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합격을 했다면 넘어야 할 다음 난관
정부지원 사업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서류 합격을 했다고요? 정말 거의 다 왔습니다. 이제는 하나만 넘으면 돼요. 바로 발표평가입니다. 발표평가의 경쟁률은 2:1 정도입니다. 내 앞의 혹은 내 뒤의 사람 한 명보다 잘하면 합격할 수 있어요.
하지만 발표라는 것이 참 쉽지 않습니다. 특히나 정부지원사업은 나의 사업 아이템을, 시간에 맞춰서, 매력적이고 논리적이게 소개해야 합니다. 이어서 심사위원과의 Q&A 시간도 있고요.
발표를 잘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몇 명이 있든 남들 앞에 서는 게 두렵지 않고, 위트와 자신감으로 또렷하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남들 앞에서 이야기를 할 때는 목이 타고 목소리가 떨립니다. 이를 극복하고자 대학교, 동아리, 회사까지 발표를 해야 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피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발표는 제게 떨리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제가 준비하는 과정을 공유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천성적으로 발표를 잘하는 사람도 아니고, 노련한 PR 전문가도 아닙니다. 그래서 발표평가가 처음이라 떨리는 예비창업가들과 같은 라인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류합격 이후에 발표평가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정답은 아니지만, 제가 발표평가를 준비하는 과정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발표 자료 만들기 (30%)
2. 대본 작성 (15%)
3. 100번 연습 (50%)
4. Q&A 준비 (5%)
발표자료의 목차는 사업계획서와 유사합니다. 주관부처에 따라 발표평가의 서식이 주어지는 경우가 있는데요. 서식이 없는 경우에도 사업계획서의 순서에 맞춰서 발표자료를 구성하면 좋습니다. 흔히 사업계획서에서 논리적인 순서라고 불리는 PSST로 구성을 짧니다. 문제인식(Problem), 실현가능성(Solution), 성장전략(Scale-up), 팀 구성(Team) 순입니다.
이 순서대로 발표자료를 구성하는 또 다른 이유는 심사위원이 발표를 들으면서 사업계획서를 동시에 보기 때문입니다. 발표자료와 사업계획서가 싱크가 맞아야 심사위원도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발표자료를 만들 때 신경 쓴 부분은 사업계획서와 마찬가지로 가독성입니다. 장표마다 하나의 내용을 담으려고 줄이고 줄였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문장(혹은 키워드)을 잘 보이게 썼고요.
더불어서 이미지 자료를 다양하게 사용했습니다. 발표를 할 때 "여기를 보시면" "이 사진처럼" 같은 말을 써서 심사위원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요.
발표자료는 초안을 완성하고 연습을 하면서 세세하게 고쳐나갑니다.
저는 발표를 준비할 때 대본부터 씁니다. 발표자료의 각 장표에서 할 말을 모두 적습니다. 인사부터 추임새까지 실제처럼 적어요. 그리고 상단에 키워드를 씁니다. 이는 발표자료 속 키워드와 겹치겠지요. 발표자료와 대본에 일치된 키워드는 내용이 생각나지 않을 때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줍니다.
대본을 쓸 때 중요한 건 '나의 언어'로 쓰는 것입니다. 내가 익숙한 단어와 어조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사업계획서와도 연결되는데요. 사업계획서에서 낯선 단어를 많이 썼다면, 발표평가에서 술술 나오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니 다시 '사업계획서를 진정성 있게 잘 쓰자'로 돌아가네요.
예전에 회사에서 용역사업을 담당했을 때 선배가 그러더군요. 발표연습을 100번 하면 하나도 떨리지 않는다고요. 정말 그렇더라고요? 그 회사 선배와 스파르타식으로 발표연습을 했더니, 2억이 오가는 발표에서 하나도 떨지 않더라고요.
그다음부터 발표가 있을 때마다 연습시간을 많이 확보해두려고 합니다. 최소 10번에서 최대 100번까지 연습 또 연습을 해요. 정부지원사업의 발표평가는 50번을 목표로 준비를 합니다.
- 처음 10번은 대본을 힐끗힐끗 보면서 연습을 합니다.
- 다음 20번은 대본을 보지 않고 실제처럼 발표 연습을 합니다.
- 다음 10번은 막히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되뇝니다.
- 마지막 10번은 발표자료를 보지 않고 실제처럼 해봅니다.
특히 저는 마지막 연습을 가장 좋아합니다. 발표자료는 머리에 띄워놓고 걸어 다니면서 발표 연습을 하기도 합니다. 시간을 재지도 않고요. 그럼 대본을 넘어서는 다양한 버전의 발표가 준비됩니다. 현장에서는 그중에서 한 가지 버전이 튀어나오고요.
그런데 발표평가는 짧으면 5분 길면 20분입니다. 만약 20분 발표를 실전처럼 50번 반복한다면 16시간을 떠든 셈이에요. 목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그래서 발표평가를 준비하는 기간에는 물도 평소보다 많이 마시고, 목에 스카프도 두르고 있습니다. 발표하는 날에 목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개인적으로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이 Q&A입니다. 그래서 비중을 작게 두는 편이에요. 본인의 사업에 대해 철저하게 준비를 했고 조사를 했다면 웬만한 질문에 답변하는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 분야에 대해서는 앞에 앉아 있는 심사위원보다 여러분이 전문가니까요.
그래도 대표적으로 공격이 들어오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다른 비즈니스 모델도 구상하고 있는지, 경쟁사와 차별점이 무엇인지, 리텐션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 대기업이 들어올 때 어떻게 할 것인지, 타겟에 대해 더 설명해 줄 수 있는지 등등. 이런 굵직한 질문에 대해서는 준비를 해가면 좋습니다.
지난번에 추천드린 책에도 발표평가에 대해 다루는데요. 저자가 강조하는 말이 '심사위원과 싸우지 말라'입니다. 심사위원은 적이 아닙니다. 이들에게 내 사업의 진정성을 전달하고 공감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사위원이 던지는 질문이 공격이 아니라 관심으로 받아들이면 Q&A 시간이 훨씬 편안하게 느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