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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Oct 25. 2023

TO. 사랑하는 딸

일반부 은상 - 박옥희

한창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이 한 여름에 너의 건강 안부부터 묻고 싶구나.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스트레스받는 일은 없는지...

혼자서도 이제는 씩씩하게 잘살고 있는 줄 알면서도 이 엄마는 늘 걱정부터 앞서는구나.

정말 대견스럽고 기특하다.

그 일이 일어났는지 벌써 5년이 지나갔구나. 세월 참 빠르지?

생각하기도 떠올리기조차도 매우 힘들었던 그 한해를 참 잘 견디고 잘 참았고, 잘 이겨냈었기에 지금의 네가 있는 거야.

네가 중학교 3학년 때 일이었지.

말로만 들었던 집단 따돌림의 피해자로 거의 1년 동안 학교생활을 못 했어.

매일 매일 힘들어하던 너를 보면서 엄마가 대신 교복 입고 학교 가고 싶었어.

소풍 때나 학습체험이 있는 날에는 엄마랑 단둘이 여행을 참 많이 다녔지.

거의 반학기 이상은 교실에 들어가지 않고, 위클래스 아니면 엄마랑 늘 같이 있었지.

그래도 그때까진 엄마는 견뎌낼 수 있었어.

엄마니까...

하지만 어느 날 상담 선생님께서 전화하셨어.

오늘 소영이가 자해를 심하게 해서 피가 많이 나서 붕대를 좀 많이 감았다고.

그런데 너는 엄마 걱정할까 봐 과학실에서 다쳤다고 했어.

그래서 엄마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너의 손목을 보는 순간 모든 게 무너지는 기분이었어.

손목에서 팔목까지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자해한 상처들을 보면서 엄마는 참 많이도 울었단다.

네가 그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들이었는데 엄마라는 사람이 왜 몰랐을까?

자책도 많이 했었지.

그때 다짐했어. 엄마가 너의 상처를 낫게 해주리라고.

그때부터 너의 옆을 잠시도 떠날 수가 없었어.

4개월 이상을 매일 엄마 옆에서 잠들게 했지. 그래야 자해를 안 할 수 있으니까

엄마랑 같이 있으니까 잠이 잘 온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래, 아직 늦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어.

그해 네가 엄마·아빠 결혼기념일에 손 편지 써 준거 기억나?

엄마 힘들게 하고 울게 해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엄마는 잘해줄 만큼 잘해줬고, 이 나이에 가능할까? 할 정도로 벅찬 행복을 줬다고.

그리고 가끔 엄마의 슬픔의 원인이 되어서 후회 중이라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못 지내서 미안하다고.

엄마는 항상 최고였고 짱이란 내용들의 편지 보면서 참 많이 울었어.

또 네 인생에서 중학교 시절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졸업 앨범 사진도 찍기 거부했었지.

그땐 참 막막했었어.

그래도 네가 위센터며 병원에서 상담도 잘 받고 약도 잘 먹고, 버티고, 견디고 해줘서 참 고마웠어.

그렇게 걱정안고 고등학교 간다고 했을 때 엄마가 그랬었지.

꼭 고등학교 안 가도 되고, 검정고시도 있으니, 너의 행복과 건강이 우선이라고.

그런데도 너는 고등학교에 진학했어.

그리고 힘든 날들을 극복하고 좋은 친구들 만나고, 공부도 잘하고, 3년 동안 너무 잘 지내는 너의 모습을 보며 그동안 네가 잘 견뎌냈기에 지금의 네가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어.

지금은 어느덧 대학생이 되어 늘 웃으며 지내고 늘 행복하고 즐겁다는 너의 말들을 들으니 이 엄마는 더 이상 바랄 게 없단다.

사랑하는 딸!

엄마는 언제나 네 옆에 늘 제자리에 있을 테니까 혼자라고 절대 생각하지 마!.

넌 누구보다 이쁘고, 사랑스럽고, 세상에서 제일 멋진 엄마 딸이라는 거 잊지 마!.

누구보다 엄마가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랑을 줄게.

후회하지 않을 만큼 사랑을 듬뿍 줄 거야.

그러니 언제라도 와서 쉬어도 되고, 수다 떨어도 되고, 울어도 되고, 마음 편하게 쉬었다가 가.

남아있는 대학 생활 마무리 잘하고, 엄마는 늘 우리 딸을 믿는단다.

언제 어디에서라도 씩씩하고, 즐겁고, 행복한 너의 인생을 설계해 나가렴.

늘 응원할게, 우리 행복해지자.

마지막으로 우리 딸 엄마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마이 영 사랑해.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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