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30일 다녀왔으니,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남쪽으로 내려간 김에 여러 곳을 들러서 글감이 많아지다 보니까 자꾸 뒤로 미루어진다. 남편이 피곤해하지 않고 이곳저곳을 종횡무진 운전해서 다니기를 좋아하는 덕분이다. 따라만 다녀도 되는 나는 여행하기 좋은 요즘, 가자는 대로 그저 나서기만 하면 된다.
거창 별바람 언덕 아스타 국화 축제장을 아침 일찍 보고 문경으로 향했다.
작년 10월 중순에 문경 사과 축제제에 갔다가 지인을 만난 적이 있는데, 나중에 문경 봉천사 개미취 축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지인도 만날 겸 올해 다시 축제 시기에 가기로 했다.
2021년부터 시작되어 올해로 4회째. 9월 13일부터 10월 13일까지 한 달 동안 계속된다. 입장료가 10,000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다. 주차료는 무료.
개미취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식물로 줄기 높이가 100-150cm까지 자라는 연보랏빛 야생화다. 꽃이 줄기 끝에 모여서 피어 만개하면 머리가 무거워 고개를 숙이고 피어있는 편이다. 봉천사에는 그런 개미취를 일일이 고춧대를 세워 묶어서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였으니 그 노고를 칭찬할 만하다. 무려 3,500평에 이르는 넓은 터에 가득 피어있는 개미취 군락의 처음 시작은 단 7 포기였다고 한다.
꽃 축제장은 맑은 날씨에 가야 제맛이다.
봉천사 앞 뜰에 위용을 보이며 서 있는 파초 몇 포기.
소나무 두 그루가 개미취와 잘 어울려 포토존으로 인기가 높았다.
스마트폰의 보급이 늘어나고 카메라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인생샷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곳곳의 핫플레이스에는 그런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도 멋진 사진 작품을 얻기 위해 찾아온 방문객들이 제법 많았다. 의상, 소품, 포즈 어느 것 하나 모델 못지않은 세련된 모습으로 개미취 군락을 누비고 다녔다.
우리는 모델이 없다. 예전에는 인물이 꼭 들어가는 사진을 인증 사진처럼 찍던 남편도 이제 모델 노릇을 귀찮아하는 나를 찍을 생각 안 하고 풍경 사진에 집중한다. 젊은이들은 어떻게 찍어도 예쁘고 사랑스러운데, 나도 그런 시절이 언제 있었던가 싶다.
꽃이나 보자. 인스타그램에 사진 올리는 재미가 붙은 나도 열심히 휴대폰으로 사진을 담아본다. 이제는 둘 다 따로 사진 찍기에 바쁘다. 주로 내가 남편 사진 찍기를 기다렸는데, 이제는 남편이 나를 기다릴 때도 많다. 내가 찍은 자리에 와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도 한다. 남편은 풍경을 먼저 보고 나는 꽃의 아름다움을 위주로 보는 시각차가 약간씩 느껴진다. 같은 장소에서 따로 찍어서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개미취는 주로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잘 자라는 편이나 반그늘에서도 잘 자란다. 소나무숲과 잘 어울려 핀 개미취의 모습이다.
하늘의 구름은 한껏 미술 솜씨를 뽐내는 듯하다.
입장료가 비싸다는 말을 들어서일까. 도토리묵과 과일차 한 이 무료로 제공된다.
봉천사에 가득 핀 개미취 군락지에서 연보랏빛 환상에 맘껏 젖어보았으니 이제 개미취는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