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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코파이 Aug 03. 2023

배수진을 쳐라

100Km를 달리는 마음: 말하고 다니기

 다이어트를 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들에게 "나 오늘부터 다이어트를 할 거야! 지금부터 내 몸의 반을 없애 버릴 거야!"라고 말하는 것이다. 흡연자의 가장 좋은 금연방법은 "나 오늘부터 금연을 할 거야. 만약 내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본다면 내 빰을 후려갈겨도 좋아."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배수진을 치는 전략이다. 사람들에게 계속 말하고 다니며 자신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감시, 감독, 통제를 받을 수 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의 쪽팔림(그 쪽팔림이 강하면 강할수록 목표달성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을 피하기 위해 목표를 달성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든다.  

나도 100Km를 뛰기 위한 배수진을 치고 있다.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닌다. 사람들의 반응은 3가지로 분류된다.


  1. 응원해 주는 유형

  이 사람들은 나의 도전에 대단하다고 말해주며, 할 수 있을 거라는 응원을 해준다. 이런 응원을 해주려면 100Km가 얼마큼 힘든지 가늠은 할 수 있어야 한다. 달리기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 거리를 상상하지 못한다. 대부분  내가 속한 달리기 크루 사람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 이 유형의 사람들이 주는 응원은 정말 큰 힘이 된다. 나에게 스스로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를 던질 때마다 "할 수 있다!"라는 느낌표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의 가장 리스크가 큰 사람들이기도 하다. 내가 실패했을 때 이들에게 실패를 알리는 것이 제일 부끄럽겠지. 아니다. 실패를 한다고 해도 격려를 받을 것이다. 아마 나는 가장 힘든 순간, 이들과 주변사람들의 격려와 응원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면 그 힘든 순간도 아마 이길 수 있고,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비슷한 유형으로 나에게 여자 장변(장거리 변태)이라고 말해주는 사람도 있다. 이것은 어쩌면 내가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아직 초보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는 나에게 이런 타이틀이 생기다니!(놀리는 것은 아니겠지만) 가끔 '이 타이틀(여자장변)을 지키기 위해 내가 달리고 있나'라는 생각도 한다.


2. 별생각 없는 유형

  내가 100Km를 뛴다고 했을 때, 그게 얼마만큼의 거리인지, 사람이 달릴 수 있는 거리인지, 그런 울트라 마라톤 대회가 있는지 조차 모르는 달리기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이 유형에 속한다.  보통 "아..."라고 대답하며 다른 주제로 넘어가기도 한다. 말하고 나서 분위기가 뻘쭘하지만 어차피 내가 언제 달릴지 모르기 때문에 별로 관심이 없다. 대표적인 사람으로는 남편이 있다. 목표달성을 하지 못했을 때 리스크가 거의 없다. 포기한다고 해도 도전한 자체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3. 걱정이 무너지는 유형

  100K를 말하자마 마자 "그런 거 하지 마라", "왜 그렇게 힘들게 달리나", "무릎 나간다.", "100Km 뛰면 폭삭 늙는다. "처럼 나의 몸에 대한 걱정에서부터 노화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잔소리를 열거하며 말리거나 걱정하는 유형이다. 주로 나의 부모님이나 가족, 친한 직장 동료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에게는 진짜 별거 아닌 것처럼 이야기해야 한다. "100Km는 달리면서 밥도 먹고, 걷기도 하고, 힘들면 쉬고, 그렇게 하는 거야."라고 말하며, "달리다가 진짜 힘들면 중간에 포기할게. "라는 말을 꼭 덧붙인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도전조차 못하게 말릴 것 같아서이다. 내가 만약 포기 했을 때 이들은 나에게 잘했다고, 그게 현명한 것이라고 말해줄 것이다. 나를 나약하고 비겁하게 만드는 구멍이기도 하다. 변종으로는 크게 친하지 않았던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을 때 우리 엄마처럼 나를 말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면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날 무시하나. 부러워서 저러나. 내가 해내는 게 싫은 건건가.' 하지만 이건 내 삐뚤어진 생각이다.


  결과적으로 내가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니는 것은 나약한 마음을 "의지"하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응원도 받고 싶고 걱정도 받고 싶다. 그리고 100Km를 뛸 때까지는 하루에 70~80%는 달리기 생각만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에게도 하루에 수없이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다! 힘들면 어떡하지! 하다가 힘들면 포기하지 뭐! 그렇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은데! 힘들면 걸어서라도 포기는 하지 말자!'라는 생각에 이르면 나는 배수진을 친다.



저 8월 19일에 울트라 마라톤 100Km 뛰어요.


대나무밭에서 외쳐본다. "아 100km 울트라마라톤 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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