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수청이다. 질풍노도의 시기가 왔다!

TURN 턴 #3

by 더앨리스

세 가지 기본 영법인 자유형, 배영, 평영을 어느 정도 할 줄 알게 되고 접영의 맛을 좀 보게 되면 슬슬 사춘기 시기가 올라온다.

(이때를 수영권태기라 하여 수태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단 내 의지대로 갈 수 있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던 중에 더 이상은 안간힘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편함과 익숙함이 정체기를 불러왔다.


1분이라도 더 물속에서 연습하다 나오려고 의지를 불태우던 나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되는 동작은 되고, 안 되는 동작은 아무리 연습해도 늘지 않아 흥미를 점점 잃어가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주 5일을 꽉 채워 출근도장 찍던 나는 이 핑계 저 핑계로 결석 일수가 늘어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수영을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저 느긋하게 하면 되지 이렇게 라도 꾸준히 하면 다시 흥미도 생기고 자세나 속도도 좋아지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만 부여잡고 있었다.


나의 나태함은 자유롭던 자유형 동작까지 망가뜨리기 시작했다.


즐겁게 수영을 하던 시기엔 천천히 유영을 하다 보면 내가 숨을 쉬고 있는 것인지 숨을 참고 있는 것인지 못 느낄 정도로 편 한 순간이 종종 있었다.


그럴 때면 내가 수영을 하는 게 아니라 하늘을 날고 있다는 착각이 들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젠 더 이상 그런 황홀경이 느껴지지 않았다.


숨은 다시 꼬이기 시작했고 내 팔과 다리동작이 묘하게 어긋나기 시작했다.


수영장에 도착하면 습관적으로 샤워를 하고 습관적으로 물에 들어가고 습관적으로 두 바퀴 발차기를 연습하고 강사님의 지시를 기다렸다.


설렘이 사라진 시간들, 내 수영실력은 점점 퇴보하고 있었다.


사춘기 시절 호르몬의 힘은 정말 위대하다.

정체성이 흔들리고 감정기복도 심해지고 이전의 내가 아닌 다른 모습의 내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그러나 그 질풍노도의 사춘기도 언젠가는 끝난다.

그것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이다.


우리 모두가 알듯이 혹독한 사춘기를 겪을수록 비약적인 성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거의 1년 동안 수영의 사춘기 기간을 보냈다.

의욕도 발전도 없는 1년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시기에 나는 다소 불성실 하긴 했지만 수영장에 나왔고 물과 함께 했다.


비록 전과 다르게 무미건조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다행히도 물은 나를 기다려 주었다.


그리고 긴 시간이 지나 드디어 수영 사춘기의 흔들림은 끝이 났다.


나는 이 시절을 보내며 작은 확신이 생겼다.


방황을 했을지라도 분명 성장도 했으리라 또다시 흔들림이 오더라도 물은 늘 나를 기다리고 있기에 나는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이런 과정은 비단 10대의 사춘기나 수영의 사춘기 혹은 수태기에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일들이 이 과정을 겪는다.


마음공부를 함에 있어도 이 같은 시기가 찾아온다.


마음공부에 푹 빠지면 진짜 나에 대해 탐색하고 나를 둘러싼 많은 것들을 곱씹어 보고 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이어지는 삶의 흐름에 대해 느껴보는 과정에서 대단한 발견과 깨달음을 얻는다.


그러나 이것도 어느 순간 지리한 순간을 맞이한다.


느리고 재미없는 이 시간을 만나게 되면 우리가 얼마나 높이 올라왔는지는 관심이 없고 앞으로 펼쳐질 발전 없는 시간의 시작을 두려워하게 된다.


계속되는 사이클이 가져다주는 지루함 속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단 한 가지는 ‘결국에는 성장한다’는 것이다.


꾸준함과 기다림은 나의 마음근육을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어느 시기를 넘어서면 이전과는 다른 더 큰 즐거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수영도 마음공부도..



그러니 방황해 보자.


실패도 해보자.


도망도 가보자.


그리고 만약 내 마음속에서 잊히지 않았다면 다시 돌아오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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