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지으면 십년은 늙는다더라.'
집을 짓게 되면서 제일 많이 들은 말이 바로 이 말이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집 지으면서 딱 1년 늙었다고 했다. 땅을 사고 집을 짓는데 걸린 시간 만큼 계산한 것이다.
집을 짓는데 있어서 가장 잘 만나야 할 사람은 시공사 대표다. 집을 짓는데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집을 짓는 일에 총괄을 담당하는 사람이 제대로 해 주어야 제대로 된 집이 만들어 지는 법이다.
K 사장에게 집을 지은 사람을 만나 보았다. 집은 잘 짓는다. 그런데 계약을 할 때 세목별로 꼼꼼하게 정해서 기록으로 남겨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내가 그렇게 한다고 했냐고 하더란다. 결국 집은 어떻게 지었지만, 건축주와 K 사장은 서로 말도 안 할 정도로 사이가 나빠졌다고 한다. 원하는 대로 지어지지 못한 부분이 많다고 속상해했다.
우리에게 해달라는 대로 그대로 지어준다고 말했던 일이 기억났다. 우리같이 집을 지어본 경험도 없고, 아는 것도 없는 데, 그런 시공사 대표를 만나면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건축주가 원하는 대로가 아니라 시공사 대표가 하고싶은 대로 지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드니 더 이상 K 사장과 집 짓는 일을 의논할 수가 없었다.
사람에게는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가. 처음 이야기와 나중 이야기가 다른 사람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사람을 못 믿어요? 나 그런 사람 아닙니다!"
계약서 대로 토목공사가 완료되면 잔금을 주겠다는 말에 한 발 물러서면서 하던 K 사장의 말이다. 그런 사람(부실공사를 하거나, 돈만 받고 사라져서 공사가 중단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와 우리 사이에는 이미 신뢰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나. 종합건설사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들었다. 아는 시공사라고는 K 사장 회사 밖에 없으니. 고민이 되었다.
거의 매주 토요일마다 우리 땅을 찾다가 단지 내에서 건축을 시작하는 집을 보았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는 모습을 보다가 어느날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K 사장님 회사에서 짓는 건가요?"
아니란다. 땅만 분양받고 건축하는 시공사는 다른 곳이라고 했다.
그 뒤 여러 번 집 짓는 모습을 구경하기도 하고, 건축주와 우연히 만나 이야기도 나누게 되었다.
"우리는 이 시공사 소장님께 두번째 부탁드렸어요."
이전에 살던 집을 지어준 사람에게 또 건축을 의뢰한다는 것은 얼마나 믿는다는 것인가. 이보다 더 큰 신뢰는 없을 것 같았다. 이 말을 듣고 우리는 이 사람(C 소장)과 건축 계약을 할 마음을 먹었던 것 같다.
C 소장과 만난 어느 날 명함을 달라고 부탁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C 소장이 차에서 명함을 꺼내주면서,
"저, 아무에게나 명함을 잘 주지 않습니다."
라고 했다. 사장이라는 호칭보다 소장이라는 호칭을 선호하는 C 소장은 나중에 건축주를 본인이 선택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선택된 건축주인 셈이다.
좋은 인연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우리가 C 소장의 일하는 모습에 믿음이 가서 집을 지어주기를 원한 것처럼, C 소장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가 까다롭지 않고 좋은 건축주인지 믿음이 생긴 것 같았다.
완공 날짜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어느 더운 여름날, 땀을 뻘뻘 흘리며 건물의 파벽돌 사이에 줄눈을 직접 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감동한 것은 그 뒤의 일이다.
드디어 토지 등기가 우리에게 넘어온 날, 우리는 C소장에게 이 소식을 알렸고, 첫미팅 날짜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