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고등)부 은상 - 임채윤
할머니 안녕? 나 할머니둥이 채윤이야. 잘 지내지? 봄 끝자락을 걸치고 여름이 다가온 후 할머니 생각이 더 많이 나는 요즘이야. 햇살은 뜨겁지만, 여름을 좋아하는 나는 마치 초록으로 짙어가는 여름 물결이 나한테 오는 것만 같아서 설레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 난 여름하면 떠오르는게 많아. 할머니도 그래? 할머니랑 지냈을 때는 여름만 되면 화채도 만들어먹었는데ㅎㅎ 기억나지? 내가 수박씨 싫다 해서 할머니가 쏙쏙 골라내주고 그랬잖아. 자주 생각나네...할머니 덕분에 난 항상 여름이 되면 그때의 공기나 바람의 냄새가 그립곤 해. 어쩌면 내가 계절 중에 여름을 가장 좋아하는 것도 할머니와 보냈던 그때의 기억들이 내겐 너무 소중했기 때문일지도 몰라.
오늘 학교에서 국어 선생님이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는 있지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지 않는 것은 선물을 포장한 후에 전해주지 않는 것과 같아.”라고 말씀하셨거든? 그 말을 들으니 난 할머니가 생각났어. 내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은 우리 할무니잖아. 그래서 할머니한테 내 마음을 작게나마 전하고 싶어서 글로 적게 됐어. 평소에는 말하기 쑥스러워서 전하지 못했던 나의 마음을 편지쓰기 공모전을 기회로 끄적여보려고 해.
할머니!!! 할머니는 지금껏 내 삶의 기둥이 되어준 사람이야. 엄마, 아빠가 일을 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나를 돌봐주러 매일 멀리서 왔잖아. 마냥 그땐 운동회 때 엄마 대신 할머니만 오는게 미웠고, 다른 친구들처럼 엄마가 내 옆에 있어주지 않는게 서운했어. 아무것도 모르고 고집 피우면서 할머니 고생 시킨거 생각하면 너무 미안해. 말썽 피워서 할머니 힘들게 할 때도 분명 많았는데 할머니는 소리 한 번 안 지르고 날 잘 타일러주셨지. 시간이 많이 지난 어릴 때의 기억이지만 아직도 전부 기억나. 그땐 실감하지 못했던 할머니의 사랑이 지금 돌아보면 당연한게 아닌 감사한 마음이라고 생각해. 어쩌면 할머니가 나를 남부럽지 않게 키워줬기에 나도 성장한 지금의 내가 된거 아닐까 생각하곤 해. 그땐 왜 몰랐을까?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하는 다정한 마음이 분명 있었는데 말이야. 나도 이제 커가면서 당시엔 몰랐던 할머니의 마음을 알게 되니 더욱 감사한 마음뿐이야.
할머니, 내가 힘들어했던 그때 기억나지? 15살 밖에 안된 내가 마치 인생을 다 산 듯 힘들어하던 그때ㅎㅎ 지금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당시 생각이 어렸던 내겐 힘든 시기였지.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나 때문인 것 같고 나만 없으면 될 거 같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어. 나는 겁을 먹었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어. 엄마도 아빠도 친구도 다 밉던 그때 할머니가 전화로 “채윤아. 사람들은 나무에서 배가 떨어진 것은 까마귀가 날았기 때문이라 하지만, 사실은 그 배가 떨어질 때가 되었기 때문이야.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지만, 그 이유가 절대 너만은 아니니 지레 겁먹지마. 공부 또한 조바심 내지 말고 힘내렴. 가을에 심은 나무도 봄이 되어야 꽃 피울 수 있으니까”라고 응원해줬잖아. 아직도 잊을 수 없어. 전화할 때도 울고 있었지만ㅎㅎ...전화 끊고 많이 울었어. 그날 저녁에 엄마, 아빠랑도 오래 얘기를 나눠봤어. 그땐 뭐가 그렇게 힘들었던건지 지금도 알 수는 없지만 할머니의 한마디와 엄마, 아빠의 사랑으로 그때 어렸던 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어. 할머니가 예전처럼 날 돌봐주는건 아니지만 아직도 힘들거나 지칠 땐 우리 할무니부터 생각나. 내가 어리광 부릴 나이는 지났지만 할머니의 응원 한마디가 내가 하루를 보내는 데에 많은 용기를 줘. 아무 대가 없이 날 사랑해주는 할머니 덕분에 내 삶은 사랑으로 가득해.
그러니까. 할머니!! 내가 어릴 때 못해줬던 것들 이제 다 해줄게. 할머니가 나를 위해서 애썼던 그 순간들을 내가 다 기억하고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할머니가 나에게 줬던 사랑을 다 안겨줄게. 내가 다 그렇게 할게. 그러니까 아프지 말고 천천히 늙어가줘요. 나한텐 할머니보다 소중한 건 없어. 아프지마요, 사랑해 ♥
FROM. 할머니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손녀 채윤 올림
2022.8.16.
2022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청소년(고등)부 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