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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키우려 전원주택
07화
제7화. 기다림이 필요함
양평살이 연습
by
세온
Aug 2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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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변구역의 뜻은 알았지만,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계약을 하려는데 K사장이,
"수변구역인 건 알고 계시죠?"
라고 묻는다.
당연히 걸어서 10분 내에 남한강 물소리길에 닿는 위치이니, 수변구역이 맞다. 그런데 수변구역에서 집을 지으려면 수변구역 거주 기간이 6개월이 넘어야 한단다.
이건 생각해 보지 못한 문제라 순간 당황스러웠다.
집에 돌아온 우리는 열심히 인터넷에서 정보를 뒤졌다.
수변구역은 상수원 수질 보전을
위해
지정한
지역으로, 4대 강 상수원에 인접한 하천변을
자연 상태로 보전하기 위해 규제를 하는 것인데, 수변구역 내 6개월 이상 거주하고 있는 경우만 건축 허가 신청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수변구역에 해당되는 지역을 찾아보았다.
수변구역 특별대책 1권역이 그 대상인데, 양평읍, 강상면, 강하면, 양서면, 옥천면, 서종면, 개군면 등이다.
먼저 주소를 양평으로 옮겨야 했다. 그리고 6개월을 기다려야 건축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니. 덜컥 계약부터 해놓고 그제야 그런 규제가 있음을 알게 된 우리는 난감했다. 양평에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조언을 들을 수도 없었다.
당시 블로그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나는 양평에 위치한 부동산 블로그 이웃을 무작정 찾아갔다. 전혀 모르는 부동산보다는 믿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5도 2촌을 할 수 있는 월세 주택을 얻으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마당이 있는 월세 주택을 찾기가 쉽지 않았고, 마침 그 동네 말고 다른 동네에 있는 부동산과 연결되어 강상면의 한 원룸을 얻게 되었다.
경량목구조 주택을 짓는데 대략 3개월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는 넉넉잡아 1년 후면 집을 지어 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1년으로 계약을 했다. 그러나~
1년에서 10개월을 더 그곳에서 지냈다. 마당이 있는 집이 아니라 주택 생활을 경험할 수는 없었지만, 양평을 오갈 때마다 우리들의 아지트라고 이름을 지어놓고 5도 2촌의 양평살이를 연습했다.
2015년에 퇴직한 우리는 매주 산행을 다녔기 때문에 휴양림을 숙소로 자주 이용하곤 했다. 아지트를 얻은 이후 우리는 산행 후에는 월세로 얻은 강상면 원룸을 숙소로 이용하였다.
냉장고, 옷장 등 기본 옵션이 딸린 곳이라
간단한
살림살이와 옷, 소모품, 식품 등을 챙겨서 갖다 놓고 두 집 살림을 시작했다. 토요일에는 양평에 있는 마트에서 장을 보고, 다음날에는 동네 투어를 다니기도 했다.
4계절을 보내고 또 3 계절을 더 보낸 후에 그곳을 떠나게 되었다. 남쪽으로 난 거실 창은 언제나 햇살이 가득하였고, 파란 하늘과 흰구름, 너른 들판이 철철이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 주었다.
도시 아파트에서만 40여 년을 살아온 우리는 꼬끼오하고 아침잠을 깨우는 닭울음소리에 웃기도 하고, 논 사이에 흰 날개를 펼치는 왜가리를 보고 반가워하기도 했다.
기다리는
일이 쉽지 않았다.
6개월이면 건축 허가 신청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6개월이 지나도 그 자격이 생기지 않았다. 건축을 하려면 토지에 도로가 접해야 하는데, 토지 분양 조감도에는 도로 모양으로 그려져 있지만, 아직 도로가 아닌 임야였기 때문에 신청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건축을 시작한 앞집이 사용승인 허가가 나면 앞집 땅이 대지가 되고 진입로가 도로가 되는데, 그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토지 이음'이라는 사이트에 들어가서 소위 '도'자가 지도상에 찍히는지 수시로 들여다보는 게 일이 되었다.
매주 우리 땅으로 찾아가 앞집이 완성되어 가는 것을 보면서, 내 키만큼 크게 자란 풀들만 가득한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했던 일이 이제는 추억이 되었다.
무슨 일이건 기다림이 필요한 법이다. 이루어진다는 믿음만 있으면 그 기다림이 아무리 길어도 충분히 견뎌낼 수 있다.
가끔은 계획대로 되지 않을까봐 조바심을 내기도 했다.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건축 허가가 날 수 있을까 걱정할 때마다 남편은 쓸데없는 걱정이라며 일축하곤 했다.
인생살이에 기다림이 필요한 일이 어디 이뿐이랴. 혹시 안 될까 봐 불안해하고 걱정한다고 더 빨리 해결되거나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 긍정적인 자세로 기다리면 순리대로 풀리는 경우를 우리는 여러 번 경험해 오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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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전원주택
건축
Brunch Book
꽃 키우려 전원주택
05
제5화. 양평 땅과 만남
06
제6화. 덜컥 토지 계약
07
제7화. 기다림이 필요함
08
제8화. 없던 일로 할까
09
제9화. 좋은 인연
꽃 키우려 전원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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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온
여행 분야 크리에이터
<이야기가 있는 산행기>, <일상 에세이>. 39년간 초등교사를 했습니다. 퇴직 후 남편과 함께 산과 걷기길을 여행하며 살다가, 양평에 집을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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