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훈씨는 스스로를 쓰레기라고 느껴본적 있으세요..?"
성훈은 민지를 바라보았다. 민지는 성훈과 나란히 벤치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묶음 머리를 한 곱슬에 쌍꺼플이 없는 눈으로 허공을 보고 있었다. 성훈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은 흐릿해지는 초점으로 시야가 뭉개지는 듯 했다. 옆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떨림. 그 진동에 주위 모든 소리들이 빨려가는 듯 했다. 무한의 블랙홀 속으로 가는 듯 했다.
"네? 쓰레기요?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물어봐도 돼요?"
민지는 웃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냥 해본 소리에요~ 미안해요.."
성훈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진짜 쓰레기들은 자기가 쓰레기인걸 몰라요~~ 오히려 거리가 먼 사람들이 스스로 쓰레기라고 생각하더라구요.."
성훈은 민지를 지긋이 보았다.
"민지씨는 소중한 사람이에요.. 그걸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전, 민지씨가 예쁘다고 생각하는데요?"
민지는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성훈씨.. 성훈씨는 마음이 따뜻한 분 같아요~"
성훈은 웃으며 대답했다.
"저도 알아요~ 저 따뜻한거~ 그래서 더위 잘타나봐요~"
민지가 성훈을 보며.
"네? 더위요? 갑자기요?"
웃는 두사람의 모습.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는 민지와 크게 웃는 성훈. 성훈은 그런 민지를 보며.
"예뻐요~ 민지씨 웃는 모습이요.. 앞으로도 이렇게 웃으세요~"
민지는 그런 성훈을 보며.
"고마워요, 성훈씨.. 진심으로요.."
민지는 성훈을 보다 다시 허공을 보며, 말을 이어가기 시작한다.
"저는 성훈씨가 생각하는 만큼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굉장히 이기적이구요.. 성훈씨한테 상처줄수도 있어요.. 성훈씨가 생각하시는 연애를 못할수도 있어요.."
성훈은 민지를 보았다.
"괜찮아요.. 기다릴께요.. 언제나 이자리에 있을테니까 여기저기 돌아다니시다가 휴식이 필요하실때 언제든지 오세요.. 전 항상 그자리에서 민지씨 기다리고 있을테니까요.."
민지는 성훈을 바라보았다. 맑고도 선명한 그의 눈을 바라본다. 자신을 보고있는 그의 모습을. 어느 봄날에 핀 꽃을 보듯이 조심스레 소중히 바라보는 그의 모습. 눈, 코, 입 하나하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성훈씨는 좋은 사람이에요.. 고맙고.. 미안해요.."
벤치에 앉은 민지와 성훈. 서로 옆에서 허공을 바라보며 멀리 보이는 남산타워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건의 지평선. 시공간이 존재하지 않은 곳.. 이곳에서 그렇게 같이 말없이 한동안 앉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