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2

by 노아
image.png


적당히 시원한 온기가 불어오는 점심. 푸른 잎들로 채워진, 우리의 시간. 어느새 가을의 문턱을 밟고나서 사라질 우리지만. 적어도 지금만큼은 이 온기를 누리면서. 그리고 아래에 제각각의 크기로 쌓여져있는 돌들. 그 틈으로 하강하는 물줄기. 지난 시간, 고여있던 눈물이 이제야 지하로 스며드나보다.


"재성씨~ 오늘 날씨 좋죠~~ 아직 여름 아닌데~ 봄 같은거 있죠~"


단비씨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반곱슬머리에 안경을 쓴 그녀의 모습. 푸른 하늘 아래 펼쳐져있는 숲을 연상케한다. 잔잔하고도 묵직한 평화로움. 언제든지 질식할거 같은 내게 인공호흡을 해줄수 있는 존재. 그런 그녀에게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가는 나였다.


"그러네요~~ 오늘 날씨가.."


그러나 순간의 우박.. 내 기억의 뇌리를 스쳐 떨어지고. 푸른 숲을 이루는 나무들이 옅은 파스텔처럼 뭉개지면서 흐릿해진다. 그리고 들리는 음성.


"오빠~~"


숲이 있던 자리는 어느새 푸른 초원으로. 그 한가운데에서 나를 바라보는 민지가 보인다. 곱슬머리에 안경을 쓴 그녀의 모습이.


"재성씨~"


나에게 다가오는 그녀. 그와 함께 풍겨오는 숲의 내음. 그 향기에 깨어난, 나의 아침. 또다시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민.. 단비씨?


단비씨는 웃으며 말했다.


"저 민씨 아니라니까요 대리님~~ 계속 민단비래~~"


재성은 그녀를 응시하며 물었다.


"원래 곱슬이셨어요? 안경은...?"


단비씨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말했다.


"그냥.. 여름이 오니깐.. 해봤어요~~ 어때요? 예뻐요~~??"


재성의 눈을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에 문득 재성은 가만히 보며.


"예뻐요.. 많이..."


일그러진 세상, 기울어진 계절의 추. 그 속에서 옅어져가고 있는 시공간 속에서 오늘도 여전히..




이전 12화이별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