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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 May 16. 2023

이사했습니다

서울을 떠나 양평으로

 어제 이사했습니다.
 16년 동안 내 보금자리가 되어주었던 곳. 막상 떠나자니 울컥하더군요.
 더 좋은 집으로 이사 간다고 마음이 이미 떠난 것처럼 빨리 이사 가자고 할 때는 언제고.
 그동안 정이 들긴 했나 보네요.
  반 이상 짐을 옮기고, 대부분의 가전제품과 가구를 버리고 가는 이사라 2.5톤 한 대에 여유 있게 실었습니다. 대부분 가전제품은 재활용한다고 싣고 가시네요. 아, 이삿짐센터에서 가지고 는 거라 이사 비용에서  차감하고 계산했습니다.
 두 사람 온다더니 다른 팀 네 사람이 더 왔어요.이사하는 집이 늦게 오라고 했다고 시간이 있어서 왔다고 짐 싸는 걸 도와주고 가시더군요. 덕분에 짐을 빨리 내릴 수 있었어요. 가지고 가는 건 적지만 내리는 짐은 장난이 아니었는데.
 막상 사다리차로 짐이 내려가는 것을 보니까 이별이 실감 나네요.

아래로 내려가 짐 옮기는 걸 보고 있으려니, 위층 아주머니가 와서 또 눈물샘을 건드리네요.
 출퇴근하느라고 별로 왕래를 못했고, 퇴직하고 나서도 삼식이 남편에게서 자유롭지 못한 생활이라 많이 친하지는 않았지만, 아래윗집에 같이 산다는 연대감이랄까, 미운 정(?) 고운 정이 그새 들었던 건지.
 이사 간다고 전날 롤빵 사들고 가서 인사드렸더니, 못내 서운한지 아껴먹으려고 만들어 냉동해둔 쑥 인절미를 잔뜩 싸 들고 나타나셨더군요. 직접 뜯어서 만든 거라면서요.
  아랫집, 옆집까지 딱 세 집만 인사했어요. 입주 때부터 같이 살아온 이웃들이죠. 별로 함께 이야기 나눈 시간은 많지 않지만 그동안 살아온 세월이 있잖아요. 옆집은 고등학생으로 만난 아이가 시집가서 6월이면 엄마가 된다고 하더군요.
 아파트 14층에서 내려다보니까 숲이 아파트에 갇힌 것 같네요.
 이 모습 보고 싶을 것 같아요.

이삿짐을 쌀 때 다행히 큰 비닐봉지에 넣어서 싸더군요. 그래서 가구 등 큰 짐 옮기는 것과 옷, 이불, 책 외에는 이미 짐이 와 있는 상태라 거의 짐을 풀지 말라고 했어요.

그런데, 양평도 시골이라 오는 길에 마땅한 식당을 못 찾아 직원들이 점심도 못 먹고 왔다고. 우리는 오는 길에 국수집에서 사 먹고 왔는데.

 중국집을 비롯해 배달이 뭐가 되는 지도 모르는 형편이라 걱정하다가, 더운 날씨에 시원한 냉면을 대접해 드렸지요. 즉석 냉면이긴 하지만, 빨리 되고 맛도 있어서 냉장고에 항상 준비해두고 있거든요.

 시원하게 드시고 일을 얼마나 잘 해주시는지. 더운 날씨에 눈치껏 사과주스, 아이스크림 대령했지요.

 직원들 보내고 계속 짐 정리하다가 다음날로 넘기기로 하고 일찍 잤어요. 별로 한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많이 피곤하더군요.

 오늘 아침 거실 가득한 이삿짐을 보면서, 오늘 안으로 이 짐을 다 치울 수 있을까 걱정했어요.

 결과는? 거실 짐을 다 치웠어요!!

 물론 옷방과 작업실 정리를 해야 하지만~그래도 거실과 주방, 펜트리장이 훤하게 정리되니까 좋네요.

 내일 창고를 만들 예정이에요. 창고가 완성되면 창고와 보일러실도 정리해야겠지요.

 미리 이삿짐을 반쯤 옮기고 정리를 해놓은 상태라 일이 수월하네요.

 옷은 아파트의 수납공간이 워낙 넓어서 상대적으로 좁아진 공간에 다 넣으려면 궁리를 많이 해야겠어요.

 오후에는 텃밭 채소 더 심으려고 쌈채소 모종 사고, 롯*마트에 가서 장도 보고 왔어요.

 짐 정리하고 모종 심고 시간이 늦어서 오늘 저녁 식사는 햇반을 어제 옮긴 전자렌지에 데워서 텃밭에서 수확한 쌈채소와 먹었어요.

 거실 TV가  오니까 좋은지 이제껏 거실에서 뉴스 보다가 일찍 잠드는 남편은 잠자리 찾아갔네요.

 이제, 본격적인 양평살이 시작입니다.

 내일 아침에도 늘 그러듯 일찍 일어나 마당 한 바퀴 돌면서 식물들과 인사 나누어야겠어요. 그리고, 나만큼 부지런한 새들하고도 인사하구요.

 양평살이 시작한 후 5시 반쯤이면 저절로 눈이 떠집니다.^^

 울타리 위까지 올라온 아랫집 나무가 아카시와 마가목이에요. 요즘 아카시(아카시아가 훨씬 듣기 좋은데~) 꽃이 만발했는데, 부엌 창에서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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