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예쁜 내 친구에게

초등(저학년)부 금상 - 전수민

by 편지한줄

눈이 예쁜 내 친구에게


안녕? 나의 첫 외국인 친구. 우리 동네에서 가장 크고 예쁜 눈을 가진 내 친구. 요즘 한국은 날이 선선해지면서 나뭇잎 색도 바뀌고 있어. 이러다 추운 겨울이 오겠지? 네가 이사 간 그곳은 늘 여름이니까 한국의 가을과 겨울이 생각날 것 같아서 이렇게 편지를 썼어.


우리 1학년 때 같은 동네, 같은 반이 되어 늘 함께 학교를 갔었잖아. 난 초등학교 첫날이라 정말 무섭고 떨렸는데 너는 하나도 안 떨고 씩씩하게 친구들한테 먼저 인사하고 말도 걸던 네 모습이 기억나. 그러던 어느 날 다른 학년 오빠가 너보고 ‘너 어느 나라에서 온 애냐고, 한국말 잘한다’고 얘기했을 때 하나도 당황하지 않고 필리핀에서 왔다고 이야기하는 너를 보고 너한테 정말 미안했어.


사실… 부모님들이 학교에 오시던 첫 공개수업 날, 너희 어머니가 한글을 몰라 엄마 이름과 학생 이름을 적어야 하는 칸에 둘 다 너의 이름을 적으신 걸 봤거든. 그때 집에 가서 엄마한테 물어봤더니 부모님 중 한 분이 외국인인 가족이 있다고, 그런 가족을 ‘다문화 가정’이라고 한다는 걸 알았어. 그래서 너에게 다른 나라 얘기도 안 하고, 가족 얘기도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너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데 괜히 내가 너와 너희 가족을 이상하게 본 것 같아서 정말 부끄러웠어.


작년 겨울, 학원 끝나고 집으로 오던 길에 너의 어머니를 만났을 때, 너희 어머니가 너랑 나한테 붕어빵을 사주셨던 게 기억나. 그때 부끄러워서 감사하다는 인사도 못 했는데 다시 너와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면 꼭 그때 감사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


나는 너랑 같은 반 친구로 지내면서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어. 텔레비전에서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 하고 힘들어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어. 그런데 넌 잘 지내는데 괜히 내가 너를 배려한다고 했던 행동들이 오히려 너한테 솔직하게 대하지 못한 것 같아서 후회되기도 해.


그리고 한국말 공부도 어려웠을 텐데 받아쓰기 점수가 점점 오르던 너를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어. 한국에서 살면서 겪었을 크고 작은 편견이나 차별을 이겨내던 너를 정말 많이 칭찬하고 싶어. 그리고 네 덕분에 나는 필리핀이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더 궁금해졌고 더 좋아졌어. 지금은 네가 2학년이 되면서 어머니의 나라인 필리핀으로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못 본다는 생각에 아쉽고 속상해.


그렇지만 너와 같이 손잡고 가던 학교, 놀이터에서 같이 놀던 추억, 겨울에 같이 먹었던 붕어빵도 잊지 않을 거야. 필리핀은 더운 나라니까 붕어빵은 없겠지? 네가 다시 한국으로 오면 내가 붕어빵도 사주고, 영어만 써서 한국말을 잊어버렸을 수도 있으니까 내가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해서 너한테 알려줄게! 너를 다시 만나면 그땐 내가 먼저 너한테 인사할 거야. 다시 만날 때까지 가족들과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


2019년 가을,

한국에서 수민이가 ^^




2019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초등(저학년)부 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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