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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글 May 16. 2024

[에필로그] 이제는 놓아줄 때..

나의 강박 해방일지 1을 마치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나의 강박 해방일지 1'을 쓰기로 마음먹기까지 브런치 작가를 도전하고 작품 계획을 짜면서 참 다양한 경험을 많이 했고, 그리고 실제로 글을 쓰면서도 값진 경험을 했던 것 같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정말 다양한 경험들을 많이 한다. 그리고 항상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예전에 무한도전을 참 좋아했었는데, 그때 사생결단 편을 진짜 재밌게 봤었다. 정형돈과 노홍철이 결국 자장면을 먹으러 마라도에 도착했을 때, 정형돈이 곱빼기를 시키니 완전 입구가 좁은 그릇에 담겨 와서 절규를 하던 장면, 유재석이 자장면을 먹으며 너무 감동하는 장면 참 인상 깊게 남았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생각나는 문구는 이 에피소드의 첫 장면에서 유재석 님께서 "인생은 B와 D 사이에 C이죠"라고 말한 장면이다. 결국 우리는 BIRTH(출생)에서 DEATH(죽음)까지 가면서 언제나 CHOICE(선택)와 함께한다는 것이다.


나는 참 보수적인 사람이다. 변화를 싫어한다. 그런데 또 마음 한편에서는 도전하지 않는 나를 비난하기도 하고, 언제나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하고 싶은 호기심이 들끓는다. 그래서 항상 고통스럽다. 보수적인 나의 성향대로 그냥 안정적이고 원래의 삶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살면 좋으련만... 내 이상은, 내 욕망은 항상 진보적이고 도전적인 삶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내 가치관은 "도전할까 말까 고민할 땐 일단 도전하자"이다.  왜냐하면, 도전해 보고 괜히 했다거나 하지말걸이라고 후회하는 게 도전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훨씬 값진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의 나에게 칭찬한다. 만약 내가 브런치스토리처럼 이런 SNS에 글을 올리고 나를 드러내는 게 두려워서 시도조차 안 했다면 나는 아마 계속해서 우물 안 개구리였을 거고, 강박증을 고칠 시도조차 못했을 것이다. 브런치의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한 그 시간, 그리고 단순히 글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내 강박증을 해결하고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해 작품을 계획하고 연재하기 시작한 나에게 감사하고 또 너무 대견하다.

약 1달 동안 글을 쓰고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 보면서, 이제 내가 어떤 걸 해야 할지 감이 오기 시작한다. 물론 아직 강박이나 인간의 정신에 대한 공부도 훨씬 많이 필요하고, 언제 내 강박이 해결이 될지, 내가 쓰는 방법이 맞을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난 내가 한 달 전 브런치스토리를 할까 말까.. 했을 때를 떠올리며 당연히 이번에도 "일단 도전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강박증이 생긴 게 중학교 3학년 때.. 그리고 지금 내 나이는 23살 벌써 강박증과 함께한 지 6,7년 째이다.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글을 쓰면서 생각해 보니깐 생각보다 너무 오래됐다. 아직도 그때의 고통이 어제와 같이 생생하고 그 일이 꽤나 내 인생에선 충격적이었어서 멀지 않아 보이나 보다. 그렇지만.. 이제는 놓아줄 때가 됐다. 여기서 더 끌고 가면, 분명 내가 더 큰 무대로 가는 길을 끊임없이 방해할 테고, 점점 더 고착화되면 그땐 정말 해결하는데 10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지금 당장 끊어내야 한다.


내가 저번 시간에 소개한 "강박증의 원인과 치유" 책을 보면, 마지막 챕터 쪽에서 작가는 이런 말을 한다. "강박증이 모두 해결된 순간을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어떤가요? 생각보다 엄청 행복하지 않고 편안하진 않죠.."

그렇다. 강박증이 하루빨리 없어지면 좋겠지만, 또 완전히 그런 사고를 하지 않는 나를 대면하기도 무섭긴 하다. 이 강박증이 해결된다고 앞으로 살면서 문제는 없고, 모든 일이 잘 풀리진 않을 거다. 강박증이 사라졌더니 우울증이 오고, 뭐 공황장애가 오고, 다른 정신질환이 올 수도 있다. 아니면 정신이 아니라 신체적으로 이상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는 거고... 그렇지만 이 강박증을 해결한 자신감과 경험을 통해 나에게 어떤 두려움이나 아픔이 와도 또 잘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의 강박 해방일지 시즌 1이 끝이 났고, 이제는 강박증을 해결할 모든 초석과 기초는 다져졌다. 이젠 하루하루 살면서 생기는 증상들을 관찰하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그리고 내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그 근본 원인을 찾는 내용들로 시즌 2,3,4.. 가 꾸며질 것이다. 시즌 몇까지 갈지는 모른다. 그건 내 강박증이 해결되냐 안되냐에 달렸으니깐…


그러나 난 믿는다. 분명 이렇게 글을 쓰며 매일매일 투쟁하다 보면, 언젠가 잃어버린 나를 되찾을 수 있을 거라는 걸. 그리고 나와 같은 이런 강박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나도 해냈으니깐 여러분도 할 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나에게 꼭 연락을 달라고. 내가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으니깐.

이건 여담이지만.. 최근에 몇몇 분이 본인도 이런 강박이나 우울증을 앓고 있는데 어디 말할 때도 없고, 답답하고 슬프고 혹시 상담이 가능한지.. 그냥 이야기라도 털어놓겠다고 연락을 주신 너무나도 고마운 분들이 있다. 그리고 실제로 아주아주 부족한 나이지만, 무료로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의 경험도 들려드리면서 용기를 북돋아주고 있다. 혹시 내 글을 읽으며, 나도 잃어버린 나를 찾고 싶다면 꼭 연락 주길 바란다. 그럼 모두 시즌 2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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