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살성 자해 1
자해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어렵고 불편하다. 학생들에게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자해를 한 적이 있어?"라고 마치 "오늘 점심 먹었어?"와 같은 느낌으로 물어보지만, 이렇게 자해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을 몇 번이나 망설였다.
요즘 자해를 하는 청소년은 많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자해를 했다며 나에게 찾아오는 학생은 적지만, 상담을 하다 보면 많은 아이들이 자해를 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많은 아이들이 자해하는 자국을 숨기기 위해 여름에도 긴팔을 입고 다니거나(여름에 긴팔을 입는 것은 쉽다. 많은 아이들이 에어컨 바람 때문에 긴팔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허벅지나 배 등 보이지 않는 곳에 자해를 하기 때문에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가끔은 왜 저렇게 아무런 문제 없이 학교를 잘 다니는 아이도 자해를 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밝고, 적응을 잘하는 학생들도 자해를 하기도 한다. 자해를 하는 학생의 기준은 없다. 성적도, 가정형 편도, 성격도 그 어느 것 하나 자해를 하는 요건, 환경, 특성이라고 정할 수 있는 기준은 없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끔찍한 짓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아이들 사이에는 유행처럼 번지기도 한다. 한 반에 한 명의 자해하는 아이를 발견하면 기반에는 5명의 아이가 자해를 한다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자해는 전염성이 강하다.
이런 자해는 왜 하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손목을 긋거나 자해를 하는 것은 자살 시도를 하는 것이라고 오해를 한다. 하지만 오히려 아이들은 살기 위해서 자해를 한다고 한다.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살기 위해서 자해를 하다고 한다. 이것이 비자살성 자해이다.
친구가 자해하는 것을 보았다. 처음에는 안쓰럽기도 하고, 아플 것 같기도 하고, 이해도 안 되고, 왜 저러지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힘든 날이 있다. 뭔가 슬프지만 해소가 잘 되지 않는 것 같을 때 친구가 자해한 장면이 떠오른다. 나도 한번 해볼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는 도구를 찾아 자해를 한다. 처음에는 아플 것 같아 살짝 그어본다. 피가 조금씩 맺힌다. 우리 몸은 상처가 나면 나의 고통을 이기기 위해 엔도르핀이나 세로토닌 같은 호르몬이 나와 나의 고통을 안정화시키려고 한다. 그래서 자해를 하고 나면 그런 호르몬들 때문에 일시적으로 약간의 편안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자해를 처음 한 아이는 자해를 하고 보니 아프긴 하지만 마음이 편안해지고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마음이 진정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러면서 다음에 또 힘든 일이 있을 때 또 자해를 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해에 중독이 된다. 자해는 중독성이 강하다.
자해를 하는 원인 중 첫 번째는 심리적 고통을 이기기 위해서 이다. 아이들이 겪는 심리적인 고통은 다양할 수 있다. 아주 극심한 고통도 있을 수 있지만 오늘 수학문제가 잘 풀리지 않은 것일 수 있다. 친구가 무심코 나에게 내뱉은 말이 될 수도 있고, 이런 이유로 자해를 하는 학생들은 "하지 말아야지 생각했지만 정신 차려보니 어느 순간 제가 자해를 하고 있었어요."라고 말한다. 나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내가 과자를 끊어야지, 과자는 몸에 해롭고 살만 찌니 과자를 끊을 거야!라고 생각하지만, 업무로 스트레스가 많거나 힘들 때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눈앞에 널려 있는 과자봉지들을 발견할 때가 있으니 말이다.
둘째는 자기 처벌적인 자해이다. 이런 이유로 자해를 하는 학생은 너무 안타깝다. 자신에게 스스로 처벌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사소한 일에도 자신의 탓을 하며 자신을 벌주기 위해 자해를 하는 경우이다. 어릴 때 학대를 오랫동안 당한 경우 이렇게 자해하는 학생들을 많이 보았다. 그래서 그런 학생을 만나면 슬프다고 느낀다. 적당히 남 탓을 하고 살아가도 될 건데, 그러면 조금 더 자신을 좋아하고 살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셋째는 관심을 끌기 위해서이다. 이런 학생은 사실 극히 드물다. 아이들이 자해한 팔을 들어내어 놓고 다닌다고 하더라도 관심을 끌기 위해서만 자해하는 학생은 없다. 간혹 타인에 대한 보복성으로 보란 듯이 자해를 하는 학생을 보면 이런 이유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자해를 하면 속이 시원하고, 기분이 좋아질까... 일시적인 편안함이 가시고 나면 죄책감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그러면 마음이 더 힘들어진다. 스트레스를 받고, 심리적으로 고통을 받는다. 그러면 또 자해를 한다. 악순환이 반복이 된다. 그래서 멈출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