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서 에세이를 읽다 보면 때로 너무 길면 읽다가 지치는 느낌이 있다. 반대로 어떤 경우에는 너무 짧은 나머지 감동이 미처 달아오르기 전에 끊기는 느낌이다. 내 글을 쓰면서도 걱정이 된다. 지루함과 부실함사이의 최적의 분량은 뭘까? 이를 찾아내기 위해 상관관계로 백개의 글을 분석했다. 실험 방법은 다음과 같다.
유명 작가 10분의 에세이 브런치북을 모수로 삼았다. 가장 좋아요 높은 브런치북을 한 개씩 선택해 2화에서 11화까지의 글 10개에서 글 길이와 좋아요의 상관성을 엑셀로 분석했다.
특정 브런치북 내에 있는 글끼리 상관성을 분석한 이유는 변수때문이다. 작가별, 주제별 등 온갖 변수들을 가능한 줄이기 위해서다. 나아가 글길이 평균을 대표값으로 삼아 길이별로 비교했다. 길이는 읽는 시간이 타이머로 표시된 '분'으로 계산했다. 결과는 매우 직관적이었다.
브런치북 별 평균 글길이와 좋아요 수의 상관관계 비교
1. 길면 길수록 좋아요 받기 힘들다.
x축은 평균 글길이다. y축이 좋아요 상관성이다. 1에 가까울수록 긴 글길이와 많은 좋아요가 상관성이 있다. 0이면 없고, -1이면 반비례한다. 평균 1.5분 길이 브런치 북은 분량이 너무 짧은지 상관성이 낮다. 그리고 2.7분 길이에 갑자기 급등하더니 7.3분 정도의 글은 길면 길수록 좋아요 받기가 힘들었다.역시 짧은 에세이가 좋아요 받기 유리하다.
2. 에세이 최적은 1600자다.
직관적으로 볼 때 1.5분 ~ 2.7분, 2.7분 ~ 2.9의 길이 차이에서특별한 무언가를 떠올리긴 힘들다. 그러나 2.7분 즉 2분 40초 정도의 글길이 구간에서 글 길이와 좋아요는 높은 상관성이 있다. 참고로 읽는 시간 2분 40초는 대략 1600자 정도다. 지금 이 글보다 살짝 더 많은 분량이다.
3. 길어도 2700자를 넘기지 않는다.
읽는 시간 4분 30초 즉 2700자 정도에서 길이에 따른 좋아요의 긍, 부정적 효과는 없다. 그런데 이를 넘어가면 긴글은 좋아요에불리했다. 2700자를 넘기는 에세이를 쓸 때는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상관계수 분석의 한계는 명확하다.
4. 상관계수 분석은 도약을 돕는 발판일 뿐이다.
상관계수는 인과관계가 아니다. 기초적이지만 오묘한 사실이다. 책 클루지에서 이와 같은 표현이 있다. "발이 큰 신발 사이즈를 신는 사람들이 역사와 지리에 더 밝다는 상관성이 있다. 하지만 당신이 큰 사이즈 신발을 신어도 역사와 지리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것이 아니다."
위에 그래프가 나름 아름답게 그려졌어도 그건 선발된 모집단에서 상관성이 있다는 '현상'이다. 현상이라는 숲을 봤더니 산도 보이고, 파인곳도 보이는 법이다. 나무를 보면 좀 다를 수 있다. 글 평균 길이 2분 40초의 브런치 북이 글길이와 좋아요 상관성이 매우 높은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길어서 유리하지도 불리하지도 않은 4분의 30초의 글을 무조건 줄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
원래부터 에세이 감성이 2분 40초 정도로 짧게 표현하는 게 적절하다면 글길이를 다소 줄여보는 시도도 좋다. 하지만 원래부터 에세이 감성이 4분 30초 정도로 길게 표현하는 게 적당할 수 있다. 그런 경우 길이를 압축하면 오히려 감정선이 찌그러질 수 있다. 또한 지나치게 길이에 목매면 작가 고유 스타일을 가꾸는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분석의 가치는 있다.좋아요가 간절하고, 글쓰기 스타일을 개선하고 싶은 작가분들이 있을 것이다. 개선을 위해 참고할 최적의 분량이란게 어짜피 모호한거면, 통계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기준삼을수 있다. 기준을 바탕으로 직접 실험해 변화에 도전하는 것은가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