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8월 6일 토요일
인천에 도착했다.
우리는 짐을 끌고 게이트를 나섰다.
공항을 빠져나와 각자의 버스정류장을 찾았다.
누아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잘 가.
너도.
나는 멀어지는 누아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이제 우리는 각자의 길을 걸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겠지.
멀어지는 그녀의 머리에서 반짝이는 걸 발견했다. 내가 사준 머리핀이었다.
어떤 의도로 저걸 한 것인지 궁금했다.
마지막이라는 말인지 미래를 기약하는 상징인지 헷갈렸다.
물론 둘 다 아닐 수도 있었다. 이거? 그냥 한 건데. 그게 그녀의 대답일 확률도 컸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여자였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나는 그런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였다.
우리는 점점 멀어졌다.
우리의 호주 여행은 이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이별의 끝이란 이런 것인가. 여기가 프랑스였으면.
하지만 이곳은 한국이었다. 일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나는 이곳을 지구라고 부르고 싶었다. 그러면 누아와 나는 한 곳에 있는 것 아닌가. 지구라는 땅덩어리에서 일상을 함께 하는 것 아닌가.
나는 그녀를 부르려다가 말았다. 구질구질한 남자가 되기 싫었다.
나는 천근만근의 몸을 움직였다. 몇 걸음 가다가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어 고개를 돌렸다.
누아가 나를 보고 있었다. 우리는 한동안 마주 봤다.
그녀가 서서히 팔을 들더니 전화하는 시늉을 했다.
나중에 전화하라는 뜻이었다. 나는 그녀가 말을 한마디 안 해도 모든 걸 다 아는 남자다.
갑자기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죽어있던 내 심장이.
추락했던 내 심장이.
후회로 가득했던 내 심장이.
쿵덕. 쿵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