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포기사이
나는 현재 중2 남매둥이의 엄마이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매운맛은 아니지만 매일매일을 도 닦는 마음으로 살아가고자 노력한다. 아이가 크게 거부하지 않으면 방청소도 대신해 주고, 핸드폰을 보고 있어도 5번에 3번 정도는 그냥 못 본 척 넘기고자 한다. 내 말에 물어보는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아도 몇 번은 참아본다. 몸에서 사리가 나올 것 같다. 누구라도 이 정도의 인내심을 가진다면 도를 닦아 경지에 오를 지경일 것이다. 나는 모든 중2들을 키운 엄마들을 존경하게 되었다. 그래도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 아이들은 크게 사춘기를 겪는 것 같지 않다. 아무리 순한 맛이라도 엄마에게는 독한 사춘기이다.
내가 직접 북한에서도 우리나라의 중2가 무서워 쳐들어 오지 못한다는 무시무시한 중2의 엄마가 되어 겪기 전에는 에는 이론상 사춘기 아이들과는 거리를 유지하고, 질풍노도기의 아이들을 자극하지 않으며, 대화로 잘 풀어가며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되는 건 줄 알았다. 나는 그렇게 현명하게 아이와 잘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우리 아이들에게는 큰 문제가 없다. 내가 학교에서 만나는 학생들이라면 충분히 괜찮은 학생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공부를 좀 못할 뿐이지 비행을 저지르는 것도 아니고 가출을 하는 것도 아니며 범법행위를 하는 것도 아니고 학교에서 선생님들께 불손하게 대하거나 친구들과 싸우고 다니지도 않는다. 내 자녀가 아니었다면 자신의 속도를 지키며 정상적으로 잘 크고 있는 아이들이구나 생각했을 거다.
문제는 엄마인 나에게 있다. 나는 사춘기인 아이가 엄마 말을 경청해서 잘 들어주고, 공부도 알아서 척척하고, 친구들과도 원만하게 사귀며, 자신의 일을 책임감 있게 알아서 하는 어른이 되기를 바란다. 빨리... 지금 당장...
그것이 엄마의 조바심이다. 그래서 사춘기 아이의 방은 더럽고, 시험기간이라도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누워서 게임을 즐기며 과자를 침대에 흘리면서 먹고, 침대 시트 사이에서 과자 봉지가 나올 수도 있는 건데, 쓰레기 같은 방을 보면 한숨이 나오고 아무 대책 없이 놀고 있는 아이를 보면, 엄마인 내가 더 안달복달하여 애간장이 타고 있다. 저렇게 놀아서는 안될 것인데, 중학교 때 너무 놀아버리면 고등학교에 가서 따라갈 수 조차 없게 되고 그러면 애가 공부를 포기하지 않을까... 방을 저렇게 더럽게 쓰다가는 아이가 평생 저렇게 쓰레기 통 같은 방에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하던데, 하루 종일 방에 처박혀서 게임만 하다 보면 게임중독자나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것은 아닐까? 엄마의 머릿속은 불안이 불안을 키워, 일어나지도 않은 먼 미래로 날아가고 있다. 아이가 대학도 못 가고 집에 틀어 박혀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아이의 쓰레기통 같은 방문 앞에 매일 밥상을 들이미는 최악의 상황까지 상상력이 뻗친다.
처음이라 어설프고, 불안하고, 초조한 엄마는 마음이 급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과잉해석하고, 급하게 응급 처치를 시도해 보지만 자신의 속도로 잘 가고 있는 아이들에게 안 먹힌다. 갈등만 키운다. 나의 초조한 마음이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