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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우물 Oct 26. 2024

국유화가 겁이 나

처칠의 되받치


처칠이란 인물 

윈스턴 처칠(Sir Winston Leonard Spencer-Churchill)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의 총리로서 연합국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20세기 역사를 좌지우지한 영웅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위대한 정치인일 뿐 아니라 노벨문학상을 수상할(1953년) 정도로 다방면에 재능 있는 사람이었다.

필자는 정치인 중에 유머나 독설, 되받아치기 수법에 있어 그를 능가할만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를 섣불리 잘 못 건드렸다간 그야말로 뼈도 못 추린다.

그래서일까? 

그는 평소에 담배(Cigar)를 입에 물고 살다시피 한 극한의 골초였음에도 불구하고 폐암도 감히 그를 건드릴 생각을 못 하고 피해 가, 90세(1964년)까지 장수하였다. 1960년대 영국 남성평균수명 추정치가 70세 임을 감안하면 담배 안 피운 보통 남자보다 20년을 살다 간 것이다.


아래의 이야기는 이런 사람 섣불리 건드렸다 오히려 역공을 당한 애틀리와의 일화이다.


대물의 국유화


대기업 국유화를 놓고 치열한 설전을 벌이던 의회가 잠시 정회된 사이 수상 처칠이 화장실에 들렀다.

의원들로 만원인 화장실에는 빈자리가 딱 하나 있었는데것은 국유화를 강력히 주장하는 노동당 당수 클레멘트 애틀리(Clement Attlee)의 옆자리였다.     

처칠은 마지못해 그 변기로 가 그를 아는 척도 않고 앞만 쳐다보며 용변을 보았다.

이에 기분이 상한 애틀리가 물었다.


당신은 어찌 사람을 보고도 아는 척도 안 해요혹시 나한테 무슨 불만이라도 있습니까?”     


그러자 처칠이 말했다.


천만에요괜히 겁이 나서 그럽니다당신은 뭐든 큰 것만 보면 국유화하자고 주장하는데,

혹시 제 것을 보고 국유화하자고 달려들면 큰일 아닙니까?”            

   



자신의 무례에 대해 항의하는 사람에게 이런 식으로 되받아치다니! 역시 대단한 인물이다.

이 이야기를 처음 읽었을 때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국유화 주장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 왜 하필이면 자신의 성물(性物)에 빗대어 말했을까?

그가 진정 대물이라 그런 생각이 떠 올랐는가? 아니면 그냥 웃자고 한 소린가?

 

이에 대한 나의 결론은 한동안 미루어 두었는데 다음 에피소드를 접한 후 전자 쪽으로 기울었다.


#에피소드 2

1940년, 총리가 된 처칠은 임기 시작 첫날 의회 연설을 마치고 화장실에서 자연의 심판을 받고 있었다.

그때, 한 의원이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양 손바닥을 벽에 대고 소변을 보고 있는 처칠의 모습에 깜짝 놀라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그는 능청스레 다음과 같이 답했다.


"의사 선생 조언이 되도록 무거운 물건은 들지 말라고 해서요."


이를 보면 그가 평소에 자신의 근본에 대해 얼마나 자부심에 차 있었는지 알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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