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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길온 Gilon Jun 01. 2022

라면을 좋아하는 그대

2022.06.01 -나무같이 견고한 그대를 보며-

- 라면을 좋아하는 그대 -


그대는 라면을 싫어한다

나는 모른다

그대가 뭘 좋아하는지


오자마자 그대는 나의 안부를 묻는다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밥은 챙겨 먹었는지


무거운 겉옷을 벗지도 않고

물을 끓이기 시작한다.

먹다 남은 신김치도

찬 밥도 꺼낸다.


젓가락을 드는 그대는

아무 말이 없다.

꼬르륵 소리를

그저 달랠 뿐이다.


그러고 나서

소파로 가서 기댄다.

그대의 휴대폰은 항상 뜨겁다.


그대가 코를 골기 시작한다.

세수도 하지 않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 상태에서

그저 소파에 불편하게 기대면서


우리 집 소파에는

이방인이 누워있다.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왜 라면을 먹는지

나는 몰랐다.


가까이 있어도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지금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색이 바랜 누런 메리야스

등에 보이는 수많은 동그라미


왜 이제야 보이는 걸까

지금이라도 보여서 다행인 건가


강해진만큼 약해지고

키가 큰 만큼 작아진다


그대는 라면을 좋아한다

나를 사랑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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