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에게

청소년(고등)부 은상 - 설민주

by 편지한줄

내 동생에게


다은아 안녕? 언니야. 뜨거운 햇살이 빨간 단풍에 조금씩 자취를 감춰가던 어느 가을에 처음 만난 너는 조그맣고 쪼글쪼글하기만 하던 아기에 불과했는데 그 뒤로 계절이 몇 번 바뀌더니 벌써 중학생이 되었구나.

5년을 외동으로 살다가 갑자기 나타난 존재였던 너는 처음에는 내 모든 것을 빼앗아 가는 욕심꾸러기로 보였어. 집안에 오랜만에 태어난 갓난아기가 나에게 쏠려있던 모든 시선을 하나 둘씩 가져가니 5살짜리 아이는 심통이 날 수밖에 없었지. 하지만 하루 하루 지나고 나니 내 시선도 점점 너에게 향하게 되더라. 난 네가 처음 말한 단어를 아직도 기억해. 조그만 입술을 떼더니 엄마, 아빠도 아닌 “언니!”하고 외쳤거든. 엄마, 아빠는 꽤 놀라셨지만 무척 기뻐 보이셨어. 그때서야 깨달았어. 내 것을 빼앗아 가는 욕심꾸러기가 나타난 것이 아니라 내가 모든 것을 기꺼이 나눠줄 수 있는 동생이 생겼다는 사실을 말이야.

좀 더 크고 나서는 마주칠 때마다 노려보고, 머리카락을 잡아 뜯고, 말할 때마다 화를 내던 우리지만 가족은 가족인지 돌이켜 보면 그보다 쌓은 추억들이 더 많더라. 내가 코로나에 걸렸을 때 비타민에 자기 생각을 하라며 붙여놓은 메모나 내 생일마다 항상 만들어 오던 종이꽃을 보면 쩌절로 웃음이 나기도 해. 너와 함께한 모든 낮과 밤, 봄, 여름, 가을, 겨울은 나에게 정말 소중한 하루하루로 남아있어.

다은아, 내 동생, 이제 막 중학교에 입학해 험난한 학교생활을 해나가고 있을텐데 많이 힘들지? 초등학교와 다른 환경들에 혼란스러울텐데 씩씩하게 잘 해나가는 모습이 무척 자랑스러워. 중학생이 된지 며칠만에 바로 부반장에 당선되고 입학하고 처음 나간 큰 대회에서 받아온 상을 하루에 3번씩 자랑하며 웃던 너를 보면 걱정이 안되다가도 학교에 다녀오더니 축 쳐져있는 널 보면 무슨 일이 있었나 가슴이 철렁하기도 해.

다은아, 우리가 지금 주변을 둘러볼 틈도 없이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이 과정이 마무리 되었다고 생각될 때도 우리 앞에는 수많은 갈림길과 계단이 존재하고 있을거야. 끝없이 펼쳐진 길들에 지치고 가파른 계단에 주저 앉고 싶을 때마다 내가 항상 네 손을 꼭 잡고 그 길들을 함께 걸어갈게. 가끔은 주변의 예쁜 꽃들 사이를 차분히 걸어가는 개미들을 쳐다보고 주저 앉아 높고 푸른 하늘을 힘차게 날아가는 새들도 바라보며 실없는 이야기도 하면서 아름다운 길들을 걸어가보자.


어느 가을의 아름다운 날, 맑은 바람과 여러 빛깔의 향기를 가득 품고 내려온 반짝이는 기적인 너는 네가 원하는 길을 걷고 네가 원하는 일을 모두 이뤄낼 수 있을거야. 앞으로 내 동생 앞에 펼쳐질 모든 풍경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따스한 봄바람, 초록빛 가득 담은 시원한 여름향, 알록달록한 잎들과 포근한 눈송이들이 담겨진 아름다운 사계절로 가득 차길, 너의 품속에 언제나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함게 하길 항상 기원할게.

9월의 아름다운 날 이 세상에 태어나줘서, 내 곁에 살포시 앉아 내 동생이 되어줘서 정말 고마워. 내가 많이 사랑해 내동생 ♡


언니가




2022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청소년(고등)부 은상

keyword
이전 14화내가 너무도 사랑하는 할머니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