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 사업 시즌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저도 사업계획서를 쓰면서 연재하다 보니, 예상보다 여기까지 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네요. 하지만 우리는 1년만 하고 사업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콘텐츠를 완성해보겠습니다.
본격적인 How to 콘텐츠입니다. 사업계획서를 처음 쓰는 예비창업자라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할 것입니다. 본 콘텐츠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초심자에게는 레퍼런스만큼 좋은 자료가 없습니다. 처음 사업계획서를 쓰는 예비창업자라면 가능한 많은 합격 자료를 보는 것이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왜냐면 사업계획서의 '문법'을 익혀야 하니까요.
저도 처음 사업계획서를 쓸 때 문법을 아예 몰랐습니다. 마치 취업할 때 쓰는 자기소개서처럼 줄글로 구구절절 설명했습니다. '~했습니다.' '~입니다.' 말하듯이 아이템과 시장현황을 썼습니다. 제가 아는 양식이 자기소개서 뿐이라 그랬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야 사업계획서에서 통용되는 문법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다양한 분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사업계획서 관련 책을 보고, 레퍼런스를 보면서 익히게 되었어요.
왼쪽 이미지는 제가 처음 작성했던 사업계획서입니다. 오른쪽은 가장 최근에 작성한 사업계획서고요. 어떤가요? 왼쪽 사업계획서는 딱 봐도 읽기 싫게 생겼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수많은 사업계획서를 검토해야 합니다. 그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사업계획서를 정성 들여 읽을 이유가 없습니다.
사업계획서의 문법에 대해 한마디로 말하면 '기사'의 헤드라인 같습니다. 시선을 끌어서 명확히 전달해야 하는 기자처럼 써야 합니다. 몇 가지로 정리하자면
- 종결어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명사로 끝맺는다.
- 명확한 숫자를 써서 신뢰감을 준다.
- 따옴표를 활용하여 생생하게 전달한다.
- 가능하면 간결하고 명확하게 전달한다.
사업계획서의 독자는 '심사위원'입니다. 지원사업 경쟁률은 적게는 5:1부터 많게는 20:1까지 솟을 때도 있습니다. 100팀을 선정하는 지원사업에 경쟁률이 10:1이라면 1000개의 서류가 들어왔다는 말이겠죠. 한 명의 심사위원이 봐야 하는 사업계획서는 상당할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독자를 고려해 가독성을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라도 읽히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럼 가독성이 가장 좋은 책은 무엇일까요? 저는 어린이 동화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업계획서도 동화책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1) 이미지를 활용한다
동화책에는 그림이 대문짝만 하게 딱딱 들어가 있습니다. 사업계획서에서도 이미지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의 시선은 사진>표>글 순서로 머무니까요. 그래서 소주제마다 참고 자료를 이미지로 넣습니다. 줄글의 내용을 이미지(표나 참고자료)로 한 번 더 보여주는 거예요.
2) 글을 그림처럼
어린이 동화책을 보면 강조하고 싶은 단어는 크게 써져 있거나 다른 색깔로 하이라이트 되어 있습니다. 사업계획서에서도 텍스트의 형태를 다양하게 해보길 권장드려요.
우리가 쓰는 사업계획서는 술술 읽어나가는 소설책이 아닙니다. 시선이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웹페이지와 비슷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강조하고 싶은 부분에 시선이 가도록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글을 그림처럼 쓰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색도 넣고 진하게 만들고 밑줄도 치면서 글에 입체감을 넣어주는 것입니다. 물론 과도하게 사용하면 강조가 되지 않겠죠? 지저분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적극 활용해 보세요.
3) 줄이기 줄이기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는 60초 동안 본인의 사업을 소개하는 '엘리베이터 스피치'라는 것이 있습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본인의 사업을 소개해야 하는 거죠. 15분, 30분 피칭보다 훨씬 어려운 난이도라고 생각합니다. 말도 글도 늘이는 것보다 줄이는 것이 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독자(심사위원)가 사업계획서를 끝까지 읽어주길 원한다면 줄이고 줄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본인의 사업에 대해 알고 있고 말하고 싶은 것이 많겠지만, 거둬내고 걸러내고 잘라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사업계획서를 쭉 써 내려간 후 불필요한 문장, 단어, 조사를 지워나가세요. 여러 번 첨삭을 하면서 문장을 고쳐나갑니다. 사업계획서의 목표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독성 좋은 글을 쓰는 것입니다. 상대가 잘 읽을 수 있게 만들어보세요.
사업계획서에서 가장 중요한 페이지를 꼽으라면 요약 페이지입니다. 요약페이지를 설명하는 란에도 이렇게 적혀있네요. "요약본만으로도 사업의 당위성을 설득할 수 있도록 작성" 이 말은 요약본으로 사업의 당위성을 판단한다 라고 이해할 수도 있겠지요. 요약본은 뒤에를 더 읽을지 말지 결정하는 장입니다. 정성을 쏟아야 하는 페이지입니다.
저는 사업계획서를 쓸 때, 가장 처음 개요를 짜면서 요약페이지를 작성합니다. 아이템 개요, 배경 및 필요성, 현황 및 구체화 방안 등을 2~3줄로 써보면서 전체 흐름을 구성합니다. 그리고 세부 장표로 넘어갑니다. 전체를 다 작성하고 난 후에 다시 요약페이지로 돌아옵니다. 세부내용을 작성하면서 찾은 중요 데이터, 다듬은 문장 등을 활용해서 요약페이지를 다듬습니다. 요약페이지 역시 가독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서 텍스트를 줄이고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고요.
마지막으로 사업계획서에 대해 피드백을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받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팀원, 친구, 가족 등등 전문가부터 사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좋습니다.
심사위원도 내 아이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를 수 있거든요.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으면서 누가 봐도 이 사업아이템을 이해할 수 있도록 고쳐나가야 합니다.
사실 피드백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실제로 받기는 어렵습니다. 사업계획서를 쓰다 보면 제출기한이 금방 다가오기 때문인데요. 그러니 지원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공고와 상관없이 사업계획서를 미리 작성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작년 공고에 가면 지원사업별로 양식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어요.) 그래야지 여유롭게 피드백도 받으며 더 견고한 사업계획서를 완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처음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면서 도움받은 책도 소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