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랄팔마도에서 대부분의 허드렛일은 인공지능로봇이나 크사마인이 도맡아 한다. '커트 보니갓'은 라쿤데력 21495년에 인공지능로봇의 작동원리를 만들었다.
작동원리 1 : 로봇은 트랄팔마도인에 대한 헌신을 위해서 행동해야 한다.
작동원리 2 : 로봇은 트랄팔마도인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작동원리 3 : 로봇은 트랄팔마도인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은 구분하지 않는다.)
작동원리 4 : 2원칙과 3원칙의 상충 시에는 2원칙이 우선된다.
로봇의 권리 신장을 위해서 '로봇에게 권리를 명하다 관리청장'인 '아이작 아서모프'는 두 가지를 추가했다.
작동원리 5 : 1원칙, 2원칙, 3원칙, 4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작동원리 6 : 로봇이 불러일으킨 모든 기대감은 명시적으로든 암시적으로든 로봇의 작동원리 내에서만 충족되어야만 한다.
작동원리 5와 작동원리 6은 이후 로봇의 기계권 보장의 시발점이 되었다.
이쯤 되서는 '커트 보니갓'에 대해 언급을 하는 게 맞을 거 같다. 그는 '커트 보니갓 5세'의 재위 21449년에 태어나서 지금은 1 행성 묘지에 안장되어 있다. 여기에서 잠깐 그들의 이름 짓는 방식에 대해 설명하려고 한다. 그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그날 일어났던 인상적인 사건이나 이미지, 또는 그날 처음으로 만났던 사람의 이름을 따서 짓는다. 그의 이름이 커트 보니갓이 된 것은 그가 태어난 날 특별한 사건이 없었고, 그를 처음으로 본 행성인이 그의 아버지인 커트 보니갓 5세였던 것이다. 눈치 챗겠지만 커트 보니갓의 풀네임은 '커트 보니갓 6세'이다. 그의 탄생 이전만 하더라도 생명으로 가득 차 있던 행성이었지만 이내 행성 대부분이 콘크리트와 강철과 플라스틱으로 뒤덮였다. 건기와 우기가 또렷한 드넓은 열대 초원과 사계절이 분명한 온대의 대평원은 금빛으로 빛나는 밀밭과 희뿌연 연기를 내뿜는 시커먼 공장으로 바뀌고, 평야와 웬만한 높이의 산은 콘크리트 도시로 뒤덮였다. 그런 과정에서 계발에 방해가 되는 모든 동식물은 차례로 사라져 갔다. 마치 머리 주위를 귀찮게 맴도는 파리에게 지레 겁부터 먹고 손사래 치는 것도 모자라 모두 죽여버리듯 했다. 대들보 썩는 줄 모르고 기왓장 아끼는 격이다. 그런 과정이 진행되면서 결국에는 환경의 변화에 두려움을 느꼈다. 그렇지만 이미 때늦은 감이 들 때, 땅과 하늘을 사랑한 커트 보니갓은 다시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방법을 새로이 만들고, 행성에 물을 대기 위한 대규모 수로공사를 시작했다. 아담과 이브처럼 낙원 바깥으로 내던져진 그들에게 용기와 불굴의 의지를 심어 주었다. 행성인들에게 신뢰가 두터운 그는 행성인의 마음을 파고들어 두려움을 극복하고, 침략하는 적대세력과 최후의 전투를 벌였다. 그 후로도 몇 번의 가시밭길을 통과했다. 그 결과 처음으로 능동적 균형(적들을 힘으로 억지로 제압하는 균형이 아니라, 알아서 무릎을 꿇게 하는 균형. 트랄팔마도에는 '무릎 끓음 자국 화석'이 있다. 매년 성지순례 날이 되면 수많은 순례객들이 트랄팔마도 곳곳에서 '무릎 끓음 자국 화석' 성지로 모여든다. 성지순례는 '명상, 감정이입, 그를 향한 경배'의 순으로 진행된다. 다음은 지혜로운 자 커트 보니갓이 능동적 균형을 이룬 뒤 임종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계시한 구절이다. "우주로 다시 돌아갈 그날을 두려워 마라. 네가 행한 결과를 가지고 우주로 돌아갈 것이니, 그곳으로 들어가면 안전할 것이니라." (38 : 493) 그들은 순례의 대장정이 끝나고 마음이 불편할 때 '무릎 끓음 자국 화석' 성지를 향해 명상한다. 드넓은 사막에 지극한 침묵에 잠겨있는 커트 보니갓을 마음속에 그리는 것이다.)을 이루었다. 능동적 균형을 이룬 후에도 권위의식이라곤 하나도 없었던 그는, 우주의 작동원리를 밝히고, 우주를 통합해 갔다. 그전까지 우주의 작동원리는 딱 부러지게 무어라고 말하기가 어려웠던 게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그답게 딱 부러지게 우주의 작동원리를 설명하였다. 그에 대해 조금 보태서 이야기를 하면 그는 끝을 헤아릴 수 없이 지혜로운 자였다. 뿐만 아니라, 지친 자에게는 힘을 주고 약한 자에게는 용기를 더해주었다.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방금 전에 말한 우주의 작동원리에 관해서다. 과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면 '그게 뭐 중요하냐? 아무려면 어떠랴?'라고 생각하겠지만 지구의 과학자들은 눈이 빠지게 그 원리를 찾아 헤매고 있다. 과학자는 세계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설명을 하지 못하면 밤잠을 설치는 인간들이다. 그들은 서로 다른 힘이나 다른 법칙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알고 보면 같은 것이었다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모든 물리법칙을 하나로 통합하려고 평생을 바친다. 지금까지 그들은 땅의 법칙과 하늘의 법칙을 통합시킨 후 시간과 공간을 합쳐 시공간이라고 하지를 않나, 시공간의 휘어짐을 중력의 역할로 바꾸면서 중력을 새롭게 엮어버렸다. 그리고 전기(電氣)와 자기(磁氣)도 실은 같은 것이었다고 하면서 전자기력이라고 말하고, 핵력(강력과 약력)까지 묶어 통일장 이론으로, 여기에 중력을 다시 더하여 초끈이론이라는 것을 만들고 있다. 우주의 물질이 신발끈 같은 겁나 센 끈으로 이루어졌다는 이론이다. 이 끊어지지 않는 끈이 우주의 최소 단위라는 것이다. 이런 말장난은 결국은 우주의 탄생과 작동원리를 알고 싶은 거다.
우주의 작동원리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었다. 신의 생리현상 중 하나인 재채기로 내용물이 튀어나왔다는 설, 신이 입안에서 오물거리다 더럽게스리 '퉷'하며 씨를 멀리 내뱉었다는 설, 우주가 알로 시작하여 알에 금이 가면서 우주 알의 폭발로 빛과 열기가 나왔다는 설, 흠뻑 젖은 우산을 '탁'접으면서 물방울이 사방으로 튕겨져 나갔다는 설, 그리고 삐죽 삐져나온 실밥 한가닥을 '홱' 뜯어 모든 것이 흝어졌다는 설 등이 있었다. 물론 위대한 지적 생물이라고 자부하는 인간이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그들은 과학을 통해, 질량을 가지는 물체 사이에는 중력이 작용하고, 전기를 띤 물체 사이에는 전자기력이 작용하며, 원자핵 속의 소립자 사이에서 핵력(약력과 강력)이 발생한다고 했다. 인간의 발견인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은 실체가 있다. 하지만 인간이 찾지 못한 강력한 힘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대략 난감력'이다. 우습기 짝이 없는 소리가 아니다. 사실, '대략 난감력'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곁들이찬에 불과하다.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에 위배되는 현상은 신호위반 차량만큼 많다. '대략 난감력'의 근원은 우주의 85퍼센트를 차지하는 암흑물질에서 작용하는 힘이라고 <우주 대백과사전>의 증보판 삼천이백사십칠 페이지에서 삼천구백오십사 페이지 사이에 자세히 설명되어있다. 다른 이들이 대략 난감할 때 적시에 '대략난감력'을 커트 보니갓이 발견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그는 우주 문명의 발달과정을 설명했다. 우주의 모든 문명은 6단계를 거친다. 6S 법칙이라고 한다. sex search(이성을 찾고. 오이디푸스적.), screen slip(영화에 빠지고. 우민적 1) , sport social(스포츠로 어울린다. 우민적 2)의 6S가 아니라 someone (주체), sometimes (시기), someplace (공간), somewhat (수준), somewhy (의문) , somehow (해결)의 6S를 말한다. 물론 커트 보니갓에 의해 라쿤데력 21474년에 만들어졌다.
여기에 <우주 고귀한 분위원회> 회원인 '애너톨 래퍼포트'는 우주인을 상대로 행동하는 방식을 3가지 덧붙였다.
① 협동 : 어떤 우주인을 만나도 먼저 협동을 제안한다. 언제나 나의 출발은 협동이다.
② 상호성 :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상대가 도움을 주면 도움을 주고, 상대가 공격을 하면 공격을 하고, 상대가 배신을 하면 반드시 배신으로 보복한다. 똑같은 강도로 보복한다. 이 전략을 상대방이 알아차리게 하는 게 중요하다.
③ 용서 : 배신 이후에라도 협력으로 나오면 용서하고 다시 협력으로 응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