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무도 사랑하는 할머니께

청소년(고등)부 금상 - 민시안

by 편지한줄

내가 너무도 사랑하는 할머니께


19년간 할머니랑 살아오며 여태 손편지 한 장 전해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는데, 이제는 좀 더 마음 편히 할머니를 사랑할 수 있겠다! 물론 할머니 이름 석자도 겨우 쓰는 정도지만, 다음 외박 때 집에 가서 남은 자음과 모음을 가르쳐주면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볼게. 이제는 숫자도 25까지 세아릴 줄 아니까, 내가 할머니를 25만큼 사랑한다 말하면 더 많이 좋아해줄 수 있지?


할머니, 지난 19년간 나를 너무도 멋지고 훌륭한 사람으로 키워주어서 고마워. 할머니가 그렇게 업어 키우던 나랑 오빠가 어느새 한 명은 멋진 군인이 되어있고 한 명은 대입을 준비하는 수험생이 되어있지뭐야. 하양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그렇게 이야기하더니, 그때 우리를 주워오지 않았으면 어쩔뻔 했어? 누가 할머니에게 촛국 끓여 먹는 이야기도 해주고 숫자 쓰는 방법도 알려줬겠냐구. 근데, 그거 알아? 사실 그거 다 할머니가 나랑 오빠한테 알려준거야. 비록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실은 할머니가 우리한테 어찌 이런 걸 다 아냐고 감탄하는 모든 것들이 할머니가 우리에게 알려준거야.


처음 할머니에게 숫자를 배우고 이야기를 듣던 나도 할머니처럼 생각했겠지? 우리 할머니는 모르는 게 없구나. 세상에서 제일 멋있구나. 하면서 말이야. 그뿐만이 아니지! 라면 끓이는 방법 비설거지하는 방법, 김장김치 할 때 배추에 양념을 골고루 묻히는 방법...남들 알아주는 좋은 학교 다니면서도 배우지 못했던 것들을, 할머니가 있어서 전부 배울 수 있었어. 그런데도 자꾸 가르쳐줄 수 있는게 없다고 속상해하면 나랑 오빠가 마음이 슬프잖아. 우리는 할머니에게 배운 것들이 너무나도 많은 걸, 자꾸자꾸 까먹더라도 걱정하지마. 백 번이고 만 번이고, 매일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말해줄 수 있어. (백번이랑 만 번은, 스물다섯 번 보다도 훨씬 큰 숫자야!)


내 방 시계에 붙은 스티커는 기억하지? 내가 시계를 볼 줄 모를 때, 날 위해 할머니가 5부터 55까지 스티커에 붙여서 알려줬잖아. 그리고 보일러에 내가 붙인 ‘2번’이라 적힌 빨간 종이, 그건 보일러를 못 켜는 할머니가 겨울에 추울까봐 내가 적어놓은 거잖아. 항상 그걸 보면서 느끼지만, 사랑받은 만큼 사랑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음이 너무 행복하고, 그게 할머니라서 너무 감사해. 할머니가 그렇게 없다고 이야기하는 예수님은 어쩌면 정말로 있을지도 몰라.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이렇게 큰 사랑을 받고 감사함을 느끼며 자랄 수 없는걸.


번번이 퇴짜 맞으면서도 매일 물어보는 나도 참 미련스러운데, 다음에 다시 태어나면 정말 나랑 결혼해주면 안될까? 할아버지보다 더 멋지고 매력 있는 사람으로 태어날게. 할머니가 좋아하는 동백꽃을 들고 겨울에 찾아간다면, 그땐 내 고백을 받아줄래? 뜨고는 있지만, 자꾸 삐뚤빼뚤해져서 계속 풀고 다시 하는 목도리도 그때가 되면 완성되어 있을거라 약속할게. 그리고 다음엔 더 오래오래 행복하고 사랑하자! 내가 많이 사랑해 할무♡ 정말 많이 좋아해! 앞으로 더 행복하자, 우리


할머니 손녀 시안 드림




2022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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