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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주 Aug 30. 2023

2023. 부산썸머비치울트라마라톤 대회 1

대회 전 3시간

  대회 전 날까지 업무 등으로 너무 정신이 없는 일상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대회 날짜가 막 다가오고 있었다. 대회에 대해서 여전히 "내일 100Km 울트라 뛰어요."라는 말을 하고 다녔지만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내가 정말 달리는 맞나? 나는 달릴 수 있을까? 마라톤대회는 이런 비현실감으로 다가왔다. 정말 나는 전날까지(이건 나의 허세가 아니다. 진짜다.) 별 느낌이 없었는데,  대회날 아침이 되니 거짓말처럼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좀 예민해져 있었다. 점심을 먹으면서도 가족들에게 짜증을 내기도 했다.  나는 내가  큰일을 앞두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는데, 가족들과 있을 때는 그것은 나만의 일이기 때문에 아무도 공감을 못해줬다. 내가 갑자기 오늘 거짓말 같이 아파서 대회를 못 가게 되면 어쩌지. 버스를 놓쳐서 대회에 늦게 되면 어쩌지.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1%도 안되어 보였지만, 불안함이 올라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더 예민하게 말하고 행동했다. 아무리 서운하고 예민해도 결국 나 혼자만의 문제임은 틀림없었다. 밥이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먹었지만 코로 넘어가는지 입으로 넘어가는지 모르지 않게 신경 썼다. 체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나와 함께 뛰기로 한 준옹이님, 아촌님과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울트라 마라톤을 뛰고는 도저히 아무도 운전을 할 수 없을 거라는 판단에서 준옹이님이 버스를 타야 한다고 했다. 창원종합버스터미널에서 만나 버스를 타고 해운대에서 내렸다. 부산시가지로 진입하자 차가 많이 막혔다. 휴가철이라서 그런지, 주말이라 그런지, 차를 가지고 왔다면 달리기를 하기도 전에 진을 뺄뻔했다는 생각을 했다.  해운대는 늦은 휴가를 즐기기 위한 인파로 가득했다. 여름휴가라고 하면 해운대 아니겠는가? 그들도 설레는 마음으로 휴가를 즐기고 있었겠지만 생애 최초 100Km를 준비하는 나도 설레었던 것 같다. 아... 이제 한 세 시간 후에는 달리고 있겠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해운대에 도착해서는 설레는 마음이 더 컸다.  무사히 시간에 맞춰 도착했고, 시간도 넉넉하고, 이제 달리는 일만 남았다는 안도감에 설레는 마음만 남은 것 같았다. 우리는 비교적 조용한 카페 카페 한구석을 찾았다. 


해운대에 도착


 

 카페에 도착하니 준옹이님과 아촌님은 가방에서 감동의 선물을 꺼내 주었다. 대회 중 필요한 물품들이 담긴 패키지였다. 준옹이 님은 파시코(프로틴 쉐이크 울트라팩)와 포도당 캔디, 에너지젤, 양갱이 들어있는 팩을 준비해서 나와 아촌님에게 나누어 주었고, 아촌님은 비상약과 식염포도당, 티슈와 물티슈, 경광등 등이 들어있는 패키지를 선물로 주었다. 나는 아무 준비를 못했다. 나는 아직 너무 초보라 같이 달리기로 한 사람들을 배려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다음에 울트라 마라톤을 뛴다면 나도 함께 달리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챙겨 주고 싶다.  는 아무 준비도 못한 배려심 없었던 나 자신을 탓하고 싶었지만,  이제 와서 탓해서 뭘 하겠는가?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두 사람에게 짐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커피를 주문했다. 오늘 밤을 지새워야 한다. 마라톤 대회 전에 마시는 커피는 특별하다. 평범한 일상에서도 하루에 최소 커피를 한잔 정도는 마셔야 하는 카페인 중독자이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게 매일 마시는 커피일지라도,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마시는 커피이지만 마라톤대회에서 마시는 커피는 일종의 완주를 기원하는 의식과 같은 것이다.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을 섭취하게 되고 카페인은 운동능력도 향상해 주지만 달리기 전 화장실도 한번 다녀오게 해 준다. 완벽한 준비를 위해서는 커피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커피를 주문했다. 오늘 밤을 지새워야 한다. 마라톤 대회 전에 마시는 커피는 특별하다. 평범한 일상에서도 하루에 최소 커피를 한잔 정도는 마셔야 하는 카페인 중독자이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게 매일 마시는 커피일지라도,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마시는 커피이지만 마라톤대회에서 마시는 커피는 일종의 완주를 기원하는 의식과 같은 것이다.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을 섭취하게 되고 카페인은 운동능력도 향상해 주지만 달리기 전 화장실도 한번 다녀오게 해 준다. 완벽한 준비를 위해서는 커피가 필요한 것이다. 



완전 감동이었던 울트라 패키지. 오른쪽 하단은 테이핑 한 모습이다. 테이핑을 하고 양말을 신을 때 조심하지 않으면 테이핑이 밀린다.



  선물 교환이 끝나고 각자 스포츠테이프와 가위를 꺼냈다. 다리를 미라처럼 칭칭 감아보기로 했다. 사실 왼쪽 발목이 약간 시큰 거리는 것 같았다. 어제 아무 일도 없었고, 운동을 무리하게 하지 않았고, 넘어진 적도 없었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왼쪽 발목이 살짝 불편했다.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거슬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대회장에 들어서자마자 발목 아픈 것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발목을 몇 번 돌린 다음 테이핑을 시작했다. 자주 아픈 발바닥부터, 햄스트링까지. 테이핑은 무엇보다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테이핑을 하면  다리에 방어막을 치는 느낌이 들어 근육이 무지무지 많은 강철 다리가 되는 것 같다. 테이핑을 하는 방법은 사람들마다 너무  다르다. 처음에는 유튜브를 보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따라 하다가 나중에는 대충 기어 나는 대로 막 붙이는 스타일이 되었다. 뭐든 덕지덕지 붙이면 안 붙이는 것보다 낫겠지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때 까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이게 아무 소용없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테이핑을 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밖으로 나갔는데,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했다.  대회장까지 1.5Km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걸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걸어갈수록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비가 후두두 쏟아졌다.  몸과 머리카락은 젖어도 괜찮지만 신발은 젖으면 안 된다. 그래서 중간에 비를 피해 있다가 택시를 타고 가기로 했다. 택시를 타니 금방 도착이었다. 는 계속 많이 내리고 있었다. 계속 비가 이렇게 많이 오면 마라톤 대회는 어떡하나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수영만요트경기장에 도착하니 갑자기 많이 내리는 비를 피해  실내에서 대기하고 있는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영만요트경기장 실내에는 비를 피해 대회를 기다리는 부산마피아(부피아)분들도 많이 있었는데, 나는 두세 분 정도밖에 잘 모르지만 준옹이님과 아촌님은 아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들 인사를 나누고 사진도 함께 찍었다. 우리나라 전역에 마피아(마라톤을 피크닉처럼 즐기는 아이들)라는 달리기 크루가 있다. 내가 속한 마라톤 크루도 창원 마피아이다. 마피아는 마라닉(마라톤+피크닉) TV 올레님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달리기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마라닉 TV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작년 11월에 부피아 분들이 준비한 비공식 풀코스 마라톤에 참가하여 나의 첫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했다. 그때 만난 창원마피아분들과 인연이 되어 창원마피아에 소속되었다. 그래서 부산에서 달리기 하는 것이 더 설레기도 했다 더군다나 이번 마라톤의 후반부는 내가 첫 풀을 뛰었던 코스와 같은 코스였다. 부피아 분들은 처음 보는 나에게도 따뜻하게 인사해 주며 에너지젤과 소시지를 주며 응원을 해주었다. 나와 안면이 있으신 분들은 나에게 먼저 인사를 해주셨다. 나는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은 나쁜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달리기가 항상 사람을 성장시키고 선하게 바꾸어 준다고 믿는다. 그 증거는 이런 달리기 크루사람들이다. 다 너무 좋은 사람들이다.  비가 조금씩 내렸지만 배번을 받고, 저녁을 대신해서 준옹이님이 준비한 파시코를 이온음료에 타서 마셨다. 배가 고팠는지 단백질 쉐이크가 너무 맛있었다. 


이것저것 하다 보니 대회 30분전이 되었다. 그때부터 비가 그치기 시작했다.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며칠 전부터 계속 일기 예보를 봤었는데 대회 중인 시간에는 비가 오지 않는 걸로 되어 있었다. 평소 우중런을 좋아하지만 대회 때에는 비를 맞고 싶지 않았다. 습도는 높았지만 많이 덥지는 않은 날씨였다. 계속 이런 날씨가 대회 내내 유지되길 바랐다. 대회시간이 얼마 남지 않자 부피아 분들과 준비운동을 함께 했다. 함께하면 혼자 하는 준비운동 보다 더 오래 꼼꼼하게 할 수 있다. 점점 더 설레는 마음으로 대회 출발선 앞으로 갔다. 항상 이 순간이 제일 떨린다. 가민 시계를 보며 출발 시간을 계산했다. 주변에 사람들이 보이고, 출발선의 시계가 보였다. 2분이 남고 1분이 남았다. 그리고...


  5.4.3.2.1. 출발이다.


1. 배번, 2, 출발전 모습 3.저녁대용 파시코 울트라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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