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덜컥 토지 계약

첫눈에 반한 땅

by 세온

겨우 둘러본 곳이라고는 양평 양서면 목왕리와 여주 강천면 정도였다. 그것도 분양업자를 만나서 자세히 알아본 것도 아니고, 어떻게 오셨냐고 아는 체하는 데, 그냥 "구경 왔어요."라거나, 말 붙일까 봐 아예 멀찌감치 떨어져서 땅만 구경하고 온 게 전부다.

오늘 원주 갔다가 오는 길에 궁금해서 다시 가본 양동면 금왕리는 지금의 토지를 계약한 후에 가 본 곳이다.

좀 더 다녀보고 분양업자와 이야기를 더 나눠보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나중에 비슷한 시기에 양평에 집을 지은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데, 그 사람은 토지를 100군데도 더 찾아다녀보았다고 한다.

땅에 관한 지식이라고는, 도로가 접해있어야 한다는 것, 건축 가능한 땅 모양이어야 한다는 것 정도였다. 어떤 내용을 잘 살펴봐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체크리스트도 갖고 있지 않았다.

분양과 건축을 같이 해준다는 인터넷 광고 내용만 알고 찾아가서 만난 분양업자(이후 K사장)는 단단한 몸집과 검은 피부에 선이 굵은 전형적인, 건축으로 뼈가 굵은 듯한 모습의 소유자였다.

이미 몇 년 전 양평에 100채 이상의 전원주택단지를 지어 완판한 경험이 있는 성공한 건축업자로 인정받고 있는 듯했다. 물론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본 내용이다. 인터넷 내용을 다 믿으면 안 되지만 상당히 믿음이 갔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우리 동네가 된 이곳 전원주택단지도 1차는 분양과 건축을 함께 진행했고, 2차도 토지는 거의 분양이 다 되고 두 필지만 남았다고 한다. 두 필지란 말에 마음이 급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일단 가 보시지요."

K사장을 따라 조감도에 그려진 토지를 찾아 현장에 들어섰다.

다른 건(살펴봐야 할 여러 가지 사항)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내 눈에는 가슴이 탁 트이도록 파란 하늘과 초록으로 덮인 야산에 맞붙은 자그마한 평지만 보였다.

햇빛이 토지에 가득 쏟아지고 있었다.

'이런 곳에 꽃 키우면 잘 자라겠다.'

꽃 키우려고 전원주택을 지으려고 나선 게 아닌가. 햇빛 가득한 토지라 더 바랄 게 없는데, 서쪽과 북쪽이 트였으니 전망도 괜찮아 보였다.

" 보강토 블럭을 쌓은 곳 까지가 반 정도 넓이고, 나중에 산 쪽으로 평탄화 작업을 한 다음 보강토 블럭을 더 쌓고 안전 펜스도 칠 겁니다."

열심히 설명을 들었지만 감이 오지 않았다. 보이는 것보다 더 넓어진다는 의미로만 알아들었다.

그저 오늘 계약만 하면, 오늘 내가 본 푸른 하늘과 초록의 풍경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만 머리 속을 맴돌았다. '다음에 오면 이 땅이 팔려버릴지도 몰라.'라는 조바심 때문에 다른 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남편도 나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처음 본 땅을 첫날 계약한다는 일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그때는 몰랐다. 좀 더 생각해 보고 다음에 계약해도 좋을 것을~ 몰라도 너무 몰랐기 때문에 그 일은 실제로 일어나고야 말았다.

첫눈에 반한 땅은 그렇게 우리에게 넘어오기 시작했다.

분양사무실로 가서, 계약서를 작성하고, 토지 분양 조감도와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인터넷 뱅킹으로 계약금을 보냈다. 덜컥 토지 계약을 해버린 것이다.

우리가 여유 자금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K사장은 중도금을 좀 빨리 달라고 주문했다. 중도금? 중도금까지 내면 해약이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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