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왕자
나의 아기들이 있었다. 하얗고 몽실몽실, 말랑말랑한 아기들... 엄마를 보며 함박 미소를 지으며 마시멜로 같은 다리를 막 휘저으며 나에게로 기어 오던 그런 아기들이 있었다. 물에만 닿아도 말갛고 뽀얀 얼굴을 하고 아기냄새에 취해서 하루 종일 코를 박고 있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아기들이 있었다. 심지어 입냄새와 발냄새도 초콜릿향기가 나던 그런 아기들. 마시멜로 인형처럼 팔다리가 접히는 곳에 먼지가 끼이는 것도 너무 사랑스럽던 그런 내 새끼들, 지금 내가 13년 전으로 전으로 날아갈 수 있다면 아마 아기들이 너무 귀여워서 기절할 것이다. 그 귀여워 어쩔 줄 모르던 그런 아기들이 어느 순간 뿅 하고 두꺼비(개구리로 썼다가 개구리는 그래도 귀엽게 봐줄 수도 있을 것 같아 두꺼비로 수정했다)로 변해버렸다. 카프카의 변신에서 바퀴벌레로 변해버린 주인공의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아들이 갑자가 바퀴벌레로 변해버리다니! 내 아들은 방이 쓰레기통이고, 얼굴은 기름기로 번들거리고, 아저씨 냄새나는 두꺼비로 변해버렸는데!!
나는 갑자기 사춘기가 온아들이 마치 동화 속에서 만난 두꺼비인 마냥 느껴진다. 유치원, 초등학교를 거치며 매일이 똑같은 모습으로 조금씩 자란 아이인데, 마법에 걸려 두꺼비로 변해버린 것 마냥 배신감이 든다. 내가 어떻게 낳았는데! 내 아들은 훈남의 왕자님이었다고! 내 딸은 만화 속에서 나온 것 같았다고! 내 아이들을 돌려내라!! 나 다시 돌아갈래!!!
그 두꺼비를 관찰해 본다. 나는 중학교 시기가 인간이 가장 못생겨지는 시기가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병아리도 아니고 닭도 아닌, 어린이가 여러 가지 호르몬의 영향으로 이것저것 튀어나오는 변신을 하는 단계이다 보니 애가 참 못생겨졌다. 이 시기에는 얼굴과 몸에서 피지가 분비되기 시작한다. 코에는 피지가 굳어져 블랙헤드가 생기고, 얼굴에 여드름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나는 최근에서야 사춘기 아이들은 지성전용 샴푸를 써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우리 애들이 머리는 왜 항상 떡져있고, 비듬 같은 것들이 생기는 가에 대해서 애들이 머리를 잘 못 감아서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다. 이건 초보 사춘기 엄마로서 반성해야 할 것 같다.(근데 생각해 보면 내가 잘 모르고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꼭 샴푸뿐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피부가 아니더라도 그냥 이목구비 자체도 못생겨지는 시기인 것 같다. 아이들 몸에서는 호르몬이 나오면서 방에 냄새도 많이 난다. 특히 아침에 깨우러 들어가면 밤새 흘러나온 아저씨 자취방 냄새가 방을 적시고 있다. 나는 몸에서 자연적으로 베이비파우더 냄새가 나던 그 신비로운 때를 그리워하며 나는 오늘도 매일 씻으라고 잔소리를 한다.
아들은 자신이 눈에 보이는 건 다 입 밖으로 말할 때가 있었다. 그때는 아이의 생각이 투명하게 보여서 내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한 예로 아이가 5살 정도 되었을 때 어린이집을 갔다 오며 같이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한 아저씨가 탔다. 때는 여름이라 아저씨 팔의 문신이 보이고 한 손에는 파우치 같은 가방을 들고 있었고, 걸음걸이가 팔자로 아주 느리게 걸어 '앗! 조폭인가?'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우리 아들이 나에게 해맑게 물어봤다. "엄마, 아저씨 배가 왜 뚱뚱해?" 나는 그때 너무 당황해서 등에서는 식은땀이 나는 것 같았다. 그 조폭 아저씨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아들 팔을 끌어당기며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라고 아주 작은 소리로 말했던 것 같다. 그렇게 눈에 보이는 것을 조잘조잘 말하던 아들과 딸은 지금은 나에게 말 안 하는 것, 말 못 하는 것들이 점점 더 많이 생기고 있고, 나는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 말을 막 배웠을 때 보다 말을 더 못 하는 것 같다. 진짜 두꺼비 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렇게 조잘조잘 말하던 아들이 맞나 싶다.
아들뿐만이 아니라 딸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딸도 성격도, 말투도, 모든 것이 급변했다. 눈이 얼굴의 반을 차지하면서 만찢유(만화를 찢고 나온 유아) 외모에 우리 앞에서 노래도 잘 부르고 춤도 잘 추고 발레도 잘하고, 핑크 레이스 치마만 입고 싶어 하며, 쪼끄만한 입으로 당돌한 말을 잘하던 딸은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극혐 하고, 인사만 겨우 작은 목소리로 '안녕.. 하세요.'라고 어색하게 인사하고, 혼내거나 잔소리를 하면 눈만 깜빡깜빡거리고, 검은색 옷에 바지만 입고, 표정이 불퉁한 그런 중2가 되어버렸다.
사춘기 엄마는 가끔 우리 아이들의 아기 때 사진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 사진을 보고 있으면 자동반사적으로 나오는 미소를 멈출 방법은 없다. 그때 그 아기들은 내 아이가 맞는 것 같은데 지금 사춘기 두꺼비 두 마리는 내 아이가 아닌 것 같다. 마음의 거리감이 생기는 것은 이유가 있겠지. 이제 곧(한 4~5년 후) 내 품을 떠나야 하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지금도 아기 때처럼 좋아서 미칠 것 같으면 아이들과 헤어질 수 없을 것이기에 이렇게 나에게 배신감과 거리감과 귀엽지 않음을 주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서 그레고르는 자고 일어나니 큰 바퀴벌레로 변해버렸다. 가족들은 충격에 빠진다. 특히 그레고르의 엄마는 변한 아들을 보고 비명을 지르고 쓰러진다. 그러면서도 아들이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지기도 한다. 사춘기 엄마도 마찬가지다. 두꺼비를 만나고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공포와 좌절을 느끼지만 언젠가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희망을 가지고 또 하루를 버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