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영의 진실:나도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고 싶었다.

TURN 턴 #2

by 더앨리스

(찬란하게 빛나던 열정의 이면에는...)


세상 모든 일에 다 순서가 있는 건 아닐 테지만 세상 많은 일에는 순서가 있다.

공부, 기술, 인간관계, 사회생활 등등…


기본기를 닦고 단계를 차곡차곡 밟아 나가면 그만큼의 결과가 어느 정도는 나온다.


그게 법칙이라는 건데, 우린 사실 이 법칙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차곡차곡 단계 별로 성실히 해 나가는 사람은 드물다.


왜 그런 것일까?


우리는 어떤 것을 시도할 때 기대감을 갖는다.

그 기대감이란 것이 엄청나게 대단한 건 아니다.


수학공부를 시작할 때엔 이론을 잘 이해하고 이해한 만큼 문제를 잘 맞히길 기대하고, 피아노를 배울 땐 피아노 선율에 취해 짧더라도 아름다운 곡하나 연주하는 걸 기대하고, 소개팅을 나갈 땐 연예인 같은 사람을 바라진 않더라도 외모는 중간 정도는 되고 성격도 비교적 괜찮은 사람이 나오길 기대한다.


수영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저 편하게 접영을 할 수 있길 기대했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내가 수영선수처럼 폼나게 잘하는 건 기대하지 않았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그렇다 그 ‘기대’라는 것,

나는 절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건만 번번이 나의 기대는 현실과 어긋나곤 했다.


내가 정한 기준, 내가 정한 기간, 내가 정한 한도에 끌려가다 보면 나는 법칙을 잊어버린다.


그리고 기대를 저버린 현실이 차갑게 다가온다.


내가 나머지 공부를 선언하고 자유수영을 갔을 때만 해도 이런 열정이라면 곧 접영을 내가 원하는 딱 그만큼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러기엔 내 앞에 수많은 단계들이 존재했다.

뭔가 하나를 깨닫게 되면 아흔아홉 개의 미지의 무언가가 더 크게 느껴졌다.


접영이 잘 안 된다는 답답함에 나머지 공부까지 자청한 나였지만 한편 왜 이러고 있나 싶은 생각이 스쳤다.


얼떨결에 끌어 올린 열정에 기분 좋기도 했지만 그 이면엔 알 수 없는 허무함이 내 마음속을 떠다니고 있었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이었을까?


남들 하는 만큼?

그게 어느 정도일까?


나보다 늦게 시작한 사람도 나보다 접영을 잘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표면적으로는 그를 인정했었다.


저마다 체격이 다르고 체력이 다르고 실력의 향상도가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더딘 내 모습에 조급함이 밀려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사실은 내 안에 질투심이 가득했을지도, 어쩌면 이기고자 하는 경쟁심리가 내 행동을 유발했을지도 모르겠다.


나와 네가 다른데, 나는 나답게 하면 되는 건데 왜 이렇게 조급함만 있었을까?


법칙과 단계가 사람마다 다 다른 것인데 나는 열정 속에 내재된 욕망의 감정에 사로잡혀 나의 법칙을 못 본 척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됐다. 이렇게 라도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으면 됐다.


이제 다시 차분해 지자.



나는 수영인이다.

그러니 다시 나의 수영에 집중 좀 하자!



일단 기본기를 다시 생각해 봤다.


수업시간 강사님의 말씀이 1순위 그다음 유코치의 설명을 참고한다.

상상의 CCTV 켜고 내 모습을 관찰해 보자.


우선 깊게 들어가기 연습 : 비교적 잘 된다. 패스! 그러나 너무 힘주지는 말아라 허리 나간다.


발차기 : 문제 투성이네~ 입수킥과 출수킥의 리듬 꼬이고, 힘이 없고 다리까지 벌어짐.


나는 일단 발차기 연습을 집중적으로 해야겠다.


팔동작 : 요건 내가 많이 고쳤지만 아직도 멀었네…


물에 들어갈 때 귀에 팔 붙이고 스무쓰 하게 슝~ 손이 물 표면으로 들어갔을 때 캐치준비 물 가슴팍에 모으고 뒤로 펼칠 때 잘 밀어내면서 출수킥.


리커버리 요거요거 중요하지 “살려주세요!”포즈 안 하도록 신경 쓰고 팔을 펴서 거의 물에 닿을 듯한 느낌으로.. 머리는 치켜들지 말기!


아~ 어렵네.


물속에 깊게 들어가는 게 훈련이 되면 가슴누르기를 연습해서 깊이를 조절할 수 있다는데 나는 언제쯤 가능해지려나?


때마침 연수반 선배들이 접영을 한다.

그들은 한 무리의 나비 같다.


물을 많이 튀지도 않고 사뿐히 물 위를 튕기듯 접영을 한다.


“아~ 진짜 멋있다~! 스고이! 원더풀!”


‘저들도 처음엔 나처럼 번뇌 속에 접영을 하던 시절이 분명 있을 거야.

잘 되지 않는 동작 때문에 실망도 했겠지, 그러나 지금은 잘들 하잖아.

저 모습이 바로 나의 미래인거지.’


비록 지금은 둔탁하게 날갯짓을 하고 있지만 천천히 즐겁게 나의 속도로 나의 단계를 하나씩 밟아 나가면 곧 나비처럼 사뿐히 날아 벌처럼 슝~ 들어가겠지?


결국은 된다. 그러니 오늘 하루도 충실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