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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Oct 25. 2023

할아버지께

청소년(고등)부 대상 - 최수이

할아버지는 어디에 계시는가요? 매일매일 학원을 끝마치고 하늘이 살랑살랑 볼그스레 물들어 갈 적에, 집 안에 돌아와 생각하게 됩니다.

‘언제 오시지?’하고 기다리는 마음에 눈을 그저 껌뻑이며 애탑니다.

저는 아직도 생각해요. 주말에는 할아버지와 함께 손 붙잡고 풀자락 거닐며 상추라든가 못난 돼지감자, 그리고 우렁이를 캐러 가는 도중에 퍼지는 특유의 시골 냄새는 여전히 향수로 남아있어요. 

그때는 앉아서 채소들을 캐고 있는 저는 할아버지께서 벌들 속에서 땀을 흘리며 무거운 짐들을 나르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벌들에 대한 무서움과 소나무같이 묵묵히 일을 하시는 할아버지께는 죄송스러운 마음과 감탄스러움이 들었어요. 

저는 그러고 나서 자기 일에 집중하였지요. 

그 풀 내음 솔솔 풍기며 뽕나무 밑에 앉아서 검붉은 오디를 한 아름 따갈지 생각하며 노을이 졌어요. 

할아버지는 집에 가자며 저를 부르셨고, 저는 쪼르르 할아버지께 다가갔지요. 

집에 돌아와 갓 캐낸 채소들은 너무 맛났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너무 커버린 걸까요? 저는 이제 보여요. 할아버지의 손이 주름이 졌다는 것을.

할아버지는 우리 가족을 위해 손에 주름이 져도 항상 웃으며 말해요. 

저는 한편으로 너무 걱정돼요. 

할아버지가 아침 6시에 나가서 저녁 6시까지 돌아오시지 않으면 하늘이 어두워져 돌아오는 게 어렵지 않기를….

주말에 새벽 4시에 나가셔서 파릇한 상추와 민들레잎을 한 박스 가득히 챙긴 채, 계단을 마치 발걸음에 무거운 추가 달린 듯이 오르시기에 걱정이 이만저만도 아니었어요.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오늘도 할아버지는 아침 일찍 집을 나섭니다. 

할아버지의 등은 왜소하지만 거대하게 느껴져요. 

할아버지가 돌아오지 않는 세상은 상상이 잘되지 않아요.

갑자기 저녁 7시가 지났을 때도 돌아오지 않았을 때, 저뿐만이 아니라 집안에도 마음을 졸이는 소리는 끊기지 않았어요. 

그리고 밤늦게 채소 한 바구니 가져오시는 할아버지 모습의 다행이라는 감정이 들었어요. 

할아버지는 학원에서 오랫동안 시간을 보낸 저에게 격려를 해주며 행복하게 만들어 주시지만, 저는 아주 행복하지 않습니다. 

물론 행복이라는 감정을 주지 못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할아버지께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사랑합니다.’의 감정을 비롯한 자그마한 말들로 행복을 전해드리고 비로소 행복이라는 것을 이해하였습니다. 

행복은 베풀며 살 때, 더욱 아름답고, 행동으로 보여줄 때가 머릿속으로 다짐할 때 보다 의미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늦기 전에 많이, 더 많이 들려드리고 싶은 감정 ‘행복’은 정말로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항상 최선을 다하며 연습해 볼게요! 

하루하루를 만족하지 못한 기억이 있더라도 좋은 추억을 위한 거름으로, 만족한 삶을 행복으로 축적하도록 도울게요! 

그리고 항상 제가 시험에 관해서 일희일비하는 것에 좋은 말씀 해주시는 것에 감사해요. 

저는 더 이상 할아버지께서 늦게까지 고생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할아버지의 행복은 저의 행복이므로,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싶어요.


-사랑하는 손녀, 최수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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