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각각 모여있는, 작은 주택가들과 화려한 도심 사이를 가로막은 한양성곽. 그 성곽길을 따라 위치된 조명들이 보인다. 제각각 놓여진 조명 하나하나에서 나오는 노란 빛은 한양성곽을 비추고. 어두운 조명 아래 검게 칠해진 세상과 조화를 이룬다. 수많은 건물들에서 흐릿하게나마 뿜어져 나오는 빛. 저마다의 빛이 모여 검은 대지 위에 빛의 바다를 이룬다. 그리고 그 위에는 홀로 서있는 남산타워, 초록색 조명을 입은채 서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 우린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예쁘다~~”
그 순간, 불어온 기억의 바람. 내 심장을 훑고 지나간다.
“성훈아.. 사랑해~~ ”
놀란 내가 얼른 너를 보면, 오로지 사진 찍는 너의 모습만 보인다. 아.. 이 성곽길, 도시의 야경.. 저 남산타워 모두 그대로인데.. 네가 이 자리에 없구나..
“응?”
네가 나를 바라보면. 나는 바로 미소 지으며.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갈까?”
그렇게 우리들은 그 카페로 향했다.
“사람 관계라는 게.. 참 힘든 거 같아.. 내가 애써 애정을 준다 해도, 상대로부터 백 퍼센트 내가 준만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
이 야경을 바라보면서 나는 너에게 말했다. 내 말에 너는 마찬가지로 이 야경을 보면서.
“나도 한때 그렇게 생각했었어.. 그래서 자포자기 했었다, 나?”
“네가? 오지랖 넓은 네가?”
너는 웃으면서 내 팔을 가볍게 툭 치면서.
“아, 뭐래~~”
너는 야경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너의 얼굴에 미소는 사라지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말을 하는 이 순간, 내 귓속에 들리는 건 오로지 너의 말 뿐이었다.
“내가 마음을 주고 사랑했던 사람들 모두.. 날 떠났거든.. 그래서 난 사람들마다 유통기한이 있다고 생각했어. 관계에 대한 유통기한.. 너는 이정도의 시간까지.. 너는 이 시간까지... 이런거..”
나는 너를 바라보았다.
“그럼.. 힘들지 않아? 사는 게?”
너는 계속 야경을 바라보았다.
“응.. 힘들었지.. 근데 말야.. 누군가 덕분에.. 점점 바뀌고 있는 거 같아.. ”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 누군가가 누구려나~~”
너는 미소 짓다가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처음으로.. 내가 마음을 준 누군가가 나를 버리고 떠나면 어떡하지.. 란 걱정을 안하기 시작했어.. 내 모든 마음을 줘도, 설사 그 사람이 날 떠난다고 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그 사람한테 마음을 주는 순간 하나하나.. 나한테 소중하거든.. 행복하기도 하고..”
나는 웃으며 야경을 바라보았다.
“참나~ 사랑 고백이냐? 아이고~~ 안궁금하다~~”
순간, 너는 나를 바라보았다. 나를 바라보면서 지긋이 내 눈을 응시했다.
“그 누군가가.. 지금 내 눈앞에 있는데..”
그때, 너를 바라본 나.. 너와 나는 그렇게 오랫동안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리면서도 꺼지지 않듯이.. 그 어떤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으려는 것처럼..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재가 되어 꺼져가는, 너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마저 아까워서.. 그 시간 하나하나 꺼져갈수록,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 또한 증발할텐데.. 이 감정, 오랫동안 느끼고 싶어.. 간직하고 싶어.. 숨을 못쉴 듯이 먹먹하고 벅찬 마음.. 엄청난 거리를 달리기라도 한듯해.. 지금 이 공기에 스며드는 내 감정이 너에게로 닿기를.. 닿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내 마음이 닿아.. 네가 나를 바라봐주기를 바라면서.. 서로의 텔레파시가 통해 비로소 너와 내가 안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망설임과 설렘, 애뜻함이 한데 어우린채.. 밤이 깊어져만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