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멀어져가는 달의 모습. 그러나 널 보내줘야 당연한 아침의 일상을 맞이할수 있다. 어두운 밤하늘 속 유일하게 빛났던 달, 그 달을 닮았던 너. 그 달이 지니 너도 지려한다. 자연스레 내 두눈은 지긋이, 날 떠나가는 네 발걸음도 지긋이. 지금 보이는 암전효과. 그제서야 네 잔상이 선명해졌어. 기억이 마치 이 세상을 마주하는 듯이. 비로소 네 마음이 보이기 시작해. 눈을 뜨면 안보였던 네 마음이 눈을 감고 나서야 보이기 시작해. 느껴지고 있어.
"이제 끝인거지?"
애써 너를 잡고 싶어. 너를 붙잡고 싶어. 붙잡을 수 있을까? 그래도 될까? 이게 맞는 걸까.. 곧 아침이 다가올거야.. 이 밤이 지나면, 네가 없는 아침을 맞이하게 될거야. 너와 함께했던 날. 그 날을 메웠던 밤. 내 걱정과 눈물 모두 덮어주었던 밤하늘. 밤에 기대 눈물 흘리던 내 옆에 있어주었던 달 하나. 이제 그 달빛을 느낄 수 없겠지. 그토록 원했던 아침의 도래. 그 시간과 함께, 그동안 어두운, 네 손길로 가려져있었던 내 상처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겠지.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에 내 영혼은 화상을 입을거야.. 그렇게 너의 부재, 아침에 일어나게 될 일상. 돌이킨순 없겠지? 돌아갈순 없겠지?
"응.. 오빠.. "
그녀를 바라보았다. 애써 나를 보지 않고 돌아서버린 그녀의 뒷모습을.. 들썩이는 저 작은 어깨를 바라본다. 내 눈앞 멀리 보이는 저곳을 향해 손을 뻗어본다. 닿을 듯이, 닿고 싶는 마음 가득 담아 뻗어본다. 멀어져가는 그녀를 바라본다. 지난 시간을 뒤로 한채, 멀어져만 가는 그녀를 바라본다.
"민지야.. "
7년 내내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난 그녀에게 헌신적이었다. 이렇게 멋지고 존경을 마다해도 모자란 그녀에게 나는 초라한 존재이니까. 그런 나에게 그녀는 신과 같으니까. 그런 그녀와의 헤어짐은 나에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 미래였다. 그래서 다짐했었다. 최선을 다하자. 나중에 이렇게 헤어질때, 후회하지 않기 위해. 그녀를 위해 내 할 수 있는한 모든걸 해주겠다고 다짐했고. 그렇게 다짐 했던대로 7년이란 시간, 하루도 빠짐없이 내 우선순위에서 그녀가 1순위였다. 오로지 그녀가 먼저였다.
"잘가.."
그런데 막상 헤어지니, 못해준것만 생각났고. 내 마음 속 1순위였던, 그녀가 떠난 자리엔 덩그러니 공허함만이 자리잡고 있었다. 내가 없고, 그녀도 없는 공백의 바람만이 가득했다.. 그 바람이 가득 내 마음을 메우고 있었다.
"오빠, 기다려달라고 했잖아"
"오빠, 오빠 마음 속에는 내가 먼저야? 일이 먼저야?"
"우리, 다음에 좋은 곳 가면 돼~~ 오빠, 마음 쓰지마~~ 난 오빠만 있으면 돼~~"
그 7년이란 시간, 하나하나 내가 최선을 다해서 내 모든걸 바쳤다고 생각했던 100퍼센트.
그러나, 오만이었다. 그녀에게 못해줬던 1퍼센트, 2퍼센트가 지금 이 순간, 짙어져만 가고 있었다. 암전인 세상 속인 내 두 눈에 짙어져만 가고 있었다. 지금 내 눈에서 느껴지는 뜨거움.. 그 뜨거움이 지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내 무수히 많았던 행복은 가을을 맞이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했고. 어느새 찾아온 겨울, 앙상한 가지만이 자리잡아 있었다..
그렇게, 내 행복했던 날은 끝이 나고 말았다.
.
.
.
"오빠, 트레블링 보이라는 노래 알아?"
"트레블링 보이?"
"응~ 옛날에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나왔던 노래인데, 그렇게 좋더라구~~ 특히, 가사가~~ 너무 적시는 듯해서.."
순간, 날 바라보는 민지. 민지가 나를 보며 눈물을 글썽인다.
"우린 이 노래 가사처럼 되지 말자~ 난 오빠랑 헤어지기 싫어~"
"우리가 왜 헤어져~~~ 이렇게 사랑하는데~~"
포근한 침대에서 서로 부둥켜 안고 웃던 우리. 그리고 지금, 이곳에서 혼자 남겨진 나. 이제 보이지 않는 그녀. 그 방향을 아직도 바라보면서, 이곳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내 귓가에서 Art Garfunkel의 Travelling Boy 노래가 울리고 있었다.
Wake up, my love, beneath the midday sun,
눈을떠요 나의사랑 해는 이미 높이 떠 있는걸
Alone, once more alone,
혼자... 다시 또 혼자이지만
This travelin' boy was only passing through,
잠시 스쳐 지나갔지만
But he will always think of you.
그는 항상 기억할 거야
One night of love beside a strange young smile,
낯선 이와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As warm as I have known,
따스함은 가슴 깊이 남아
A travelin' boy and only passing through,
떠도는 이, 스치는 인연이었더라도
But one who'll always think of you.
당신의 기억은 영원할 거야
Take my place out on the road again,
일어나 다시 길을 떠나요
I must do what I must do,
이제껏 그래 온 것처럼
Yes, I know we were lovers
그것은 분명 사랑이었지만
but a drifter discovers...
방랑자는 일아요
A travelin' boy and only passing through,
떠도는 이, 스치는 인연이었더라도
But one who'll always think of you.
당신의 기억은 영원할거야
Take my place out on the road again,
일어나 다시 길을 떠나요
I must do what I must do,
이제껏 그래온 것 처럼
Yes, I know we were lovers
그것은 분명 사랑이었지만,
but a drifter discovers
방랑자는 알아요.
That a perfect love won't always last forever.
완전한 사랑도 항상 영원할순 없음을
I won't say that I'll be back again
일어나 다시 길을 떠나요
'Cause time alone will tell,
이제껏 그래온 것 처럼
So no good-byes for one just passing through,
그것은 분명 사랑이었지만,방랑자는 알아요
But one who'll always think of you.
당신을 항상 기억할테니까요
no good-byes
안녕이란 말 없이.
이제 환해지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이제 새벽이 지나 아침이 될 하늘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이 자리에서 그대로 서있었다.. 안녕이란 말없이 이대로 가만히.. 하염없이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