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부 대상 - 김영주
따사로운 별이 포근하게 안아주던 날들이 계속되더니, 오늘은 눈물을 머금은 얼굴처럼 하늘이 흐렸습니다. 날이 좋은 날에도 날이 흐린 날에도 무의식적으로 어머니가 떠오르면 속으로 묻곤 했어요. 잘 지내시지요?
장마가 계속되던 어느 지리한 여름 날, 땀띠가 온 몸 가득 퍼져있고, 배꼽도 채 떨어지지 않은 상태로 속싸개에 싸여 울고 있었더라고 전해들었습니다.
그렇게 지금의 어머니를 만나 세월은 흘러흘러 40여년이 지났지요. 그사이 저는 대학까지 잘 졸업하고, 결혼도 순조롭게 잘하여 1남 1녀를 둔 엄마가 되었습니다. 언젠가 결혼해서 자식 키우고 살다보면, 다 잊을 수 있을 거라고주변에서는 위로 아닌 위로를 해주었기에 결혼해서 살다보면 덤덤해 질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들수록 왜 사람들이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어하는지 알겠더군요. 오히려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진한 그리움이 생기고, 더 많은 궁금증이 생겨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저희 아이가 저와 닮은 얼굴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저도 거울을 보며 상상해 보곤 했습니다. 나는 어머니의 눈을 닮았을까, 코를 닮았을까 하구요.
그러나 부질없음을 알고 나면, 마음은 더 깊은 슬픔 속에 잠식되어 갔습니다.
어머니를 찾기 위해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경찰서에 찾아가 유전자 검사 등록도 해 보고, 당시 주변인들 탐문도 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드라마처럼 생모를 찾는다는 것은 현실에선 일어나기 힘든 일이더군요. 유전자 검사 같은 경우는 어머니도 등록을 해 놓아야 찾을 수 있는 일이기에, 어머니께서 절 찾으려고 하지 않으시면 이루어지기 힘든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주변 탐문 역시 시간이 너무 지나서 당시 일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찾기 힘들었구요. 어쩌면 어머니께서는 절 찾고 싶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그저 잊고싶은 과거사일 수도 있겠지요. 그런 생각이 들 때면 그리움으로 목 놓아 울어 보기도 하고, 부끄러운 출생사에 슬픔을 가누기 힘들 때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저도 엄마가 되어 철이 드는 건지, 이제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머니를 만나고 싶은 이유는, 원망과 미움을 쏟아내기 위함이 아닙니다. 장마철이 되면 여름 내내 울고 계신 건 아닌지, 그 여름날이 모두 저에 대한 죄책감으로 얼룩져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내가 믿는 신께서 제 생애 단 한번 소원권을 쓸 수 있게 해주신다면, 어머니를 꼭 만나 괜찮다고, 더 이상 미안해 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어떠한 이유에서 그런 결정을 내리셨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저를 품고 있는 열 달 내내 하루도 마음 편치 않으셨겠지요. 저를 보낸 날은 하필 날씨도 궂어서 한르이 우는 건지, 어머니가 우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더 힘드셨겠지요. 지금도 어머니는 그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행복해도 마음 편히 웃지 못하며 살고 계신 건 아닌지요. 어머니, 이제 마음 편하게 지내세요. 슬퍼하지 마세요. 미안해하지 마세요. 저는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제 편지가 너무 늦지 않게 어머니께 선물같은 위로가 되어 닿길 바라봅니다. 그럼 건강히 안녕하 계세요.
2022년 5월 30일
딸 올림
2022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일반부 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