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영! 역시 멋있는 건 이유가 있다.

TURN 턴 1#

by 더앨리스

접영이 멋있는 건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건 접영을 잘하는 게 무척 힘들기 때문이다.


접영은 정말 한계를 극한까지 느끼게 해주는 무서운 영법이다.


적어도 나에겐…



‘접영은 아무나 할 수 없기 때문에 더 멋진 걸 거야. 아무렴!’


나는 접영을 할 줄 알았지만 그냥 할 줄만 알았다.


겨우 숨을 쉬고 가까스로 25m를 갔으며 돌아오는 길은 깔딱 고개 넘어가 듯 세상 괴롭고 힘들었다.


모든 영법을 배울 때마다 위기는 있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강사님의 조언을 경청하다 보면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조금씩 실력이 늘고 있다는 확신은 있었다.


그러나 접영을 연습할수록 드는 나의 생각은

‘자유형, 배영, 평영이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의 영역이라면 접영은 저 먼 우주의 외계인의 영역 같다는 것’ 이였다.


접영을 연습할 때마다 나의 자신감은 급격히 쪼그라들다 못해 내가 이 영법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과 믿음까지 소멸되어 갔다.


양팔을 세네 번 정도 돌리다 보면 이내 지쳐버린다.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 근데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


강사님의 설명을 들으면 세상 어떤 운동보다 쉬운 것이 수영이요.

몇 번 휘저으면 출발점에서 도착점까지 축지법 쓰듯 순간이동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접영이다.


그런데 난 왜 이리 죽을 둥 살 둥 허우적대고 있는 건가?


입수 킥과 출수 킥, 한 팔 접영, 숨 쉬지 않고 양팔 접영, 깊게 들어가기, 가슴 누르기 다 제대로 안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힘들어서 쓰러지겠다.


그러나 나란 인간 포기는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아무도 모르게 나머지 공부를 해야겠다.

‘쥐도 새도 모르게 실력을 늘려서 짠! 하고 나타나야지 하하하!’



내가 접영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시기가 중급반으로 옮긴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초급반에서 주 5일 출석을 하다가 중급반으로 옮기면서 주 2일 수업이 가능한 자리만 남아 어쩔 수 없이 2일만 강습을 받게 되었다.


내 기대와는 다르게 접영을 깊게 다루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연습할 시간도 없었다.

접영이 늘 수가 없는 환경을 탓하며 결단을 내렸다.


혼자라도 뭔가를 해보자!


일주일에 한두 번 집 근처 수영장의 자유수영을 가기로 결정했다.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봐야지.

일단 루틴을 만들어 보자.


나는 자유수영 출발 전 그분께 조언을 먼저 구했다. 나의 수영마스터 유코치님


“유코치님 도와주세요!”


비장하게 유튜브를 켰다. 선수출신의 유능한 선생님들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미 화려한 경력의 수영선생님들의 훌륭한 수영강의로 꽉 차있다.


유코치님은 내 맘을 어떻게 알았는지 접영 쉽게 하기, 접영이 힘든 사람, 접영은 3가지만 하면 된다. 등등 다양한 미끼를 여기저기 띄워 준다.


난 허겁지겁 미끼를 물고 사이버 수영세계로 뛰어들어간다.


동네 수영장에서 방금 배운 유코치의 티칭을 하나씩 이행해 봤다.


당연히 잘 될 리가 없지.


수영에 소질이 있는 어떤 회원은 접영의 기본을 배우자마자 슝슝 날아다니던데 난 고오급 개인과외까지 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더딘 거지?


역시 접영은 재능의 영역인 것인가?


고독한 나의 사이버과외를 4번 정도 시도했을 즈음, 수영센터의 반 변경 신청 기간이 되었고 신청일 새벽 4시 30분부터 줄을 서서 드디어 주 5 일반을 획득했다.


혼자 연습했던 결과?


당연하게도 영법이 크게 늘었다거나 엄청난 실력향상은 없었다.


그러나 소극적이고 미적지근하게 살아온 내가 접영을 잘해보고자 하는 열망 하나로 ‘열정’ 이란걸 끄집어내었다는 사실이 낯설면서도 새로웠다.

그리고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나의 20대를 함께했던 그 뜨거운 느낌이 모두 사라져 버린 줄 알았는데 수영을 하며 되찾게 될 줄이야…


물론 나란 사람은 확실히 기본기부터 닦아야 한다는 깊은 깨달음도 얻었으니 나름 괜찮은 전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