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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랙버드 Jun 28. 2022

(시) 장미 나무

계모는 내 머리를 도끼로 쳐내고

심장과 간을 요리했다

아버지는 그것을 먹었다

머리가 잘린 몸

심장과 간이 도려내진 몸

장미를 위한 선물이다

나무 아래 던져진 나는

금세 썩었다


나무는

내 피와 살을 빨아들여

장미를  피워냈다

앙상하지만 강인하고

흔들리지만 쓰러지지 않는

나무는

악을 쓰며

가까스로

장미를 떠받쳤다


꽃이 지면

혐오스러운 가시덤불만 남았다

더 이상 빨아들일 피와 살이 없어

꽃이 피지 않을 때가 오면

여기에 내가 묻혀 있다고

어떻게 알릴  있을까

또 하나의 몸을 얻어

스스로 머리를 쳐내고

장미 나무 아래 묻혀

꽃을 피우고 싶다


꽃을 위해서만 살아본 장미 나무는

나무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장미 나무 아래에는

머리 없는 시체가 묻혀 있고

나무는 꽃을 잘 피웠지만

핏빛 꽃잎이 땅 위를 덮고 나면

나무는 없다

장미가 없는 나무는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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