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스트레스

피할 수도 없고, 즐길 수도 없는....

by 초코파이

내가 어릴 때 막연하게 들던 생각은


"어른이 되어도 이렇게 졸아 들고, 무섭고, 걱정되는 일이 많을까?"


어릴 때는 컵을 하나 깨도"엄마한테 혼나면 어떡하지?"

숙제를 깜빡하고 안 해가도 간이 쫄아들어서 오그라 붙임 거의 없어진 느낌이 들었다.

성적이 떨어지면 세상이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시험을 칠 때는 산 넘어 산. 넘어도 넘어도 끝이 없는 산을 넘는 기분이 들었다.


나이가 들어서 좋은 점은 그릇하나 깨는 일로 걱정 따윈 없다는 것.

숙제 같은 과업을 하지 않아도 좀 대범해질 수 있다는 것.

걱정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머리로 인지하고 있다는 것.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인드로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룰 수 있는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는 것.

세상에 환상적일 만큼 기쁜 일도 없고, 웬만한 슬픈 일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

스트레스가 생긴다고 해도 어느 정도 관리를 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나는 사실 어른이 되어서 어릴 때 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 같다. (이건 내가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어릴 때는 너무 걱정되고, 쪼그라들고, 혼날까 봐 숨어 있기도 하고, 내가 두려워하는 것을 직면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고역이었고, 머리에 바늘이 꽂히는 느낌이 들거나,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 서늘한 기분을 느끼거나, 불안해서 안절부절못하거나, 세상이 끝날 것 같은 좌절하는 일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았다. 그래서 내 어릴 때를 생각해 보면 지금의 청소년인 아이들도 얼마나 스트레스가 많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은 "학교 다니면서 공부만 하면 되는데 무슨 스트레스"라고 하지만 어릴 때를 생각해 본다면 조금은 이해가 될지도 모른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공부를 열심히 하든, 열심히 하지 않든 모두에게 학업스트레스라는 것이 존재한다. 공부를 잘하면 더 잘하기 위해서 하기 싫은 공부를 남과 비교하며 무시무시한 경쟁 속에 놓여 있으니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고, 공부를 못하면 진짜 하기 싫은 일인데, 직업이 학생이라서 공부를 해야 한다고 주변에서 계속해서 말을 하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도 한두 번이지. 적성과 흥미에 맞지 않는 일을 계속 시키니 얼마나 고역이겠나. 열심히 하는 학생도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열심히 하는 것일 텐데, 그렇게 맘먹은 대로 잘되는 것도 아니고 놀고 싶고 쉬고 싶은 마음과 항상 싸워가며 열심히 해야 되는 힘들 거고, 공부를 안 하는 학생도 '해야 하는데, 언젠가는 해야 하는데...'라는 막연한 불안감을 가진채 공부를 해야 하니 얼마나 힘들겠나. 그것도 아직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는 나이에, 자신감도 없고, 경험도 많지 않아 뭐든지 처음이고 서툴고, 어색하고, 잘 모르는 나이에 말이다.


진짜로 아이들의 학업스트레스를 상상 이상으로 어마어마하다. 학업 스트레스는 어른들이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와는 또 다른 스트레스인 것 같다. 일을 하면, 어떻게든 일을 하면, 월급, 수익 등과 같은 보상이 어느 정도는 생긴다. 힘들어서 때려치우고 싶을 때쯤 되면 월급날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그 보상의 힘(이건 단순한 돈이 아니다. 그냥 내가 사회 구성원으로 잘 돌아가고 있다는 인정도 포함된 어마어마한 보상인 것이다.)으로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견뎌 내는 것이다. 그런데 학교에 다니면 그렇지가 않다. 학교에 다녀서 인정을 받으려면, 가장 쉽게 인정받는 방법이 공부를 잘하는 것이다. 이거는 잘해야 한다. 100명의 학생이 있다면 모두 1등을 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100명 중에 1명만 인정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 1명도 그 인정을 놓치기 싫어서 무한 경쟁을 한다. 2등도 공부를 잘하지만 1등보단 잘하지 못한다. 2등도 만족한다면 행복하게 잘 살겠지만, 보통 2등으로 만족하는 사람은 잘 없다. 조금만 더 하면 1등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면 3등, 4등, 5등도 마찬가지이다. 10등도 10등이면 10% 이 내니까 잘하는 편에 속하지만 성적을 유지 못할 수도 있고, 앞에 잘하는 9명과 비교당할 수도 있다. 100등은? 100등은 행복할까? 수업이 시작된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에게 노력하지 않는다고 평가받는다. 공부보다 잘하는 것이 있지만 공부라는 한 가지 재능이 없기 때문에 나에 대한 평가가 절하된다. 이 어렵고 힘든 일을 하고 있는데도 누구 하나 "수고한다", "애쓴다."는 말을 해주지 않는다. 그냥 학생이니까 학교에 다니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학업스트레스를 어마어마한 것이다.


학업스트레스가 스트레스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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