어머니의 자궁문을 열고 이 세상에 얼굴을 내미는 순간 자신의 앞에 놓여있는 인생길에 발을 디디게 되고 한번 내디딘 이 발걸음은 평생토록 그 길을 따라가야만 한다. 이처럼 자신의 뜻과 아무런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그 모든 것을 우리는 운명(運命)이라 부른다.


무엇이 운명을 결정하는가? 

거기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작용하겠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몸 안에 있는 유전자(DNA)와 그 유전자를 물려준 부모다.      


DNA는 얼굴 생김새, 키, 체형, 머리카락, 피부색, 체질, 건강, 기질, 감성, 지능, 재능 등 한 생명체의 모든 형질(形質 )을 결정하는  비밀 코드 같은 것으로 이 인자는 죽을 때까지 변함없고 사람은 이것을 가지고 일생을 살아가게 된다. 


이 형질 중 외모와 재능, 이 두 가지만으로도 앞으로 그 사람이 위치할 사회적 분야와 레벨이 대충 정해질 정도이니 자신의 DNA야말로 자신의 운명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따라 그 발현의 양상은 달라질 수 있고, 그중 가장 먼저 다가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자신이 태어난 집안이다.      


DNA가 생명력을 가진 씨앗이라면 태어난 집안은 그 씨앗이 뿌려진 밭이고 부모는 그것을 가꾸는 농부라 할 수 있다. 


같은 인자(因子)를 지닌 사람이라도 남한과 북한 중 어디에서 태어났는가에 따라 한 사람의 운명은 극명하게 갈리고, 같은 남한이라 하더라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는지 부잣집에서 태어났는지에 따라 입에 무는 숟가락의 재질부터 달라진다. 


또한 그 부모가 어떤 인격의 소유자인지에 따라, 그리고 자식에게 어떤 교육을 시키고 어떻게 훈련하느냐에 따라 자식의 인성(人性)이 달라진다.     


이렇듯, 똑같은 씨앗이라도 뿌려진 밭의 위치와 토양에 따라, 가꾸는 농부의 지혜와 정성에 따라 발현되는 양상은 사뭇 달라질 수 있다. 


그러므로 내 속에 들어있는 DNA와, 내가 태어난 집안과, 나를 돌보고 키워주는 부모, 이 세 가지 요소만으로도 앞으로 전개될 내 인생길에 대한 밑그림은 이미 그려진 것이나 다름없다. 이것이 곧 내게 주어진 나의 운명이요 내가 걸어가야 할 길, 곧 My way인 것이다.


My life     

이렇듯 미리 정해진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인생이라면 그런 인생에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는 그저 꼭두각시에 불과한 존재인가? 운명은 결코 변할 수 없는 것인가? 이들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운명의 정체부터 파악해야 할 것 같다.      

    

운명(運命, destiny) 혹은 명운(命運)이라 불리는 이 단어는 받들어야 할, 거역할 수 없는 명(命)과 움직일 수 있는 운(運)으로 되어있다. 이 말은 곧 운명에는 영원히 변할 수 없는 몸통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움직이는 팔다리도 함께 붙었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무엇이 명이며 무엇이 운일까?

내가 물려받은 DNA라는 인생 설계도와 그것을 물려준 부모는 숙명(宿命, fate)으로서 결코 변할 수 없는 부분이고, 나를 보내신 이가 내 손에 쥐여주신 「자유의지」는 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기에 운(運)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자유의지! 

이것이 있기에 인간은 시키는 대로 하는 꼭두각시가 아닌, 주체성을 가진 한 인격체로서 존중받을 가치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게 주어진 길을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걸어갈 것인지는 오로지 나 자신에게 달린 것이다.     


이 자유의지란 복주머니 속에는 선택과 노력이라는 두 개의 보물이 들어 있고, 이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운명은 바뀔 수 있다.     


우리는 하늘에서 내려온 명(命)에 의해 각자에게 주어진 길을 가게 되지만, 인생의 중요한 굽이마다 갈림길이 나타나 우리의 선택을 기다린다. 여기서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직진하기도 하고, 턱없이 돌아가기도 하고,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고, 때로는 엉뚱한 길로 들어서 헤어나기 힘든 수렁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현명한 선택을 위해서는 먼저 하늘의 뜻을 잘 살피고, 그 위에 지식과 지혜를 더해야 한다.     


현명한 선택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노력이다.

세상에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혹여 운이 좋아 그런 일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노력 없이 얻은 열매는 나중에 독이 될 뿐이다.

      

하지만 노력한다고 해서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일이든 운이 따르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러기에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말까지 생겨나지 않았겠는가. 운은 어떻게 결정될까? 운은 내 의지와 노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나의 기운(氣運)과 하늘의 천운(天運)과 시류(時流)의 시운(時運)이 맞물려 돌아가면서 때에 맞는 운수(運數)가 결정된다.
 

비록 최선을 다했어도 아직 하늘이 정한 때가 이르지 않으면 이룰 수 없고, 시대를 너무 앞서가도 사람들이 그 진가를 알아보지 못한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언젠가 때가 되면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기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던가. 

이것이 곧 내가 살아가야 할 나의 인생, My life이다.


My story     

이런 길을 나는 72년간 쉼 없이 걸어 왔다.

그러다가 의자에 앉아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앞만 보고 걸을 땐 보이지 않던 것들이 훤히 한눈에 들어왔다.     

과거에는 하나의 단편들로만 존재하던 각각의 사건들이 전체의 한 부분으로 눈에 들어왔다

과거에 내 가슴에 대못 박았던 사람들의 최후도 보게 되고오래전에 일어났던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의 결말도 알게 되고한 사건이 다른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까지 알고 나니 나의 인생 전체가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왔다.     


이제 나는 인생 열차의 종점에 내려 본향으로 가는 마차로 갈아탈 때 무얼 가지고 갈 것인지를 생각해 본다

답은 정해졌다. 나는 내 가방 속에 내가 쓴 책 두 권을 넣어갈 것이다


한 권은 내가 살아온 인생 여정의 굵직한 발자취를 그린 나의 전기(傳記보조기또 한 권은 소소한 일상에서 나누고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기록한 바로 이 책 맛깔난 인생 레시피.     


나는 이 두 권을 들고 가서 보조기는 하늘나라 입국심사대를 통과할 여권으로 사용하고, 맛깔난 인생 레시피 맨발로 뛰어나와 나를 맞아 주실 아버지께 선물로 내놓고 밤새 읽어드리려 한다.        


이 두 권 다 세상에서 유일한 나의 이야기 책이다. 

내가 쓴 책이 아버지의 심금을 울리려면 어떤 내용이어야 할까? 그것은 다양하고 풍성한 소재를 바탕으로 재미와 감동과 의미가 잘 버무려진 작품이라야 할 것이다이런 이야기를 쓰려면 그 소재는 어디서 구해야 할꼬그것은 전부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온다.         


아버지는 나를 길 떠나보내면서 외롭지 말라고 많은 길동무를 보내주셨다.

어려서 만나는 가족과 친구와 선생님,  다 커서 만나는 연인과 동료와 공동체 식구들. 

이들 중에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도 있고, 내 소매를 붙드는 사람도 있고, 내가 붙잡는 사람도 있고그러다가 얼마 안 가 헤어지는 사람도 있고평생을 동반자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희로애락을 맛보고 사랑과 정을 나누고 희생과 양보를 배우며 서로의 존재가치를 깨달아가고 그 과정에서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생겨난다이것을 소재로 써 내려가는 나의 인생 이야기는 내가 그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가는가에 따라 보석처럼 반짝이는 아름다운 작품이 될 수도 있고지저분한 쓰레기 같은 내용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인생을 진정으로 부요하게 살다 가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는 통장에 잔고를 많이 남긴 사람이 아니라 기억의 창고에 영원히 보관하고 싶은 추억을 많이 쌓아놓은 사람이다


사람은 죽기 직전의 순간, 기억의 망막에 자신에 관한 동영상이 휘리릭 지나가는데 그 상영시간은 나이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추억의 양에 비례한다. 부와 권력과 명예로 소중한 추억을 바꿔 먹은 사람들. 그래서 마지막 순간에조차 별로 비춰줄 것 없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빈한하게 살다가는 불쌍한 사람이다.          


인생을 진정으로 잘 살다 가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재미있고 따뜻하고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많이 써온 사람이다비록 내용은 비극적이라 할지라도 유머로 재미있게 풀어가고, 정으로 따뜻한 온기를 느끼게 하고, 사랑으로 감동케 하는 그런 이야기. 


이것이 우리가 살면서 써 내려가야 할 우리들의 이야기이자 나의 이야기, My Stor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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