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설계를 내맘대로

시공사와 미팅

by 세온

직장을 다니면서도 아파트 베란다에 더 이상 공간이 남지 않을 정도로 화분을 껴안고 살았다.
하지만 사다 놓으면 처음에는 예쁘게 피어있던 꽃이 점점 시들고, 결국은 병이나 무름으로 고사하는 일이 자주 생겼다. 햇빛과 통풍 부족 때문이었다.

결국 꽃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선물하기 위해 마당이 있는 주택살이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마당있는 집에 살고 싶다.'는 막연히 갖고있던 소망을 드디어 이룰 수 있게 되자, 그 꿈을 구체화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했다.

어떤 모양의 집을 짓고, 방은 몇 개로 할 것이며, 구조는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다른 전원주택을 목적을 갖고 구경해본 적도 없는 머리로, 구체안인 설계도를 그려야 했다.

선택은 아파트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와, 가장 가까운 친척인 시동생의 새로 입주한 아파트가 모델이 되었다.

사실 완성된 집을 구경온 지인에게 소개할 때 자주 쓰는 말이다.

"아파트를 그대로 옮겼어요."

우리가 살고 있던 집은 남향에 4베이 형태의 햇빛 잘 드는 밝은 40평대의 아파트였다. 방 4개 중의 하나는 옷방으로, 하나는 컴퓨터방으로, 나머지 하나는 취미방으로 쓰고 있는 중이었다.

옷방은 안방 옆에 두어야 하니까 1층은 방 2개, 거실, 부엌으로 정했다. 나머지 방 2개는 2층에 배치했다.

새로 지은 아파트에서 실제로 길이까지 재어보며 팬트리장과 아일랜드 식탁을 구성했다.

주택이기 때문에 보일러실이 필요했고, 2층으로 지으려면 계단실도 있어야했다.

문구점에서 설계도를 그릴 방안지를 몇권을 샀는지 모른다. 주어진 토지 모양에 이런 모양으로 그렸다가, 저런 모양으로 그렸다가, 어느 날은 파지가 10장도 더 나왔다.

다음날이 되면 실컷 그려놓은 것을 또 다르게 그려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남편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들은 다음 다시 고쳐 그려보고.

토지 등기가 나온 날부터 시공사 소장과 첫 미팅이 잡힌 날까지 아마 100여장은 그리지 않았나싶다.

건축이나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았으니, 설계도를 제대로 그릴 능력이 되지 못하였지만,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설계도를 참고삼아 내치수, 외치수 등도 고려하고, 창문 위치, 동선 관계 등, 내 수준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인상 좋은 시공사 소장과 약속이 잡힌 날, 남편과 함께 내가 그린 설계도 그림을 들고 서종면에 위치한 사무실을 찾았다.

K사장이 집짓기 현장에서 뼈가 굵은, 목소리도 크고 힘 좋은 목수 타입이라면, C소장은 조용한 말씨와 차분한 몸놀림으로, 건축 회사에서 사무를 담당했을 것 같은 타입이었다. 실제로 건축 회사에서 일하다가 본인이 집을 짓고싶어 독립했다고 한다.

계약하기 전에 꼼꼼하게 견적서를 준비하여 설명을 하고, 계약금, 중도금, 잔금 치르는 시기까지 안내를 했다.

총 금액에서 더 추가되는 일이 거의 없을 거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는데, 추가 금액은 코로나 상황으로 자재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그린 설계도를 보더니, 완벽하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전공자도 아닌데 대단하다. 더 고칠게 없다고 한다. 우쭐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설계도는 완벽한 것 같지 않으니, 기분 좋으라고 예의상 넘치는 칭찬으로 추켜세운게 아닌가 의심이 된다. 심증이 갈 뿐 확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설계도를 유명 건축설계사에게 맡기면 몇 천만원도 홋가한다고 한다. 하지만 공짜도 있다. 나처럼 설계도를 그려가거나, 이미 만들어진 설계도(기성품 같은 것)를 쓰는 경우이다.

허가방이라는 곳이 있다. 건축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자격있는 건축설계사가 그린 도면이 필요한데, 400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면 건축 허가용 설계 도면을 그려주고, 군청 건축과에 건축 허가 신청을 해 주는 것이다. 우리는 시공사 소장을 먼저 알게 되어, 소장이 소개하는 건축설계사에게 그 일을 맡겼다.

시공사 소장과 건축설계사가 서로 모르는 사이일 경우 약간의 트러블도 있을 수 있다고 들었다. 설계사와 시공사 대표의 견해가 맞지 않을 경우 중간에 낀 건축주의 마음 고생 이야기도 들은 적 있다. 그런 면에서 두 사람의 오래 맺어진 관계가 서로에게 신뢰를 갖고 있는 점이 우리에게 장점으로 작용된 것 같다.

(대표 사진 출처: 픽사베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